尹, 상속세 완화·금투세 폐지·ISA 확대 ‘감세’ 추진…“계급갈등 완화”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상속세 완화 추진을 시사하고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입장을 공식화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 혜택 확대 등 감세 정책 발표를 이어가면서 “금융 투자가 계급 갈등을 완화시키고 국민을 하나로 만든다”고 말했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 연일 감세 의지를 부각하며 실현 가능성도 낮은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부자 감세’, ‘조세 원칙 훼손’이란 반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상생 금융’을 주제로 민생 토론회를 열고 “주식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과도한 세제는 결국 중산층과 서민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을 국민이 다 같이 인식해야 과도한 세제를 개혁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재산이 많은 사람에 많이 과세해야 한다는 생각”은 “단편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주가가 올라가면 상속세와 할증세로 기업의 “가업 승계가 불가능”해지고 안정적 고용, 투자가 어려워져 피해가 확산한다고 했다. 상속세를 줄여 대주주가 주가 상승을 기피할 요인을 덜어주면 주식 투자자들에게 그 과실이 함께 돌아간다는 논리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대통령령으로 할 수 있으면 정치적 불이익이 있어도 밀어붙이겠지만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국민들이 뜻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상속세 등을 조정하려면 관련 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야당이 반대할 경우 실현 가능성은 낮다.
윤 대통령은 또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자본시장 규제를 과감하게 혁파해야 한다”면서 금투세 폐지를 “정부 정책으로 확정했다”고 말했다. 불법 공매도 금지는 “총선용 일시적 금지조치가 아니다”며 지속적으로 시행하겠다고 했다.
금투세는 지난 2022년 여야 합의에 따라 시행일이 2025년 1월 1일로 2년 늦춰졌다. 정부는 조만간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해 ‘유예’가 아닌 ‘폐지’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물린다’는 과세 원칙을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미국과 영국, 일본 등은 주식과 채권, 파생상품 양도 차익에 과세하고 있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규제’라는 정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올해 들어 윤 대통령의 ‘감세’ 추진 기조는 강화하고 있다. 지난 2일엔 금투세 폐지와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상향, 지난 10일엔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 완화, 지난 16일엔 현행 91개 분담금 제도 원전 재검토를 말했다. 이날은 상속세 완화와 함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비과세 한도를 높이고 납입 한도와 가입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정부의 감세 정책 중 상당수는 법 개정 사안으로 여소야대 국회에서 실현 가능성이 낮다. 이 때문에 정부가 총선을 3개월 앞둔 시점에 포퓰리즘 정책 발표를 이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강조해온 ‘건전 재정’ 기조와도 어긋난다는 비판이 많다. 4차례 걸친 민생토론회에서 감세 추진은 도드라진 반면 세수 확충 방안은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우리 시장에 자본이 많이 들어오고 수위가 높아지면 거기에서 많은 기회가 창출되고 정부는 더 중요한 세수를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과 대주주 등의 세금을 줄이면 장기적으로는 세수가 더 커진다는 논리로, ‘낙수효과’에 기댄 논리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이 이날 ‘벤치마킹’ 사례로 든 미국에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낙수효과는 없다”며 부자 증세에 나선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감세를 통한 금융시장 활성화를 강조하면서 이를 ‘국민 통합’ 방안으로도 내세웠다. 이례적으로 공식 석상에서 계급 갈등 완화와 국민 통합을 말하면서 방점을 금융투자에 찍었다. 윤 대통령은 “노동계나 특정 정치 세력들은 자본가와 노동자라는 양극의 계급 갈등으로 사회를 들여다보기 때문에 국민통합이나 합리적인 경제정책에 국민이 공감하기 어렵다”며 “그렇지만 바로 이 금융이라는 것이 국민을 통합하게 해 준다”고 말했다. 노동자가 금융시장에서 자산을 형성하면 기업 성장과 주식시장 발전이 노동자 이득으로 이어져 “자본과 노동이라는 계급갈등을 해결”한다고 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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