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공원 1지구 특례사업 파국 위기… 광주시 몰아가나?
광주시, 사업성 없는 후분양 고집
사업자 3월 선분양 이행 불투명
9950억 PF 부실 가능성 가시화
市도 디폴트 선언 최악 상황 우려
사업 계획 변경 비협조 태도 도마
광주광역시가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서구 중앙공원 1지구에서 추진 중인 민간공원 조성 특례 사업을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광주시가 공원 부지에 들어설 아파트를 현행대로 후분양 공급할 경우 사업성이 없다는 타당성 검증 용역 결과를 무시한 채 후분양 원칙을 고집하면서 민간사업시행자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가시화했기 때문이다. 선분양 조건으로 1조 원 가까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은 민간사업자는 "선분양 이행 기한이 두 달여밖에 남지 않았다"며 선분양 전환을 촉구하고 있지만 광주시는 꿈쩍도 않고 있다.
17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현재 이 사업은 변곡점에 서 있다. 민간사업자인 빛고을중앙공원개발(빛고을)은 당장 3월 25일까지 지하 3층~지상 28층 아파트 39개 동 2,772가구에 대한 선분양 공고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9월 이 조건으로 9,950억 원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아서다. 빛고을이 이 대출 약정을 어기면 채무 불이행(기한 이익 상실)으로 인해 부도 위기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빛고을이 선분양으로의 사업 계획 변경을 요구한 배경이다.
그러나 문제는 광주시가 아파트를 선분양하는 데 대해 회의적이라는 점이다. 빛고을은 사업의 안정적 추진을 위해선 현재 후분양 방식을 선분양으로 바꿔야 한다며 광주시에 사업 계획 변경을 요청하고 있지만 광주시는 묵묵부답이다. 빛고을은 "금융 비용과 건축 원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후분양을 유지하면 과도한 PF 대출로 인한 총사업비 증가와 분양가 상승 등이 발생하고 결국 수분양자인 광주 시민들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전남대 산학협력단은 최근 후분양을 전제로 이 사업 계획 변경 및 타당성을 검토한 결과, 3.3㎡당 평균 분양가는 무려 3,495만~3,822만 원대에 달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아파트 후분양으론 사업성이 없다는 결론이 난 셈이다. 빛고을 측은 "선분양으로 전환하면 분양가를 3.3㎡당 2,574만 원으로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광주시는 선분양 전환에 대한 정확한 입장 내놓지 않고 있다. 광주시의 이런 태도는 지난해 5월 빛고을 측이 선분양 전환을 골자로 하는 사업 계획 변경을 요구할 때부터 시작됐다. 빛고을은 당시 선분양을 전제로 타당성 검증 전문기관을 선정해 용역을 실시하자고 요청했다. 하지만 광주시는 5개월 동안 뭉개고 있다가 10월에서야 전남대 산학협력단에 용역을 발주했다. 이 과정에서 광주시는 엉뚱하게도 빛고을이 후분양이 불가능하다는 근거로 제시한 후분양 관련 자료만 전남대 산학협력단에 보내 검증을 의뢰했다. 빛고을이 검증을 의뢰한 선분양 방식의 사업 계획서나 사업비 절감액 활용 방안 등 선분양 관련 자료를 누락한 것이다. 광주시의 고의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참다못한 빛고을 측은 얼마 전 광주시 관계자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선분양 검증 관련 자료를 전남대 산학협력단에 보내지 않은 이유에 대해 공식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광주시가 사업을 말아먹으려고 하는 것이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빛고을이 선분양 이행 기한을 넘기면 채무 불이행으로 인해 사업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 실제 빛고을이 90일 이내 채무 불이행을 해소하지 못하면 광주시는 사업자 지정을 취소하게 되고, 이 사업의 실시 계획도 실효된다. 이후 빛고을이 기부채납한 공원 부지 반환 청구와 토지 환매권 발생 등 사업 무산에 따른 각종 소송 등 후폭풍도 예상된다. 무엇보다 협약 변경 협의를 불성실하게 한 광주시도 사업 협약서상 수천억 원에 달하는 협약 해지 지급금을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광주시도 디폴트를 선언하는 최악의 상황을 배제할 수도 없다. 광주시는 이에 "민간사업자 측 요구 사항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표명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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