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명소, 로컬100으로 떠나봤습니다!
지난해 10월, 문화체육관광부는 지역의 문화 매력을 찾아내고 지역문화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지역의 문화명소, 콘텐츠, 명인 등을 토대로 ‘로컬100’을 선정해 눈길을 끌었다. 로컬100은 지방시대 지역문화정책 추진 전략으로 지역 대표 유·무형 문화자원을 선정·홍보하기 위해 새롭게 추진하는 사업이다.
2024년 한국방문의 해를 맞아 지역에 숨어 있는 로컬 정책이 활성화된다면 K-문화를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문화로 지역이 발전하는 핵심은 그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문화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로컬100으로 선정된 지역들을 살펴보니, 양양 서피비치, 대전 성심당, 안동 하회마을 등 그 지역만의 매력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가운데 지역문화공간으로 선정된 삼례문화예술촌은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를 리모델링해 미디어아트미술관, 문화카페, 책공방 북아트센터, 책박물관 등으로 재탄생시킨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점이 인상 깊었다. 완주에 사는 지인들이 요즘 꼭 가봐야 할 명소로 귀띔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었다. 겨울방학이 한창인 아이들과 함께 전북 지역의 명소를 찾아 떠나봤다.
“역사와 현대가 공존하는 삼례문화예술촌 방문을 환영합니다.”
삼례문화예술촌으로 떠날 채비를 하며 문득 30년 전 삼례 고모집을 방문한 기억이 떠올랐다. 논과 밭으로만 이뤄졌던 동네가 어떻게 변했는지 내심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겉보기에는 다 쓰러져갈 것 같은 창고 건물 주변에 쌀쌀한 날씨에도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레트로 느낌이 물씬 난다며 작가들의 예술작품을 유심히 관람하고 있었다.
사실 이곳은 일제강점기 시대 호남지방 수탈의 아픔이 담겨 있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 곳이다. 1920년대 양곡 반출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대규모 곡물창고로써 그 쌀을 1분 거리의 삼례역에서 철도로 운반하는 양곡 수탈의 중심지였다. 그렇게 90년 넘게 양곡창고로 활용됐으며, 해방된 뒤에도 2010년까지 삼례농협창고로 활용됐다.
그러다 2013년 복합문화예술공간 조성사업으로 삼례만의 독창적인 콘텐츠와 문화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조용하던 시골 동네에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현재 11개 창고는 4개의 전시관과 공연장, 카페로 변신해 미술전시, 공연예술, 문화체험 및 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화 전시가 진행되는 1전시관 안으로 들어가 봤다. 건물 외벽과 내부의 지붕은 물론 벽 위쪽의 다락방처럼 생긴 작은 창부터 지붕 위쪽의 환기시설 등 과거 창고 건축의 전형적인 형태를 간직하고 있었다. 전시관 입구 문짝에는 낡은 초록색 창고 마크를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안에는 양곡 적재를 위한 목조 구조 건물 양식과 흔적이 남아 있어 역사의 한 장면에 서 있는 느낌도 들었다. 예술촌의 역사성과 고유성을 살린 콘텐츠 덕분에 등록문화재 제508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4개의 전시관 중 지역 공예 작가와 연계한 프로그램도 흥미로웠다. 테라리움, 한지공예 등 전시는 물론 가족 모두가 풍성하게 즐길 수 있도록 전통좌등과 전통갓 만들기, 배씨 댕기 만들기 등 체험프로그램도 준비돼 있었다. 야외광장에서는 여유롭게 걸으며 산책할 수 있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예술촌 메인 잔디광장과 주변 둘레길이 조성되면서 클래식 명화 체험 전시전, 지역 작가 공모 전시전, 디지털 미디어 파사드, 지역공동체 공예 전시전 등 다채로운 문화공연과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고.
이뿐만이 아니다. 예술촌 후문 도보 2분 거리에서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1930년대 삼례에서는 학생만세운동과 삼례독서회사건 등 항일운동이 일어났는데, 후문 쪽에 마련된 3개의 창고를 중심으로 삼례 책마을이 조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층고가 높은 양곡창고를 개조한 2층 박물관으로 헌책과 고서도 판매하고 있었다.
그 뒤편에는 동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그림책미술관도 마련돼 있었고 정직한 서점이란 무인서점도 이용할 수 있었다. 요금함에 책값을 넣고 비치된 봉투에 책을 담을 수 있어 재미도 쏠쏠했다. 삼례역에 주차를 하고 2시간이 넘게 둘레길을 걷다보니 조용한 시골마을의 정취를 느끼며 책에 푹 빠져 온몸으로 예술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로컬100을 온몸으로 느껴보니 아이들과 다음에는 어떤 곳으로 떠나볼까 설렘이 물씬 느껴졌다.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선정된 안동 하회마을, 1956년 대전역 앞 찐빵집으로 시작해 대전의 고유 브랜드로 성장한 대전 성심당 등은 꼭 한 번 방문해보고 싶다. 로컬100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문화체육관광부 SNS(https://www.instagram.com/mcstkorea/)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이들과 떠나본 삼례문화예술촌은 아픈 역사가 담긴 양곡창고의 변신을 통해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의 한 순간을 지역문화와 함께 즐기며 기억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삼례만의 독창적인 콘텐츠로 생활공감형 전시관과 책박물관 등 생애주기별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한적한 시골마을에서도 여유롭게 문화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박하나 hanaya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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