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낭만총수' 서정진의 100조 펀드 꿈

심희진 기자(edge@mk.co.kr) 2024. 1. 1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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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회사들이 '우리가 잘났다'고 자랑하고 있는데 지금 이 호텔에 있는 사람들 중 제일 부자는 저겠죠. 설립자와 오너가 같은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요."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가의 바이오시밀러가 더 많이 생기고 더 널리 쓰이는 세상을 만들자는 꿈이다.

이날 그는 100조원 규모의 헬스케어 펀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우리나라 재벌 총수 중 어느 누구도 이런 꿈을 말해본 적 없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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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회사들이 '우리가 잘났다'고 자랑하고 있는데 지금 이 호텔에 있는 사람들 중 제일 부자는 저겠죠. 설립자와 오너가 같은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요."

재치 있는 너스레에 질의응답 시간엔 청중들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웃고만 끝났으면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복귀무대로는 싱거웠을 뻔했다. 본론이 이어졌다.

"우린 이곳에 누가 돈을 많이 버는지 경진대회를 하려고 모인 게 아니에요. 인류의 고민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토의하려고 만났죠." 그가 말한 인류의 고민은 치료제가 있어도 너무 비싸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어가야 하는 현실을 말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가의 바이오시밀러가 더 많이 생기고 더 널리 쓰이는 세상을 만들자는 꿈이다.

이런 세상이 오려면 바이오시장의 창업 열풍이 지금보다 더 거세게 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날 그는 100조원 규모의 헬스케어 펀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자금난에 꿈을 접는 청년 사업가들이 없도록 전문 투자자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언제든 협업할 의지가 있으니 연락 달라는 그의 말에 현장에 있던 한 외국인 사업가는 '바이오엔지니어링 사업을 하고 있는데 우리도 파트너가 될 수 있냐'고 물었다. 서 회장의 답은 명쾌했다. "이젠 소규모 공장에서 다양한 고효능 의약품을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개발 단계부터 협력이 필요하죠. 원하시면 만나겠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100조원대 펀드는 20여 개에 불과하다.

업계에서 현실성이 있느냐는 회의론도 나오는 이유다. 서 회장이 택한 펀딩방법은 셀트리온홀딩스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시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아 5조원의 종잣돈을 마련하고, 나머지 95조원은 외국자본을 유치해 메우겠다는 것이다. 빌 게이츠, 에릭 슈밋 등 외국 CEO들에게선 자주 봤던 장면이다.

우리나라 재벌 총수 중 어느 누구도 이런 꿈을 말해본 적 없지 않나. 그래서 한없이 낭만스럽지만 야심만만하기도 한 그의 도전을 응원한다.

[심희진 과학기술부 edg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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