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일 연속…영하 29도에도 얼음호수에 다이빙하는 남자

‘그레이트 레이크 점퍼’ 자처
‘아침 의례’처럼 호수 다이빙

얼음 덮인 미시간호수 입수 준비하는 댄 오코너. 댄 오코너 인스타그램 동영상 캡처. 연합뉴스

16일 오전 7시를 넘긴 시간. ‘그레이트 레이크 점퍼’를 자처하는 미국 시카고 주민 댄 오코너(56)는 이날도 어김없이 미시간 호수에 뛰어들었다. 이날 시카고 기온은 최저 섭씨 영하 29도, 최고 영하 26도, 체감온도는 영하 33도였다. 미 국립기상청은 시카고를 포함한 일리노이 북동부·중부 지역에 혹한 주의보를 발령하고 "지난 이틀에 비해 기온이 다소 회복됐지만 여전히 위험한 날씨"라며 야외활동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코너를 막지는 못했다.

잡지사 광고 담당 임원이었던 오코너는 2020년 6월부터 1200일 이상 매일 아침 시카고 미시간호변의 몬트로스비치에 나가 호수 다이빙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스트레스 해소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아침 의례’가 됐다. 그는 16일 시카고 트리뷴 인터뷰에서 "좋은 점이 많다. 엔도르핀이 솟고 긍정적 에너지가 넘치게 한다"며 "처음부터 이렇게 오래 할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하다 보니 의식처럼 되어버렸다. 당분간 그만둘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오코너와 친구 글렌 리쉬케는 이날 호수 다이빙 후 약 1분간 물속에 잠겨있다가 올라와 인근에 세워 둔 차 안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오코너는 "물속에서 얼음에 부딪히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얼음에 베이면 무척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리쉬케는 "정신건강을 위해 오코너 이벤트에 동참하기 시작했다"며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모든 것이 조금 덜 무겁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미시간호수 얼음물에 입수한 댄 오코너. 댄 오코너 인스타그램 동영상 캡처. 연합뉴스

오코너는 매일 입수 장면을 영상에 담아 SNS에 올리고 있다. 오코너는 "도심 빌딩 숲과 자연이 어우러진 이곳에서 미시간 호수에 뛰어들 때면 잠시나마 마치 내가 이 모든 것의 주인인 것처럼 느껴진다. 원망과 불평 대신 감사한 마음이 생기고 어두웠던 마음이 밝아진다"며 "이 때문에 매일 아침 이곳에 돌아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코너는 "모든 것을 잊고 다이빙 그 자체에만 집중해야 한다. 이 단순한 의식이 감정을 정화하고 내면을 가볍게 만들어 긍정적 기운이 솟게 해준다"고 강조했다.

임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