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평 배움학교 졸업 어르신 “영상 자서전 찍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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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에 출세했어요. 너무 행복해 잠이 안 와요."
1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충북 증평 김득신 배움학교 초등과정 졸업반 이복란(73)씨가 졸업 소감을 이야기했다.
김상명(51) 김득신 배움학교 문해교사는 "가정 형편 탓에 제대로 학교에 다니지 못한 어르신들이 한글을 익히고, 영상 자서전까지 제작하면서 너무 기뻐했다. 특히 학생들과 함께해 더욱 즐거워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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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에 출세했어요. 너무 행복해 잠이 안 와요.”
1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충북 증평 김득신 배움학교 초등과정 졸업반 이복란(73)씨가 졸업 소감을 이야기했다. 김득신 배움학교는 증평지역 노인 등을 위한 초등교육기관이다. 어려서 가정 형편 등으로 학교에 가지 못한 이들을 위해 한글 등 초등 교육 과정을 가르친다. 학교 이름을 따온 김득신 선생은 증평 출신 조선 후기 문신으로 10살에 글공부를 시작해 58살에 급제한 뒤 정선군수 등을 지낸 대기만성형 학자로, 늦깎이 공부의 본보기다.
이씨 등은 학교에서 1~3년 동안 한글 등을 익힌 뒤 중학 과정 진학을 앞두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지역 고교인 증평 형석고 영상 동아리 ‘라온’ 소속 학생들과 영상 자서전도 함께 만들었다. ‘추억 공유 디지털 영상 자서전’인데, 학생들이 기획·인터뷰·촬영·제작·편집 등을 도맡아 했다.
라온은 ‘즐거운’을 뜻하는 우리말로, 학생들은 ‘미디어를 통해 인생을 즐겁게 살자’는 뜻으로 이해한다. 영상 자서전에는 1학년 6명, 2학년 2명 등 8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8~9일 이틀 동안 영상을 만들었다. 첫날엔 인생, 젊은 시절, 꿈, 배움, 추억, 증평, 친구 등을 주제로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 날엔 휴대전화·카메라 등을 이용해 어르신들의 인생을 영상에 담았다. 이들 학생을 지도한 이동희 교사는 “아이들이 진지하면서도 재미있게 작업을 했다. 이웃과 어르신, 지역을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다섯 어르신의 영상 작품을 제작했는데 모두 특색있다. 권오철(82)·강복남(81) 부부는 학생과 함께 작업한 영상 자서전과 굴곡진 인생을 주제로 작품을 만들었다. 윤상기(76)씨는 친구와 건강하게 생활하려는 바람을 영상에 담았다. 이복란씨는 늦깎이 공부의 즐거움을, 이영은(72)씨는 인생 후배에게 하고 싶은 말을 주제로 영상을 찍었다.
이들 다섯 작품은 충북도 영상 자서전 공모에서 모두 수상했다. 김상명(51) 김득신 배움학교 문해교사는 “가정 형편 탓에 제대로 학교에 다니지 못한 어르신들이 한글을 익히고, 영상 자서전까지 제작하면서 너무 기뻐했다. 특히 학생들과 함께해 더욱 즐거워했다”고 말했다.
이들 어르신은 지난 15일 증평 형석고를 찾아 영상 자서전 공모 수상 상금 일부를 장학금으로 내놓기도 했다. 권오철씨는 “올해 받을 복을 다 받은 것 같아 너무 좋다. 학생들 곁에 있는 사람을 섬기고 소중히 여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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