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입양 중단' 발표...입양인 그룹 "잘된 일"
덴마크의 유일한 해외 입양 기관인 DIA(Danish International Adoption·이하 DIA)가 해외 입양 중단을 1월 16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덴마크는 공식 통계상 한국 아동을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이 입양한 국가다. 최근 들어 한국 아동 입양 사례는 매년 한 자리 수에 그쳤지만 한국을 포함해 남아프리카, 필리핀, 태국 등 다른 국가의 아동 입양도 전면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덴마크가 입양 중단을 발표한 같은 날, 노르웨이는 해외 입양을 유예하기로 발표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스웨덴이 한국 아동 입양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북유럽 3국에서 나란히 지난 수십년간 이뤄진 해외 입양을 중단해가고 있는 모양새다. 덴마크 국적의 한국인 입양인 모임으로, 해외 입양을 비판해오던 덴마크 한인 입양인 그룹인 DKRG(Danish Korea Rights Group)는 "해외 입양은 오래 전에 멈췄어야 한다", "좋은 결정"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뉴스타파가 보도한 DIA, 해외 입양 중단 선언
덴마크 입양 기관 DIA는 1월 16일 '해외 입양 지원을 중단한다'는 공지를 올렸다. DIA는 해외 입양을 중개하는 덴마크의 유일한 입양 기관이다. DIA는 "덴마크 항소 위원회(Danish Appeals Board)와 사회부(Ministry of Social Affairs)의 제재를 포함해, 재정 및 감독 체계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이사회에서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앞서 덴마크 항소위원회는 법적 기준 미달에 대한 우려 속에 남아프리카공화국 아동 입양을 중단하라는 권고를 덴마크 사회부와 DIA에 내린 바 있다. DIA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을 포함해 필리핀, 인도, 태국, 대만, 체코공화국 등의 아동 입양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이로써 한국 아동의 덴마크 입양도 전면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아동의 덴마크 입양은 1970년대~1980년대에 가장 많았다. 최근에는 그 수가 대폭 줄어 매년 한 자리 수에 그치긴 했지만 아예 중단된 것은 아니었다. 공식 통계상 2022년에는 5명의 한국 아동이 덴마크로 입양됐다. 지난 해(2023년)에는 2명의 한국 아동이 덴마크로 입양됐다. DIA는 2022년에 한국 아동의 입양을 단계적으로 중단한다고 발표했던 바 있다.
DIA 이사회의 부의장 앤 프리스(Anne Friis)는 이번 결정을 발표하면서 "힘든 결정이었다. 하지만 다른 출구는 없었다. 덴마크의 현 상황에서는 우리 같은 비정부기구는 더이상 해외 입양을 지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친가족 또는 모국에서 성장할 기회를 갖지 못하는 아이들의 이익을 위한 역할과 책임을 분명히 하는 데 이러한 전환(해외 입양 중단)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국탐사저널리즘-뉴스타파는 최근 <해외입양과 돈> 프로젝트를 통해 DIA의 입양 관련 내부 문서 3000쪽을 입수, 보도한 바 있다. DIA의 전신인 입양 센터(Adoption Center)와 댄어답트(DanAdopt)가 한국의 기관인 한국사회봉사회, 홀트아동복지회와 주고 받은 내부 서신을 통해 이들이 한국 아동 입양을 매개로 진행한 각종 금전 거래가 낱낱이 드러난 바 있다. 뉴스타파는 아동 송출에 대한 금전 대가를 기부금으로 위장해 덴마크 기관이 한국의 파트너 기관에 거액의 돈을 지불한 사실 등을 폭로했다.
수십년 해외입양 역사 속으로 사라질까
불법 해외 입양 관련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노르웨이 정부는 조사가 끝날 때까지 2년간 해외 입양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노르웨이는 통계상 한국 아동을 세계에서 5번째로 많이 입양했다. 2022년에는 6명의 한국 아동을 입양했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입양을 제외하면 신규 입양은 중단된다.
스웨덴은 지난해 말 한국 아동 입양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2022년 스웨덴으로 입양을 간 한국 아동은 공식 통계상 9명이다.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는 한국 아동을 많이 입양한 대표적인 북유럽 국가들이다. 미국(1위), 프랑스(2위)의 뒤를 잇는다.
공식 통계상 덴마크는 1965년부터 한국 아동을 입양했다. 스웨덴은 1958년, 노르웨이는 1956년부터 한국 아동을 입양하기 시작했다. 길게는 68년만에 해외 입양이 중단의 길목에 놓인 것이다.
DKRG "입양 중단, 좋은 결정"..."책임 다해야"
덴마크 한인 입양인 그룹(DKRG)의 피터 뮐러 공동 대표는 뉴스타파에 "덴마크가 좋은 결정을 내렸다. 해외 입양은 이미 오래 전에 멈췄어야 한다"고 말했다.
DKRG는 덴마크 한인 입양인들의 그룹으로, 해외 입양의 불법성 및 서류 조작, 고아 호적 문제, 입양인들의 인권 침해 문제에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들은 한국 정부 측에 해외 입양 관련 조사를 요청했고,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처음으로 해외 입양 조사 개시를 결정(2022년)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피터 대표는 "DKRG가 덴마크의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걸 확신한다. 우리가 입양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면, 덴마크는 계속해서 입양 사업을 지속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DIA가 입양 중단만으로 모든 문제를 덮을 것이 아니라 과거 해외 입양에서 벌어진 각종 문제를 철저히 조사하고 정부에서 책임을 다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피터 대표와 함께 DKRG그룹의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한분영 대표는 "덴마크 정부에서는 과거 해외 입양 문제가 계속 폭로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라며 "그런 걸 피하고 싶어서 입양을 중단하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덴마크에서 앞으로 해외 입양과 관련한 조사를 하는데, 정부의 책임 문제는 빼고 역사적인 조사(과거에 일어난 해외 입양의 문제)만 할 예정이다. 우리는 그것보다, 누가 이 문제에 책임이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한국 아동 입양에 문제가 있는 걸 알면서도 덴마크에서는 계속 한국 아동을 입양했다. 그런 책임이 정확하게 누구에게, 어디까지 있는지가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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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강혜인 ccbb@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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