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휘둘리지 않게…미디어 리터러시 학교수업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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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같던 장관이 흰머리가 성성해져 돌아왔다.
두 번째로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를 이끄는 유인촌 장관(72)은 취임 첫날부터 발로 뛰었다.
14일 취임 100일을 맞은 그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 마련한 문체부 서울 사무소에서 만났다.
―13년 만에 문체부 장관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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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전지현 문화스포츠부장
청년 같던 장관이 흰머리가 성성해져 돌아왔다. 두 번째로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를 이끄는 유인촌 장관(72)은 취임 첫날부터 발로 뛰었다. 각 분야의 예술가와 운동선수부터 실무자, 경영자 및 기관장까지 매일 만나 민심을 훑고, 문화예술 3대 혁신 전략을 비롯한 장기 계획을 '번개'처럼 마련했다. "두 번째로 일하니 뭘 해야 할지 보였다"는 그는 "내 마지막 공무다. 올바르게 문화만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14일 취임 100일을 맞은 그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 마련한 문체부 서울 사무소에서 만났다.
―13년 만에 문체부 장관으로 돌아왔다. 과거 현장과 어떤 차이가 있나.
▷많이 달라졌다. 옛날보다는 굉장히 더 세분화됐다. 예산도 2008년 2조6354억원에서 올해 6조9545억원으로 늘었다. 그대로인 건 순수예술계가 여전히 가난하고 힘들다는 거다. 성인 독서인구도 48%로 떨어졌다. 옛날에도 이렇게 절박하진 않았다.
―취임 후 100일간 100번의 현장 방문과 의견 수렴 강행군을 해왔다.
▷제일 어려운 건 예산 안배다. 우리는 규제를 관장하는 부처가 아니라 산업을 진흥하고 서비스하는 부처다. 문화가 어려운 건 다 알고 있지만, 금방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 곳이라 아무래도 눈에 보이는 곳에 돈이 가게 돼 있다. 현장간담회 결과를 어떻게든 들어주고 싶다. 돈으로 안 되면 공직자들이 몸으로라도 때워야 한다. 현장에 상처가 생기면 공직자가 가서 위로라도 해야 한다. 실제로 간담회로 정책 수정을 많이 했다. 3개월 만에 바꿀 만한 것은 다 바꿨고 1년 치 일은 한 것 같다. 큰 그림은 다 그려졌다.
―오늘은 한국도서관협회와 만났다.
▷국립중앙도서관장이 1년4개월간 공석인 상황을 우려하더라. 국공립도서관장은 지성을 상징하는 자리다. 사서자격증이 있는 전문가가 맡아야 하지 않겠나. 사서의 처우에 관한 요구가 있었는데 적어도 대우가 좋다는 국회도서관 수준으로는 맞춰주겠다.
―최근 OTT로 직행하는 영화가 늘고 있다. 극장 티켓에 포함된 영화발전기금(관람료의 3%)을 OTT에서 징수할 수 없어 영화 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업계에선 6개월 홀드백을 주장하는데.
▷환경 변화에 한국이 미리 대처를 못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의 지식재산권(IP) 독점 문제가 심각해 IP 확보와 홀드백(상영 유예기간)이 화두다. 홀드백은 무조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극장에 개봉하고 가야지, 동시에 공개하면 누가 극장에 가겠나. 서로 상생할 수 있는 협의를 잘하고 법을 만들어야겠다. 올해 콘텐츠 펀드 1조7400억원을 마련해 많은 투자를 할 예정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작품은 IP와 홀드백을 조건으로 하는 방법이 가능할 것 같다.
―콘텐츠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성장동력을 키울 방법은.
▷웹툰은 우리 플랫폼이다. 넷플릭스가 미국 플랫폼인 것처럼. 탄탄하게 지원해 잘 육성해야 한다. 웹소설도 앞서가고 있다. K팝은 워낙 민간에서 잘하고 있다. 다만 피프티피프티(소속사와 전속계약 분쟁을 일으켰던 걸그룹) 같은 문제는 FA(자유계약) 제도 도입을 생각하고 있다. 남자 아이돌은 입영 시기를 연기해 달라는 업계 요청이 많았다.
―최근 해외 미술 작가들이 가장 전시하고픈 도시가 서울이라고 한다. 클래식 등 다른 장르 축제도 육성할 계획이 있나.
▷9일 예술의전당에서 신년음악회를 했는데, 내년부터는 신년음악회도 브랜드화하겠다. 일찍 티켓을 팔고 국제적으로 홍보도 해보려 한다. 최소한 중국·일본·동남아에서는 공연을 보러 왔으면 좋겠다. 우리 음악가들은 국제적인 수준이다. 피아노, 바이올린, 성악, 발레 전부 콩쿠르에서 세계 1등을 휩쓸고 있다. 오페라·교향악 축제도 키우려 한다. 국가 브랜드화할 수 있는 수준의 장르별 대표 축제가 하나씩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국회에 계류 중인 저작권법 개정안에 인공지능(AI)의 자유로운 학습권을 보장하는 '텍스트와 데이터 마이닝(TDM)' 면책 규정이 포함돼 있다. 예술가들과 언론이 AI의 무단 학습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데이터를 학습시킬 때 저작권 보상을 해야 한다. 현행법상 그러하다. 그런데 당장은 세계적으로 AI 기술 경쟁이 치열해 발전의 발목을 잡는다는 의견도 있다. 그래서 상생을 해야겠지만, 저작권을 보호하는 우리의 원칙은 분명하다.
―'가짜뉴스'와의 전쟁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만큼 중요해졌다. 문체부 차원에서 가짜뉴스를 막을 방법과 '미디어 리터러시(매체 보도를 이해하고 평가하는 능력)' 교육 강화를 추진 중인가.
▷가짜뉴스는 우리가 규제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교육이나 홍보에 주력해야 한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앞장서서 준비하고 있다. 교육부와 협의해 청소년기부터 가짜뉴스를 구별할 수 있는 교육을 학교 수업에 넣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조만간 관계장관회의 때 안건으로 발제하려 한다.
―올해 19세가 되는 청년 16만명에게 최대 15만원을 지원하는 문화예술패스 도입을 최근 발표했다.
▷문화복지제도로 문화누리카드가 있지만 사실 예술에 소비가 잘 안 된다. 참고서 구입이나 스포츠 경기 관람에 많이 쓴다. 그래서 차라리 성년이 되는 19세 청년들에게 순수예술을 접할 수 있는 지원을 새로 만들자는 생각을 했다. 전통예술·연극·무용·전시·클래식에만 쓰자는 거다.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7월 26일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을 K아트 쇼케이스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등 국립단체들은 올림픽 전후에 대부분 다 파리에 간다. 미술 전시도 바스티유 광장 인근에서 준비하고 있다.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많은 걸 준비해서 보여주겠다.
―파리 올림픽에서 목표 메달 수와 순위를 정했나.
▷금메달 10개가 목표다. 최근 올림픽 금메달이 줄었다고 하는데, 사실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메달 수가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다. 메달 하나에 울고 웃고 화내고 하지 않나. 엘리트 체육은 완성됐다고 생각해 그동안 생활체육을 강조했던 것 같다. 하지만 엘리트 체육도 여전히 중요하다. 선수촌 훈련 기간을 30일 늘린 것도 지난 임기 때였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핸드볼 경기를 보면서 목 터지게 응원했는데, 러시아를 상대로 9골을 뒤집는 걸 봤다. 메달을 따고 돌아가면 "전용 경기장을 짓는다"고 약속했고, 다행히 SK가 짓겠다고 해서 팀 창단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선수들이 국민들에게 위로도 감동도 준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
―오는 19일 2024 강원 동계 청소년올림픽이 개막한다.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다. 2주 동안 선수 1800여 명, 관객 25만명이 예상되는데 예매율은 100%를 넘었다. 도전, 모험, 우정 같은 가치를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올림픽 동안 K팝 공연 등 문화를 소개하는 것도 준비 중이다.
―정부가 대중제 골프장 그린피를 규제하면서 평균값을 적용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
▷골프장이 그런 규제의 대상일 필요가 있었나 싶다. 개인적으로 골프를 안 친 지 오래됐다. 대중제 골프장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클럽하우스를 좋게 지을 필요가 없고, 노캐디 골프장이라든지 미국처럼 가격을 낮추고 적당한 시설만 갖추는 것도 좋지 않겠나.
―2023~2024년은 '한국 방문의 해'다.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을 유치하려면 가장 시급한 것은.
▷목표를 높게 잡긴 했는데 코로나19 직전 1750만명이 정점이었다. 쉽지 않겠지만 끌어들일 수 있는 요인을 만들어야 한다. 코리아그랜드세일이 11일 시작했고 2월 29일까지 전국에서 열린다. 6월에는 코리아뷰티페스티벌을 대대적으로 연다. K메이크업·패션·음식 등을 선보이며, 한국방문의해위원회에서 여러모로 준비하고 있다. 서울도 런던 비달사순박람회처럼 사람들을 끌어모아야 한다. 지역축제, 예술축제도 다 살려서 관광의 요소로 해외 마케팅을 하라고 했다. 신안 퍼플섬에서 문화의 달 행사를 했는데 그런 것도 해외에 팔아야 한다.
―자전거로 유럽 대륙을 횡단했다. 요즘도 타고 있나.
▷2022년에 두 달간 유럽에서 자전거 여행을 했다. 지금은 너무 바빠서 걸어다닐 시간도 없다. 전임 때는 늘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했다. 그만큼 분야가 많아지고 일도 많아진 거다. 장관 취임 전에는 매일 탔는데 지금은 숨쉬기 운동만 하고 있다.
―최고의 배우였다. 여전히 무대나 카메라 앞에 서고 싶지 않은가.
▷연극 '파우스트'를 지난해 3월에 했는데, 그런 생각을 할 여유도 없다. 두 번째로 장관이 되니 마음이 더 급하다.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이 없어서다. '이번에는 순수예술 예산을 늘리고 지원해 어떻게든 숨통을 틔워 줘야지' 하는 생각이 있다.
유인촌 장관
△1951년 전북 완주 출생 △1970년 한성고 졸업 △1974년 MBC 6기 공채탤런트 △1980년 중앙대 연극영화학과 졸업 △1986년 중앙대 대학원 문학 석사△1990년 KBS 연기대상 대상 △1996년 극단 유 대표 △1999년 유시어터 대표 △2004년 서울문화재단 대표 △2008~2011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2023년 대통령 문화체육특별보좌관
[김슬기 기자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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