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윤석열 정권’ 탄압에 맞서 이긴 투사…尹 심판에 앞장설 것”
“이재명 피습 사건, 정부 당국이 축소…숨기려는 자가 범인”
“尹 ‘김건희 특검’ 거부는 명백한 이해충돌…국민은 두 번 속지 않는다”
(시사저널=구민주·김종일 기자)
오는 4월10일, 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치러집니다. '누구'를 뽑느냐에 따라 나와 가족, 우리 동네와 대한민국의 운명이 좌우됩니다. 시사저널은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을 드리기 위해 '릴레이 인터뷰'를 기획했습니다. 출사표를 던진 각 지역구의 후보들을 만나 출마 포부와 핵심 공약, 정치 현안에 대한 솔직한 소신을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윤석열 정권에서 1년을 버틴 문재인 정권 마지막 장관급 인사. 두 정권을 거쳐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낸 전현희 전 위원장의 마지막 1년은 '전쟁'과 같았다. 대통령의 업무보고 거부와 '알박기'라는 여당의 비판, 감사원의 최장 기간 감사가 이어졌다. 그 가운데서 그는 '죽음의 공포'를 고백하기도 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었다. 윤석열 정부와의 전면전을 불사하던 그는 지난해 6월, 3년 임기를 완주했다. 전쟁 후 야인으로서 잠시 쉼표를 찍는 듯 했던 그는 6개월 만에 국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흉기 피습 사건을 계기로 출범한 당내 '당대표 정치테러대책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아,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리고 지금 그는 또 다른 전장에 나설 준비를 마쳤다. 4월 총선에서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종로는 전 전 위원장과 격돌했던 감사원이 있는 곳이다. 현역 의원은 감사원장 출신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이다. 전 전 위원장은 16일 국회에서 진행한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총선은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는 시간"이라며 "정권의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맞서 싸워 이긴 투사, 이런 야당 정치인 한 명 필요하지 않겠나"라며 또 한 번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먼저 '총선에서 왜 정치인 전현희가 필요한가'라고 묻는다면.
"윤석열 정권에서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싸워서 이긴 투사. 많은 분들이 '이번에 이런 정치인 한 명 야당에 필요하지 않겠나'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이번 총선의 성격은 명백히 윤석열 정권 심판이다. 정권과 맞서 이긴 제 쓰임새가 분명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역구를 서울 종로 출마로 정했다. 왜 종로였나.
"다시 이야기 드리지만 이번 총선은 정권 심판이다. 그렇기에 정권에 맞섰던 투사 전현희가 총선에서 중요한 상징성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정치 1번지이자 최전선인 종로에 기치를 걸고 출전한다면 더더욱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번 정권에서 야당 탄압의 한 역할을 했던 감사원이 바로 종로에 있다. 총선에서 승리하면 감사원을 정치적으로 독립성을 갖춘 '국민의 감사원'으로 다시 바로 세우는 역할도 할 것이다."
총선 승리를 통해 국회의원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갖게 된다면 가장 이루고 싶은 과제는 무엇인가.
"이 또한 윤석열 정권 심판이다. 사실 권익위원장을 마지막으로 정치를 그만 하려고 했다. 이젠 개인의 행복한 삶을 누리고 싶다는 소박한 꿈이 있었다. 하지만 그 꿈을 삽시간에 무너트린 게 바로 임기 막판에 겪은 정부의 사퇴 압박이었다. 그 때 많은 생각을 했다. 정치에서 벗어나 나 혼자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는 꿈은 아직 너무 사치스러운 것 아닐까. 아직은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는 것 아닐까. 제가 탄압을 경험한 증인이 된 만큼, 국민들에게 이런 무도하고 불의한 정권이 다시는 있어선 안 된다는 걸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게 됐다. 그래서 정치로 돌아오기로 결심했다. 다시 정치를 한다면 그 사명감과 책임감을 결코 피하지 않을 것이다."
이달 초부터 민주당 '이재명 당대표 정치테러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 2일 이 대표 피습 사건을 어떻게 평가하며 대응하고 있나.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경찰 발표대로 과연 정말 단독범이었을까. 여전히 공범과 배후에 대한 의심, 자금책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등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것들이 투명하게 규명돼야 테러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대로된 대책도 세울 수 있다. 철저한 수사와 진상규명이 시급하다."
정부 당국의 사건 축소‧왜곡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데 이유는 무엇인가.
"사건 초기 국무총리실 산하 대테러상황실에서 배포한 문자메시지가 앞선 소방당국의 1보 내용과 차이가 있었다. 이 대표 상태가 정확히 확인되기도 전에 '1cm 경상'으로 적시하며 명백히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 그게 삽시간에 퍼져 보도가 되다보니 이후 이 대표가 헬기를 타고 서울로 이송된 것이 '특혜' 아니냐는 문제가 더 확산됐다. 사태가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전개돼버렸다. 또 비슷한 시기 경찰은 사건 현장을 물청소하며 증거를 인멸했다. 이것이 다 일종의 해프닝으로만 볼 수 있을까. 배후에서 기획하고 지시한 책임자가 있는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테러범의 당적을 비롯한 신상 공개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사건 초기엔 테러범이 민주당원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정보를 누설한 주체를 아직 단정할 순 없지만 사실 수사 당국 아니고서야 알기 어려운 내용 아닌가. 그런데 진실과 부합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중에 언론 취재를 통해 테러범이 국민의힘 당적을 갖고 있었던 데다 태극기 집회에도 자주 나갔던 인물이란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나. 이런 혼선과 각종 유언비어는 결국 당국이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숨겨서 더욱 확산하는 것이다. '숨기려는 자가 범인'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정보를 공개하면 오히려 음모론을 막을 수 있는데 왜 막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단적으로 지난 2006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커터칼 피습 당시엔 사건 하루 만에 테러범의 신상을 공개했다. 이번이 그때보다 여러모로 더 피해가 위중할 수 있던 사건이다. 공정의 잣대에 분명히 위배된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어떻게 보나.
"명백한 이해충돌이다. 제가 이해충돌을 다루는 주무부처의 장이었고 관련법도 만들지 않았나. 이건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소지가 매우 크다. 또 특검을 거부하도록 요청하는 것도 직권남용 소지가 충분하다. 법률적으로만 따지자면 대통령의 이번 거부권 행사는 탄핵 사유까지 될 수 있다. 지금 국민 60~70%가 특검 하라는 것 아닌가. 특검은 국민의 명령이다. 이걸 거부한다? 총선에서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제2부속실 설치나 특별감찰관 임명 등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또 김건희 여사를 총선까지 등장시키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되는데.
"국민들은 두 번 속지 않는다. 지난 대선 때도 불미스러운 일들이 제기되니까 김 여사가 국민 앞에 나와 사과하며 '조용한 내조'를 하겠다고 일종의 쇼를 하지 않았나. 그때 국민은 그걸 믿고 윤석열 후보에게 표를 준 것인데 지금 그 때와 비슷한 일이 또 일어난 것이다. 정부는 이번에도 미봉책을 제시하며 잠시 국민 눈앞에서 김 여사를 사라지게 하면 또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국민들은 더는 속지 않는다. 국민은 이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와 법적 책임만을 원한다."
현장에서 접하는 민심은 좀 어떤가.
"권익위원장 그만두고 전국을 다니며 강의 요청에 응했다. 현장에서 듣는 이야기 대부분이 이 정권에 화가 난다는 것이었다. 전지역적으로 비슷했다. 이 정도면 이제 대통령이 국정 기조를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 나라 살림을 챙겨야 하고, 무엇보다 야당과 만나야 한다. '범죄자와 자리를 함께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은 더 이상 검사가 아니다. 행정수반으로서 거대 야당 제1야당 대표를 만나 협치를 요청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지금 대통령의 태도는 국민 무시다. 마치 국민을 군림하겠다고 하는, 전제군주시대 왕과 다름 없는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윤석열 정부는 국민적 비극이나 재앙이 닥쳤을 때 책임을 회피하고 피해자를 외면한다. 문재인 정부 때도 자연재해나 여러 심각한 사건‧사고가 많았다. 그런데 그때 정부는 기민하게 움직였고 피해자들을 위한 역할에 노력했다. 그래서인지 피해자들이 정부를 비난하며 거리에 나와 대책을 호소했던 기억이 없다. 그런데 이 정부는 책임을 피하기 바쁘고 아랫사람에게 모든 것을 전가하며 피해자는 무시한다. 이런 기조와 태도가 정말 바뀌길 바란다. 국민을 보호하고 책임지는 1차적 주체는 야당이 아니라 집권여당이고 대통령이다."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민주당이 '이것만큼은 꼭 해야 한다'거나 '꼭 해선 안 된다'는 게 있다면.
"지금 민주당은 집권여당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민생을 걱정하고 관련 법안을 많이 발의하고 있다. 번번이 대통령 거부권 앞에 좌절되고는 있지만 최대한 국민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역할이다. 이들이 바로 서게 만드는 것도 야당의 책임이다. 정부 여당에 대해 수세적이거나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좀 더 공세적으로 나가야 한다. 그 힘을 발휘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당내 분열을 막고 단합해야 한다."
'180석을 몰아줬는데 그동안 대체 무엇을 했느냐'는 비판이 있는데.
"'국민이 옳습니다'라고 답해야 한다. 180석이라는 압도적 표를 던져준 건 자신들의 뜻을 제대로 대변해주길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야당이 정권에 맞서 너무 무기력했다는 게 대다수 국민의 생각이다. 180석 야당 무용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와 똑같은 자세로 이번 총선에서도 표를 달라고 하면 외면당할 것이다. 민주당도 바뀌어야 한다. 유능하고 실력 있는 수권정당의 모습을 더 보여줘야 하고 선명한 야당이 돼야 한다."
이재명 대표 용퇴론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
"이 대표는 압도적인 지지로 당대표가 됐다. 유력 대선주자로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그런데 이 자산에 대해 민주당 내부에서부터 너무 깎아내리려는 시도가 많았던 것 같다. 이번 총선에서 당의 얼굴은 이 대표가 돼야 한다. 당은 더욱 단합하고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래야만 당 밖에서 민주당을 분열시켜 반사이익을 얻으려 하는 세력과 제대로 맞서 이길 수 있다. 민주주의 정치에선 당연히 정치적 견해가 다를 수 있다. 모두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외부에 공격 앞에선 단합해야 한다. 단결만이 총선 승리의 길이다."
이낙연‧이준석 등을 주축으로 한 제3지대 세력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민주당은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나.
"제3지대 의미를 결코 축소하거나 폄훼해선 안 된다. 양당 정치를 위협하는 새로운 흐름인 것은 분명하다. 민주당도 긴장해야 한다. 비례대표에선 이들이 양당의 의석을 상당히 가져갈 수 있다고 본다. 지역구에서도 선거 판도를 어느 정도 흔들 힘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 면밀히 주시하고 전략도 제대로 마련해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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