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랠리는 커녕 무너진 금융시장···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이윤주·박채영 기자 2024. 1. 1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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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17일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한수빈 기자

신년랠리를 기대했던 국내 금융시장이 대내외 악재에 맥을 못추고 있다. 정부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시장 부양 조치 약발은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

우선 남북 긴장 고조, 중동 불안 등 지정학적 위험이 도드라져 보인다. 특히 아시아 주변국과 비교해서도 국내 시장이 부진한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민감해하는 대북 위험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시장 분석이 나온다. 최근 북한의 발언 수위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높고 정부도 맞대응 모드라 외국인들이 이전과 상황을 달리 볼 가능성도 있다.

또 중국의 경기 회복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수출이나 반도체 업황 회복세가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도 금융시장을 짓누르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날 종가보다 61.69포인트(2.47%) 내린 2435.90에, 코스닥은 21.78포인트(2.55%) 내린 833.05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대거 내다 팔고 달러화도 강세를 보인 탓에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2.4원 급등한 1344.2원에 마감했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는 강세다. 국제적으로 지정학적 갈등이 고조되고 중국 경제가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위험자산을 회피하는 심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초 발생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장기화 양상을 보이면서 최근에는 예맨 후티 반군과 미국의 ‘대리전’으로 전쟁이 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동 원유 수송의 핵심 항로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긴장이 높아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주도하고 있다. 물류 불안을 키워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다시 인플레이션이 재현되면 금리인하는 어려워 진다. 실제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하루만에 0.73% 올라 103.38까지 상승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금리인하 기대가 수그러들고 있는 것 역시 달러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16일(현지시간) 미국 인플레이션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금리 인하를 서둘러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날 중국은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5.2%를 기록했다고 발표해 목표치를 달성했다. 그러나 최근 물가가 마이너스 상태를 이어가고 지난해 12월 소매판매도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 오히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경기에 기대는 측면이 큰 한국으로서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1~12월 국내 수출이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면서 경기회복 가능성에 불씨를 당겼지만 중국 경기가 올해에도 정상화되지 못하다면 국내 경기회복세 역시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국내 금융시장과 경기가 연초 부진을 털고 재차 반등하기 위해서는 중국발 각종 불확실성이 완화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특히 아시아에서 비교하더라도 국내 증시의 부진은 두드러지는데, 여기에는 최근 고조되고 있는 북한발 긴장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 체제인 한반도에서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는 대표적인 ‘코리아리스크’로 인식된다. 이날도 유일하게 코스피보다 부진한 홍콩H지수(-3.4%)를 제외하면 일본 닛케이225지수(-0.40%), 대만 자취안지수(-1.07%)보다 코스피 하락폭이 컸다. 강진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한반도의 전쟁 리스크를 민감하게 고려하는 만큼 북한의 도발 이후 이틀 연속 순매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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