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명 사상 ‘오송 참사’ 첫 재판…“잘못없다”는 현장소장에 유족 울분

지난해 7월15일 침수로 2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 현장 / 조태형 기자

25명의 사상자를 낸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관련 첫 재판이 17일 열렸다. 지난해 7월15일 참사가 발생한 지 186일만이다.

청주지법 형사5단독 정우혁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업무상 과실치사상, 증거위조·사용 교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미호강 임시제방 공사의 현장소장 A씨(55)와 감리단장 B씨(66)의 첫 공판을 열었다.

이날 두 피고인은 사건이 병합되지 않아 시간차를 두고 따로 재판을 받았다.

A씨는 2021년 미호천교 확장공사 편의를 위해 기존 제방을 불법 철거하고 임시제방을 부실하게 축조하거나 사고 당일 제방이 위험하다는 주민 민원에도 불구하고 유관기관 전파, 비상근무 지시 등 주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또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임시제방 공사를 진행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직원을 시켜 시공계획서 등 관련 서류를 위조한 혐의도 있다.

A씨 측 변호인은 재판부에 “전반적으로 공소사실을 부인한다”며 “임시제방은 전년도와 같이 충분한 높이로 쌓았기 때문에 부실 축조라 볼 수 없고, 주의 의무 소홀과 관련해선 사고 전날부터 유관기관에 도로통제 등을 요청하는 등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7월15일 ‘오송 지하차도 참사’ 전 인부들이 미호강 보강공사를 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도종환 국회의원 사무실 제공.

A씨가 혐의를 모두 부인했지만 감리단장인 B씨는 검찰의 공소사실 대부분을 인정했다.

B씨는 시공사가 오송∼청주 도로 확장공사 편의를 위해 기존 제방을 불법 철거하고 임시제방을 부실하게 쌓아올린 사실을 알고도 이를 묵인 및 방치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 측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대체적으로 인정한다”며 “사건 증거 기록이 방대해 아직 등사하지 못했다. 구체적인 과실 내용에 대해선 증거기록을 검토해 의견을 내겠다”고 밝혔다.

이날 법정에는 유가족들도 참석해 첫 공판을 참관했다.

재판을 방청한 직후 유족들은 기자들과 만나 “감리단장 B씨는 고개를 숙이고 있어 사죄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지만 현장소장 A씨는 잘못한 것이 없다는 듯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있었다”며 “잘못하고도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고 울먹였다.

이들의 다음 공판은 다음 달 14일 열린다.

앞서 지난해 7월15일 오전 8시40분쯤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는 인근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유입된 하천수로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침수됐다. 이 사고로 14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