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 거부권 말아달라” 영정 든 이태원 참사 유가족, 눈비 속 침묵 행진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17일 서울시청 분향소에 올렸던 영정을 잠시 내려 품에 안았다. 함박눈이 내린 이날, 가족의 영정을 든 유족들이 ‘진상규명’과 ‘특별법 공포’를 촉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이날 서울시청 분향소에 모인 유가족 70여명과 종교인·시민 60여명은 참사 희생자 159명의 영정을 들고 침묵 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은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의 정부 이송을 이틀 앞두고 정부에 신속한 법안 공포를 촉구하며 용산 대통령실로 향했다. 대통령실을 향해 걷는 1시간20여분 동안 유가족들은 내리는 눈과 비에 젖을까 영정을 연신 닦았다.
고 추인영씨 어머니 황명자씨는 “아이의 영정을 들어야 하는 일이 또 있다는 것이 슬프다”면서 “대통령이 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게만 할 수 있다면 그 앞에 무릎이라도 꿇고, 무엇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정부·여당이 특별법에 대한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검토 중인 것을 두고 비판을 쏟아냈다. 이들은 “특별법이 순조롭게 공포될 때까지 유가족들의 눈물과 한숨은 거두어지지 않는다”며 “침묵으로 절규하는 유가족들의 호소와 죽음 뒤에 가려진 진실을 밝혀달라는 희생자들의 소리 없는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했다.
이정민 유가협 위원장은 행진 전 기자회견에서 “합법적으로 만들어진 특별법에 대해 아직도 거부권을 행사할지 말지 말이 나오는 상황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면서 “국회를 통과한 법을 대통령이 공포만 하면 되는데 더 이상 어떤 이야기가 필요하겠느냐”고 했다. 이어 “여당과 정부는 특별법이 마치 엄청난 권한을 가진 듯 왜곡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원인 규명을 위해 잘 협조하기만 하면 문제될 것 없는 것들”이라고 했다.
이지현 시민대책회의 공동위원장은 “내일(18일) 오전 여당이 의원총회를 열고 거부권 요구 여부를 확정한다고 들었다”며 “참사 발생의 진실을 감추려는 것이 아니라면 여당은 내일 특별법 공포 의견을 확정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송 즉시 법안을 공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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