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크리처' 박서준 "일본인의 반감? 최근에도 일본에서 행사 하고 와" [인터뷰M]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에서 경성 최고의 전당포 대주이자 제1의 정보통 장태상을 연기한 박서준을 만났다. 장태상은 돈, 물건, 사람 심지어 사람의 목숨까지 그를 통해 본정 거리에 움직인다는 말이 있는 인물로 흠잡을 데 없는 외모와 호기로운 성격, 능란한 처세술을 갖춘 북촌의 자산가로 이시카와 경무관의 애첩을 찾던 중 토두꾼 채옥과 얽히며 전혀 다른 인생을 맞이한다.
작품이 공개된 이후 주변의 이야기, 기사 등을 통해 꼼꼼하게 반응을 살펴보고 있다는 박서준은 "많은 분들이 봐주시는 것만큼 보람찬 게 없다. 그만큼 관심도가 높았나 싶어 감사하다"며 파트 2까지 공개된 이후 글로벌 TOP 10(비영어)의 3위 등극과 더불어 일본, 홍콩, 인도네시아, 인도, 싱가포르 등에서 흥행을 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처음 편집본을 봤을 때 7부까지 한 챕터로, 8~10부 까지는 두 번째 챕터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박서준은 "막상 작품이 나오고 나니 저 역시도 시청자 입장에서 한 번에 다 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하지만 파트를 나눠 생길 수 있는 기대감에 대해 신경 쓴 파트 분배가 아니었을까?"라며 시즌1을 2개의 파트로 나뉘어 공개한 것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경성크리처'는 일제강점기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작품의 작가와 감독은 배우들을 캐스팅하면서 많이 조심스러웠다고 했다. 글로벌 OTT를 통해 공개될 작품인데 글로벌 팬 중에서 일본 팬들에게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었다고. 그런 작가와 감독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박서준은 선듯 이 작품을 하겠다고 나섰다.
"나섰다는 표현은 좀 웅장한 것 같다"라고 손사래를 치는 박서준은 "10년 넘게 활동하면서 그 시대를 표현하는 작품을 경험해 보고 싶었다. 작품이라는 건 내가 하고 싶다고 하는 게 아니라 제 시간, 상대 배우의 시간, 적당한 타이밍에 하고 싶은 작품이 있어야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인데 딱 마침 시대적 배경을 표현하는 작품이 하고 싶었을 때 '경성크리처'가 있었고 시대극과 크리처물의 결합도 신선,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는 건 어떤 것일지 궁금해서 아주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된 것."이라며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작품 초반에 나오는 일본 731 부대의 마루타 실험 장면을 보며 충격을 받았다는 박서준은 "저도 학교 다니며 역사를 배웠는데 그때는 겨우 사진 정도로만 보다가 그걸 적나라하게 표현된 걸 봤더니 충격이 배가 되더라. 충격적이고 보기 힘들었지만 계속 기억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가 이 드라마에 있다. 몰랐던 사람에게는 알려주는 계기가 될 수 있고 알고 있던 사람에게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며 이 작품 속 장면들이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를 이야기했다.
그는 "그렇지만 연기를 하며 역사적 사실에 더 무게감을 주지는 않았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 시기를 살아가는 사람 중 한 역할로 표현하고 싶었다. 이런 시대극에 참여하면서 역사의 무게감을 안 느낄 수는 없다. 그게 중요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다만 이 작품에서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잘 전달되기를 더 많이 바랬다."라며 역사적 책임감이나 무게감에 짓눌리기보다는 캐릭터를 통해 의미를 전달하는 메신저가 되길 자처했음을 알렸다.
최근에도 일본에서 행사를 할 정도로 일본에서의 인기가 많은 박서준이다. 행여나 '경성크리처'로 인해 해외에서의 활동에 영향을 받은 건 없냐고 물어보니 전혀 그렇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일본에 일본인 친구도 있어서 작품이 공개되며 반응을 물어보니 다들 '반감 가지는 사람의 이유를 모르겠다'는 말을 하더라. 제 지인이라 그럴 수 있지만 좋게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말을 들어서 일본에 공연을 가는 것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고 잘하고 왔다."며 실제 일본에서의 반응을 전했다.
1940년대 당시의 상황에 대해 많은 것을 보여주고 이야기한 '경성 크리처'였지만 독립군의 모습이 장태상보다 의롭지 않아 보인다는 비난이 일기도 했었다. 이에 대해 박서준은 "태상이라는 인물이 말은 독립과 상관없다는 식으로 했지만 그의 어머니가 독립군이었다. 그래서 조국의 독립에 마음이 없지는 않았을 것. 그런데 그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에서 돈이 중요하다고 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의 진심은 돈보다 본정거리 사람들이 더 중요했다. 함께 생활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애써 독립운동을 거부하려고 했던 것도 있을 것."이라며 태상이의 진심을 해석했다.
그러며 "촬영하면서 독립군을 낮게 표현한다는 생각은 안 했다. 상황만 생각하다 보니 그렇게 보일 수 있겠다 생각했지만 그런 극한의 상황에 처한다면 누가 무슨 선택을 하든 그걸 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인간의 면면을 보여주는 설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독립군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고 내가 있는데 절대 독립군을 낮게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박서준은 시청자들의 오해를 바로잡았다.
'경성크리처'를 촬영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사는 "이런 시대가 아니었으면 겪지 않을 일"이라는 박서준은 "그 장면을 찍을 때 생각과 고민이 많았고 잘해야 한다는 걱정도 많이 했다. 곱씹을수록 참 많은 생각이 드는 말"이라며 아픈 시대의 상황을 연기했던 경험을 소중한 듯 이야기했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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