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부친·간병 아들 숨진 채 발견···"국가지원 못받아"

50대 아들이 치매 앓던 부친 간병 돌봐···
건강보험공단 장기요양등급 판정 이력 없어

[서울경제]

치매를 앓던 80대 아버지와 그를 간병하던 50대 아들이 같은 날 숨진 채 발견됐다.

17일 대구 달서경찰서는 이날 오전 8시 18분께 달서구 월성동 한 아파트 화단에 사람이 숨진 채 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50대 A 씨와 80대 B 씨가 각각 아파트 화단과 주거지인 아파트 내에서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은 해당 아파트에서 함께 사는 부자지간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아들 A 씨가 치매를 앓던 부친 B 씨를 돌봐왔다. 경찰 관계자는 “부친 B 씨는 8년간 치매를 앓아온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A 씨가 아버지 B 씨를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정밀 감식 등을 진행하고 있다. 현장에선 유서로 추정되는 메모도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유족 등의 요청에 따라 유서 내용은 공개하지 않기로 경찰은 결정했다.

B 씨와 그의 가족은 치매와 관련된 국가 지원제도 혜택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건강보험공단에서 심사하는 장기요양등급을 판정받은 이력이 없었다.

건강보험공단은 치매 정도에 따라 장기요양등급을 부여해 각 등급에 적합한 치매 지원 서비스를 실시한다. 가장 낮은 등급인 ‘인지지원등급’은 주·야간보호센터 서비스, 가장 높은 등급인 1등급은 종일 방문 요양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B씨는 달서구가 운영하는 보건소 치매안심센터에도 등록되지 않아 기저귀 값마저 지원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손성락 기자 ss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