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빵’ 봉투에 적힌 ‘ACTS19:26’ 뭐길래…불교 모욕 논란 시끌

경주에서 판매하고 있는 ‘부처빵’ 쇼핑백. 아래를 보면 우상숭배를 하지 말라는 내용의 성경구절을 뜻하는 문구가 적혀 있다. 판매자 인스타그램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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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암의 본존불상을 본떠 만들었다는 경주 ‘부처빵’을 두고 ‘불교 모욕’ 논란이 일고 있다. 판매자가 우상숭배를 하지 말라는 내용의 성경 구절을 쇼핑백에 적은 것이 드러나면서인데, 판매자는 사과문을 올리고 해당 구절을 삭제하기로 했다. 하지만 불교계와 불자들 사이에서는 부처의 형상으로 빵을 만드는 것 자체가 불교와 불자들을 모욕하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17일 부처빵 판매자 ㄱ씨는 인스타그램에 사과문을 올렸다. 자신을 ‘무교’라고 소개한 ㄱ씨는 “‘불교는 불교라서 못 먹겠다 하고, 기독교는 기독교라서 못 먹겠다고 해서 마침 사람이 만든 건 신이 아니다’라는 성경 구절이 있길래 (쇼핑백에) 포인트로 넣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ㄱ씨는 지난해 여름부터 경북 경주시 노서동에 가게를 차리고 석굴암 불상 얼굴 모양을 한 부처빵을 팔고 있다. 부처빵이 인기를 끌면서 온라인 판매도 병행하고 있다.

경주에서 판매하고 있는 ‘부처빵’. 판매자 인스타그램 갈무리

그런데 쇼핑백에 적힌 ‘ACTS 19:26’이라는 문구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 문구는 사도행전 19장 26절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 바울이 에베소뿐 아니라 거의 전 아시아를 통하여 수많은 사람을 권유하여 말하되 사람의 손으로 만든 것들은 신이 아니라 하니 이는 그대들도 보고 들은 것이라’라는 내용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빵은 빵일 뿐이라고 적어두거나, 부처빵을 팔 거라면 불교 경전에서 문구를 찾으면 될 일이지 왜 하필 우상숭배를 하지 말라는 성경 구절을 찾아 적었는지 의문’이라며 ㄱ씨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ㄱ씨는 사과문에서 “(해당 구절을 넣음으로써) 이 빵이 석굴암 본존불상을 형상화한 빵일 뿐 부처님을 모욕할 마음이 없다는 의미를 중점적으로 전달하려고 했는데 제 생각이 짧았다”며 앞으로 해당 구절은 삭제하고 판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불교 모욕’은 오해라는 것이다. ㄱ씨는 사과문을 올린 뒤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너무 종교적으로 해석하는 분들 많아서 당황스럽다”고 했다.

‘크게 문제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일부 불교신자들 사이에서는 부처빵이 유명해질수록 불편해하는 반응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부처님의 형상은 불교의 상징인데 이를 빵으로 만든 것은 불자들에 대한 예의가 없다’는 시각이다.

논란이 계속되자 현재 ㄱ씨의 인스타그램은 비공개로 전환됐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