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전 금투세 폐지" 공식화한 정부, 증권거래세는 예정대로 인하
정부가 내년 도입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위해 이르면 이달 말 관련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이와 별개로 증권거래세는 기존 안대로 내년 0.15%까지 단계적으로 인하한다는 계획이다. 금투세 폐지를 4·10 총선의 주요 화두로 끌어올리겠단 것으로, 문재인 정권 시절 금투세를 도입한 더불어민주당을 압박하려는 의도도 깔렸다.
정부는 17일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 4번째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보고했다.
정부는 내년 도입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추진한다고 재차 밝혔다. 금투세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증권·파생상품으로부터 실현(상환, 환매, 해지, 양도 등) 모든 소득에 대한 세금이다. 국내 상장주식 투자로 얻은 연간 시세차익이 5000만원을 넘거나 채권·펀드 등 기타금융투자 시세차익이 250만원을 넘을 경우 수익의 20~25%에 대해 세금이 매겨진다. 당초 2023년 도입 예정이었지만 여야 합의로 시행 시기를 2025년으로 미뤘다.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금투세 폐지와 관련해 소득세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1월 말 또는 2월 초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총선 전 가급적이면 2월 처리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야당이 금투세 폐지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여당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금투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국민과 투자자, 우리 증시의 장기적인 상생을 위해"라고 이유를 밝혔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금투세 폐지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국내 자본시장 활성화를 통해 국민 자산 형성을 돕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투세를 내게 되면 수익률이 저하되고 해외로 투자자가 빠져나갈 수 있는 상황 등 전반적인 맥락을 고려해 개선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반면 야당은 금투세 폐지를 강하게 반대한다. 우선 2025년 금투세 도입은 여야 합의에 따른 것인데 정부·여당이 이를 일방적으로 깨려 한다는 지적이다. 또 금투세 폐지가 '부자 감세'라고 주장한다. 연 5000만원 이상 투자수익을 올려 과세 대상이 되는 투자자는 소수의 '슈퍼 개미'뿐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2020년 세법개정안을 제출할 때 금투세 과세 대상을 약 15만명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2019년 12월 결산 상장법인 주식 소유자 약 600만명의 2.5%에 달하는 수치다.
이와 관련 정 실장은 "금투세로 약 1조5000억원의 세수가 발생하겠지만 이 부분은 금투세로 인한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은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또 일각에선 금투세 폐지를 주장하는 투자자가 적지 않아 총선을 앞두고 야당도 무조건 반대를 고수하기 힘들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증권거래세는 2025년까지 0.15%로 인하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코스피·코스닥 세율은 올해 0.18%, 내년 0.15%가 된다. 코스피에 농어촌특별세(농특세) 0.15%가 포함됐다.
김 부위원장은 "증권거래세와 관련해선 내년 0.15%까지 가는 걸로 돼 있다"며 "거기에 대해선 추가 언급이 없는 상태로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정부는 0.15%가 해외 사례와 비교했을 때 과도한 수준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김 부위원장은 "0.15%는 아시아 주변국과 비교했을 때 너무 높거나 낮은 수준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홍콩이나 싱가포르, 대만 등은 증권거래세가 0.1~0.2% 사이"라며 "또 이 국가들에서는 전부 다 금투세가 없다"고 했다.
정부는 또 가상자산 과세는 금투세와 별개 사안으로 현재로서 확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내년부터 가상자산을 양도·대여할 때 발생한 소득 중 250만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선 20% 소득세가 부과될 예정이었다.
가상자산 과세도 국회에서 금투세 시행 시기 유예와 함께 묶여 논의되면서, 금투세 폐지에 따라 가상자산 과세 논의도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국회 논의를 지켜보겠단 입장이다.
정 실장은 "가상자산의 경우 국회에서 논의돼야 할 상황이라 현 시점에서 금투세와 연계가 된다, 되지 않는다 확정적으로 말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정혜윤 기자 hyeyoon12@mt.co.kr 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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