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룡대전' 예고한 원희룡…여권 "이재명 나오든 안 나오든 호재"
이재명 비례 출마·불출마 시에도…"원희룡 무서워 도망간다"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출마를 사실상 공식화하자 국민의힘 내부에선 기대감이 엿보인다.
윤석열 정부 스타 장관이었던 원 전 장관이 이재명 대표와 맞붙는 '명룡대전'이 현실화되면 이 대표의 발을 묶어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불출마하거나 비례대표 출마를 선택하는 경우에도 '원희룡 피해 도망간다'는 프레임을 활용할 수 있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원 전 장관은 전날(16일) 인천 계양구 한 호텔에서 열린 국민의힘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제가 온몸으로 돌덩이를 치우겠다"며 인천 계양을 출마를 시사했다. '이재명 대항마'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며 계양을에서 승리하겠단 의지를 밝힌 것이다.
원 전 장관은 "이곳 계양은 수준이 높은 곳으로 젊음이 넘치고 미래의 발전 가능성이 무한하며 전국 어디에도 보기 힘든 지역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는 수준 높은 주민들"이라며 "제가 온몸으로 도전할 것이기 때문에 도전지라고 불러달라"고 강조했다.
앞서 원 전 장관은 지난해 11월부터 "만일 총선에 임해야 한다면 국민과 당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어떤 도전과 희생이라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총선에서 험지에 출마하겠단 의지를 표명했다.
국민의힘은 원 전 장관의 인천 계양을 출마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지난 대선 기간 '대장동 일타강사'를 자처했던 원 전 장관의 대야 전투력은 이미 입증됐단 게 여권의 중론이다. 전국적인 인지도를 갖춘 데다가 '이재명 저격수' 이미지가 있어 이 대표와 경쟁할 경우 '미니 대선' 급의 총선으로 관심을 끌 수 있을 거란 평가다.
여권 차기 대선 잠룡으로 꼽히는 원 전 장관이 인천 계양을에 출마하면 이 대표도 계양을에 발이 묶여 자유롭게 전국 선거 지원 유세에 나서긴 힘들 거란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 대표는 2022년 6월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도 윤형선 당시 국민의힘 후보가 추격하면서 막판엔 외부 지원 유세도 거의 하지 못했다.
원 전 장관이 주목도를 높여주면 여권 열세 지역인 서울·경기·인천 지역에서 함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시너지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단 기대감도 수도권 의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전날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의원정수 감축 등을 띄운 것에 대해 "원 전 장관을 띄우기 위해서 우리가 간 것"이라며 "원 전 장관을 띄우고 원 전 장관이 당선될 수 있도록 당력을 집중하겠단 취지에서 계양에서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한 수도권 의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사실 우리 입장에선 당선이 어려운 지역에 원 전 장관이 출마하겠다고 한 것이니 힘든 수도권 총선 국면에서 분위기 반전의 돌파구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적극적으로 부딪혀보자는 메시지도 되고 이 대표와 맞붙을 경우 파급력도 클 것"이라고 했다.
원 전 장관도 계양을 출마를 통해 차기 대선 주자로서의 정치적 체급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3선 국회의원에 재선 제주도지사를 지내는 원 전 장관이 국회의원 선수를 늘리는 것 보다는 계양을에서 이 대표와 맞붙는게 전략적으로 이득이란 분석이다.
이 대표가 이번 총선에서 인천 계양을에 출마하지 않고 불출마하거나 비례대표로 출마한다고 해도 '어차피 여당이 이긴 싸움'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원 전 장관의 출마를 의식해 '도망간다'는 프레임을 총선 국면에서 활용할 수 있단 계산이다.
이 원내수석부대표는 "(원 전 장관이) 이 대표에 대한 허점이라든가, 대장동 문제를 꿰고 있는 분이기 때문에 이 대표와 원 전 장관의 일전이 굉장히 기대가 된다"며 "이 대표가 원희룡 일타강사가 무서워서 도망갈까봐, 이게 가장 걱정"이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이 대표의 비례대표 출마설에 대해 "정치인이 이렇게 비겁한 모습을 보이면 정치생명은 끝"이라고 지적했다. 원 전 장관의 출마에 대해선 "어느 정도 알려진 사람이 한 명이라도 수도권에 출마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수도권 의원은 뉴스1에 "이 대표가 비례대표로 출마할 경우에는 '도망'이라고 밖에 볼 수 없으니 오히려 프레임을 활용하기에는 좋은 상황이 된다"며 "이 대표가 비례대표로 출마하는 경우엔 그에 맞는 합당한 총선 전략을 짜서 수도권 총선에서 소구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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