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켐 인수한 오리온 시총 이틀간 1兆 증발...담철곤·이화경 오너家 주식가치도 1000억↓
담철곤·이화경 등 오너일가 주식평가액 이틀간 1030억 급감
전문가들 “5년간 추가 연구개발비 1조 추정”
“바이오로직스 소유한 지주사 오리온홀딩스 아닌 식품사 오리온 투자는 꼼수”
오리온이 제약회사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레고켐바이오) 인수를 발표한 후 이틀만에 주가가 23% 급락하면서 오너 일가의 주식가치도 1000억원 이상 줄었다.
전문가들은 견고했던 오리온의 수익성에 제동이 걸리면서 투자가치가 희석된 것을 주가 급락의 원인으로 꼽았다. 앞으로 추가 투입될 연구개발비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오리온의 바이오사업 역량 확보가 주가 향방을 가를 것이란 전망이다.
17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서 오리온은 주당 8만9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레고켐바이오 인수 발표 이전인 15일 종가(11만7100원) 대비 23% 떨어지며 시가총액 1조800억원이 증발했다. 2022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주사인 오리온홀딩스도 같은기간 1만4410원에서 1만3550원으로 6% 가량 하락했다.
이에따라 오리온 오너 일가도 주가 폭락으로 이틀 만에 최소 1000억원 가량 주식 가치가 하락했다.
이화경 부회장은 오리온을 소유한 지주사 오리온홀딩스 지분 33%를 가진 최대주주다. 여기에 오리온 지분 4%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다. 이틀 동안 이화경 부회장이 직접 보유한 주식 손실분을 합치면 오리온에서 440억원, 오리온홀딩스에서 175억원을 포함해 총 615억원에 달한다.
담철곤 회장 역시 오리온과 오리온홀딩스 양쪽에서 287억원이 증발했다. 이들의 자녀 담서원 오리온 상무, 담경선 오리온재단 이사 손실분은 각각 72억원, 57억원이다.
이를 모두 합치면 오리온 오너일가가 이틀 동안 오리온과 오리온홀딩스 주가 하락으로 입은 손해는 1030억원으로 추정된다.
◇ 이틀간 시총 1조800억 증발...외국인 1105억 순매도
오리온 주가가 이틀간 폭락한 것은 제과 사업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던 오리온이 바이오 사업에 갑자기 수천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면 앞으로 실적이 불안정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힘을 얻은 탓이다.
이를 증명하듯 이틀간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강하게 나타났다. 16~17일 동안 외국인 순매도 거래대금은 1105억원에 달했다.
전날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 지분 25%를 5500억원에 사들이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2005년 설립한 레고켐바이오는 차세대 항암치료제로 불리는 항체·약물 접합체(ADC) 기술, 합성 신약 관련 기술을 보유한 제약사다. 기술이전료를 전부 합치면 8조7000억원에 달할 만큼 기술력을 인정 받았다.
다만 바이오산업 특성상 레고켐바이오 적자 규모는 매년 수백억원을 웃돌고 있다. 2022년에는 500억원, 지난해에는 1분기부터 3분기 사이에 556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오리온이 오는 3월 29일 레고켐바이오 지분을 취득하면 2분기부터 이 손실액은 오리온 전사 손익에 반영될 예정이다.
◇추가 연구개발비 1조 추정... 바이오로직스 소유한 지주사 아닌 식품사 투자 의문
오리온의 주가가 예상보다 더 큰 낙폭을 나타낸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세 가지를 원인으로 꼽았다.
먼저 이종 사업 투자에 따른 시너지 효과에 대한 의문이다. 국내 1위 과자 사업자로서 견고했던 이익이 적자인 바이오 사업으로 희석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본업 관련 소비 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미래 사업에 관한 불확실성이 심화했다는 것이다. 오리온은 5500억원으로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한 이후에도 앞으로 신약 개발을 위해 수조원대 자금을 레고켐바이오에 투자해야 한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제과 사업 회사가 바이오 사업 투자를 확대하면서 투자포인트가 희석됐고, 이종 사업 투자에 따른 시너지 효과에 대한 의문도 커졌다”며 “만약 레고켐바이오 실적이 오리온과 연결 회계 처리된다면 연결기준으로 오리온 영업이익은 10% 이상 낮아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오리온의 빈약한 바이오 분야 전문성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추가적으로 들어가게 될 1조원의 연구개발 비용에 대한 부담도 투자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서미화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높아진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5년간 약 1조원의 연구개발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한다”며 “현재 회사가 보유한 2200억원의 자금과 추가로 발생되는 5000억원의 자금이 개발비를 충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바이오 투자를 지주사인 오리온홀딩스가 아닌 식품 계열사 오리온이 떠안은 점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오리온그룹은 이번 레고켐바이오 지분을 오리온 홍콩법인이자 중국법인 지주사 팬오리온 코퍼레이션(Pan Orion Corp. Limited)을 통해 취득할 예정이다.
기존 오리온바이오로직스 지분 60%를 가지고 있던 오리온홀딩스는 뒤로 빠졌다. 바이오사업 투자 책임을 지주사 오리온홀딩스가 아니라, 식품 전문기업 오리온이 뒤집어 쓰는 모양새다.
오리온 소액주주들은 “지주사가 투자에 실패하면 오너일가 지배력·영향력이 희석되는 점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며 “위험도와 규모가 큰 투자에 오리온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 연구원은 “레고켐바이오의 기존 비전과 사업전략의 추진속도 개선, 오리온의 바이오사업 역량 확보·내재화 노력 등이 향후 투자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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