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은 빵일 뿐 신이 아닙니다"... '부처빵' 봉투에 성경 구절 쓴 이유는

쇼핑백에 사도행전 19장 26절 구절 넣어
우상숭배 경계 의미…"불교 모욕" "혐오"
경주 부처빵 측 "종교적 의미 해석 간과"

국보 제24호 석굴암 본존불상의 얼굴을 딴 '부처빵'. 경주 부처빵 사회관계망서비스 캡처

석굴암 본존불상을 본뜬 모양으로 경북 경주 명물로 떠오른 '부처빵'이 불교 모욕 논란에 휩싸였다.

17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경주 부처빵에 불교를 모욕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는 취지의 글이 확산하고 있다. 부처빵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국보 제24호인 석굴암의 본존불 문화재를 본떠 만든 빵으로, 지난해부터 경주시 황리단길 등에서 판매 중이다.

논란은 부처빵을 넣어주는 쇼핑백에 ACTS 19:26이라는 문구가 들어가면서 불거졌다. 해당 문구는 성경의 사도행전 19장 26절을 의미한다. 이 구절은 '이 바울이 에베소뿐 아니라 거의 전 아시아를 통하여 수많은 사람을 권유하여 말하되 사람의 손으로 만든 것들은 신이 아니라 하니 이는 그대들도 보고 들은 것이라'라는 내용으로 우상숭배를 하지 말라는 뜻이다.

경주 부처빵의 쇼핑백. 해당 쇼핑백 하단(빨간 동그라미 부분)에 사도행전 19장 26절을 뜻하는 ACTS 19:26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경주 부처빵 사회관계망서비스 캡처

온라인상에서는 본존불을 형상화한 빵을 팔면서 우상숭배를 금한다는 성경 구절을 넣어 불교를 모욕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불상을 모티브로 한 빵에 성경을 새긴 이유가 뭐냐. 불교 신자를 무시하는 거다", "우상숭배 관련 성경 구절을 넣는 건 혐오의 또 다른 표현 같다", "잘 알아보지 못하게 구절을 숨겨 놓은 걸 보니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 같다" 등의 비판이 빗발쳤다.

논란이 커지자 빵 제조업체인 '경주 부처빵' 측은 불교를 모욕할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사장 A씨는 자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불교(신자)는 불교라서 (빵을) 못 먹겠다고 하고, 기독교(신자)는 기독교라서 못 먹겠다고 해서 해당 구절을 포인트로 넣은 것"이라며 "부처빵은 빵일 뿐 신이 아니라는 의미로 구절을 넣은 것이지 숨겨진 비밀은 없다"고 했다.

또 "석굴암 본존불상을 형상화한 빵일 뿐 부처님을 모욕할 마음이 없다는 의미를 전달하려고 했는데 생각이 짧았다"며 "여러 가지 종교적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점을 간과하고 너무 쉽게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고 사과했다. 이 업체는 논란이 된 구절을 쇼핑백에서 삭제할 예정이다.

지난해 출시된 부처빵은 출시 당시에도 신성한 부처를 빵으로 만들어 '훼불(毁佛)'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훼불은 불교를 모독하거나 불교활동을 방해하는 행위 등을 일컫는 불교계 용어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