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못생긴 잔디밭으로 꼽혔는데 세계인 박수 받는 이유 [포토]

곽윤섭 기자 2024. 1. 1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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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해에 위치한 스웨덴의 섬인 고틀란드(행정구역상 고틀란드주) 공식 누리집은 지난주에 사상 최초로 열린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잔디밭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잔디밭과 우승자를 발표했다.

우승자는 호주 태즈메이니아의 샌드포드에 사는 캐슬린 머레이이며 누리집은 우승자와 그의 집 마당 잔디밭 사진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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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고틀란드주, 물 절약 장려 위해 대회 시작
지난 주 발표된 2024년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잔디밭’ 우승자인 캐슬린 머레이와 그의 잔디밭. 고틀란드주 누리집.

발트해에 위치한 스웨덴의 섬인 고틀란드(행정구역상 고틀란드주) 공식 누리집은 지난주에 사상 최초로 열린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잔디밭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잔디밭과 우승자를 발표했다. 우승자는 호주 태즈메이니아의 샌드포드에 사는 캐슬린 머레이이며 누리집은 우승자와 그의 집 마당 잔디밭 사진을 공개했다. 심사위원들은 “출품된 모든 잔디밭이 못생겼기 때문에 우승작을 가리는 일이 쉽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캐슬린 머레이의 잔디밭은 야생 반디쿠트(호주에 서식하는 작은 동물, 포유류 유대목 반디쿠트과 동물의 총칭, 몸길이 21~43cm. 땅을 잘 판다)세 마리가 만들어낸 깊고 건조한 구멍들이 특징이다. 캐슬린 머레이는 자신의 잔디밭에 단 한 방울의 물도 낭비하지 않았다. 심사위원들은 “지구의 생명인 물을 지키기 위해 이웃의 혐오스러운 시선과 전 세계의 박수를 받아 마땅한 이 잔디밭을 가장 매력적이지 않게 가꾼 1등 공신인 장난꾸러기 반디쿠트들에게 감사한다”고 전했다. 캐슬린은 우승자의 상품으로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잔디밭을 소유한 자랑스러운 사람’이라고 새겨진 티셔츠를 받았다. 이 티셔츠는 지난번 우승자가 입던 것이다.

고틀란드주는 2년 전 마을에 거의 재앙에 가까운 가뭄이 계속되자 지역주민들이 물을 아끼게 장려하기 위하여 이 대회를 시작했다. 2022년과 2023년 우승자를 배출했는데 고틀란드 자체의 행사였다. 지난해 10월께 미국의 영화배우이자 환경운동가인 쉐일린 우들리(2016년 파이프라인 반대시위를 벌이다. 체포당한 적도 있다)가 첫해 우승자인 스웨덴 고틀란드에 사는 마커스 노르스트룀과 줌을 통한 대화를 하면서 (이 좋은 취지를 살리기 위해) 세계인들에게 문호를 개방하자고 제안하고 우승자의 티셔츠를 다음 우승자에게 물려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마커스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흔쾌하게 승낙했다. 원래 9월께 열리는 대회였으나 세계대회로 확장하면서 2023년 12월에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진을 올리도록 하여 세계 여러 나라로부터 응모작이 접수됐고 정원디자이너, 카피라이터, 건축가, 감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포함된 5개국 6명의 국제 심사위원단이 고심 끝에 우승자를 선정하여 지난주에 발표했다.

고틀란드주 누리집은 “미관을 위해 잔디밭에 물을 주는 데는 엄청난 양의 물이 사용된다. 지구온난화와 함께 물 부족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유네스코는 도시 지역의 물 부족 인구가 2016년 9억3000만 명에서 2050년 17억~24억 명으로 두 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잔디밭에 물을 주지 않음으로써 지하수의 가용성을 보호할 수 있다. 잔디가 반드시 녹색일 필요가 없다. 이것이 우리가 전 세계적으로 물을 절약하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잔디밭’ 대회를 개최하는 이유다.”라고 밝히고 있다. 고틀란드 섬은 이 대회뿐만 아니라 다른 계획 등을 통해 2023년 물 소비량을 2022년에 비해 5% 감소시키는 성과를 거두었다.

쉐일린 우들리는 고틀란드 누리집을 통해 “이 대회는 사람들이 물을 덜 사용하게 하는 훌륭한 방법이다”라고 말했으며 심사위원 중의 한 명인 미국 작가 겸 카피라이터인 레슬리 파일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국제 심사위원이 되어 영광이다. 이것은 천재적인 물 절약계획이다. 내 잔디밭은 너무 상태가 좋지 않아. 어머니가 실망한 나머지 흘린 눈물이 잔디를 적셨으므로 나는 심사위원 자격이 있다.”라고 말했다. 또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한 댓글엔 “잔디에 물을 주지 않아도 된다. 살아남은 잔디는 스스로 살길을 찾기 마련이다.”라고 적혀있다.

세계 여러나라에서 응모한 못생긴 잔디밭 출품작들. 고틀란드주 누리집.
지난해 10월께 쉐일린 우들리(왼쪽)가 첫해 우승자인 스웨덴의 마커스 노르스트룀과 줌을 통한 대화를 하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심사위원 중 한 명인 레슬리 파일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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