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대전·금산 지금이 기회다… 함께 더 큰 파이 만들자
우리가 관습처럼 따랐던 옛 도시 성장 공식은 이제 버려야 한다. 판 전체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젠 새 전략을 짜야 할 때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도시가 포화 상태가 되면 층을 높이거나 인근에 위성도시들을 건설하는 방식으로 성장해 왔다. 그러다 보니 베드타운에 머물러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 이는 인구 급증과 산업화로 몸집을 불리던 팽창 시대에 적합했다.
정부는 도시집중화 부작용이 커지자 공장을 도시 외곽으로 옮기거나 공공기관 지방 이전, 도농 균형발전, 전원도시 조성, 귀농귀촌 캠페인 등을 추진했다.
그럼에도 도시로의 쏠림은 멈추지 않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기회를 찾아 도시로 몰렸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인구의 절반이 대도시에 쏠렸다.
통계청과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국내 인구(2023년 12월 기준 약 5100만 명)의 약 45%가 서울과 6대 광역시에 산다. 비도시 거주인구는 8% 정도에 불과하다.
외국도 마찬가지다. 국제연합(UN)의 '세계 도시화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선진국들이 분포하는 북미·유럽은 도시화율(도시인구비율)이 2050년 90% 수준에 육박할 전망이다. 신흥공업국이 많은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도 도시화율이 같은 시기 60%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도시화율 증가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젊은층은 취업·사업 기회를 잡기 위해, 노년층은 의료·생활 편의를 누리기 위해 더욱 도시행을 택하고 있어서다.
인구 급감, 지방 소멸, 경제활동인구 감소, 초고령사회 진입 등 커지고 있는 위기도 주 원인이다. 교육·교통문화·상업 등 고도화되고 다양한 편의시설들이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다.
산업구조의 변화도 도시화를 부채질한다. 굴뚝산업 시대에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땅값과 생산비가 저렴한 지역으로 생산시설을 옮기는 것이 유효했다.
하지만 오늘날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지식산업이 발전하면서 대도시에 산업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고급인력·거대자본·산업정보가 몰리고 있어서다.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도시 성장 전략이 필요해진 것이다.
이처럼 전체 판이 바뀌자 세계 각국은 대응 전략으로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메가시티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프랑스 '그랑 파리(Grand Paris)', 영국 '대런던 계획(Greater London Plan)', 일본 '도쿄도(都)', 중국 '신(新)상하이' 등 그 예다.
지방 중소도시들도 연합에 나섰다. 일본 간사이 지역 연합이 대표적이다. 교토부·도쿠시마현·돗토리현·시가현·오사카부·와카야마현·효고현 등 인접한 도시들이 간사이 광역경제권을 만드는 데 뜻을 모았다.
우리나라도 메가시티 논의가 활발하다. 수도권은 이미 광역급행철도(GTX)를 착공해 서울을 중심으로 인접 도시들을 하나로 묶는 청사진을 구상 중이다. 영남권에선 GTX 건설계획을 수립, 대구·마산·부산·마산·창원을 연결하는 광역경제권을 꿈꾸고 있다.
충청권도 잰걸음을 내딛고 있다. 대전·세종·충남·충북은 지방정부연합을 통해 올해 충청권 초광역의회를 출범하고, 충청권 광역철도를 2년 후 개통할 계획이다. 공주·대전·세종·청주·천안·태안 등 충청권 주요 거점 도시들을 하나의 광역생활경제권으로 묶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 금산 지역이 힘을 보태겠다며 대전 편입 의지를 나타냈다. 금산군의회는 최근 대전과 금산을 통합하는 '금산군 행정구역 변경 건의안'을 의원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건의안은 금산은 오래전부터 '대전시 금산구'로 불릴 정도로 대전과 접해있고 교통·경제·생활 등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으므로 통합을 이뤄 공동성장을 도모하자는 내용이다.
대전·금산 통합론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금산은 과거 전북 관할이었으나 대전의 급성장과 충남도청의 지근거리 위치로 충남에 편입됐다. 하지만 충남도청이 홍성으로 이전, 접근성이 떨어지면서 주민 불편이 다시 커졌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 없는 것은 금산 지역민들의 생활권이다. 이들은 교육·경제·문화·의료 등 실질적인 생활 서비스를 충남이 아닌 대전에 의존하고 있는 고비용 저효율 부담을 안고 있다.
대전시의회도 이를 고려해 2016년에 대전·금산 행정구역변경 촉구 건의안을 발의했다. 대전과 금산이 각각 보유한 특장점을 통합해 함께 규모의 경제를 이루면 지방자치단체의 지방분권 강화, 공공서비스 확대, 행정비 절감, 자립도 향상 등을 도모할 수 있다. 중앙정부의 권한 이양 목소리에 힘이 실려 자치 역량도 키울 수 있다.
특히 주민 불편 해소에 도움된다. 행정구역과 주민생활권이 일치돼 경제활동 불편을 줄이고 지역 숙원사업 추진에도 탄력이 붙는 등 대전과 금산이 동반상생을 꾀할 수 있다.
이는 진정한 지역경제 성장과 도농 균형발전을 유도하는 촉진제다. 정부예산 유치 혈투, 혐오시설을 떠미는 님비(NIMBY) 갈등 등 지자체 간 소모적 정쟁도 해소할 수 있는 해법이다.
우물 안 개구리로 남기보단 함께 힘을 합쳐 더 큰 파이를 만드는 것이 미래 상생의 길이다. 대전과 금산의 유리벽 해체와 경제 통합은 충청권 메가시티 건설의 초석이 될 것이다. 이상래 대전시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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