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 전북에서 이랬더라면 무서울 뻔했다"

전북CBS 이균형 기자 2024. 1. 1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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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간 vs 10초' 1992년 대학을 졸업한 필자가 서울의 한 기업체에 입사 면접을 보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북 전주에서 서울 기업체까지 왕복 10시간을 들여 면접(당시 거울을 보며 수십 번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하는 식의 면접 준비를 했던 기억이 선하다)에 응했지만, 막상 면접관이 했던 말은 "서류 검토해 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라는 친절한 단 한 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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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스칼럼 -'突直口']
전북 CBS 이균형 보도제작국장


'10시간 vs 10초'
 
1992년 대학을 졸업한 필자가 서울의 한 기업체에 입사 면접을 보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북 전주에서 서울 기업체까지 왕복 10시간을 들여 면접(당시 거울을 보며 수십 번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하는 식의 면접 준비를 했던 기억이 선하다)에 응했지만, 막상 면접관이 했던 말은 "서류 검토해 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라는 친절한 단 한 마디였다. 시간은 약 10초 남짓. "지방대 출신이 어딜 넘보느냐"는 암묵지(暗默知)가 명시지(明示知)처럼 선명하게 날아드는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30여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국가균형발전'이니 '지방소멸'이니 하는 말들이 심각한 화두로 자리하고 있는 것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지방을 바라보는 '서울공화국'은 여전히 변함이 없는 듯 하다. 오죽하면 동아리 모임 장소 등에서도 분위기가 조금 산만할 때마다 "어이, 지방방송 꺼!"라는 말이 자연스레 날아들겠는가!

총선이 이제 8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변함없이 전북에서는 '경선=본선'이라는 인식의 틀이 온존한 채 민주당 지역구마다엔 예비 후보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며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현 정권 시각으로 보면 가히 '민주당-전북 카르텔'이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 앞 바다에서 폭망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걷어내려 한동훈號를 출범시켰다. 이제 '비상대책위원회' 수장이 된 한동훈의 별칭이 '조선제일檢'에 이어 '조선제일政' 타이틀까지 거머쥘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건희 특검법을 받겠다고 했으면 무서울 뻔했다", "홍범도 동상 철거 등 이념 정치를 청산하겠다고 했으면 무서울 뻔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만나겠다고 하면 무서울 뻔했다"….

요즘 민주당과 신당 지지층 사이에서 나도는 "한동훈이 이랬더라면 무서울 뻔했다"는 비아냥 타령이라고 한다. 여기에 전북이 아성인 민주당 전북도당과 그 지지층을 대입한다면 대략 이런 타령이 나오지 않을까?

"전북 출신을 한두 명이라도 기용함으로써 장, 차관 불모지라는 인식을 불식시킨다면 무서울 뻔했다", "사업착수 30년이 훌쩍 지났는데도 느려터지기 짝이 없는 새만금 사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나서면 무서울 뻔했다", "낙후가 가장 심한데다 인구 소멸 위기감이 현실로 다가오는 전북에 기업과 의료, 교육기관을 유치시켜 국가균형발전을 말 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준다면 무서울 뻔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 들어가고 있다. 윤창원 기자


또다시 신세타령으로 흘렀다. 그러나 한동훈 위원장이 이끄는 국민의힘이라면 혹시 뭔가 다르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에 넋두리를 읊어봤다. 그 기대감에는 특수부 검사 시절, 조선제일검이라는 불리는 한동훈의 시각으로 전북 민심을 한 번 샅샅이 파헤쳐 봤으면 하는 마음도 얹혀있다. 도대체 역대 정권들이 어떻게 해 왔길래 전북도민들의 민심이 이처럼 날이 서 있는지를….

필자를 비롯한 전북 도민들의 이같은 외침을 그저 "작년에 왔었는데 죽지도 않고 또 왔네" 라는 각설이 타령쯤으로 여긴다면 어쩌랴, 결국 지금의 민주당에 대한 무능과 부패를 질타하고 욕을 해대면서도 "그래고 그쪽은 아녀~"라며 기존 아성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 밖에….

"어쩜 그리 말을 야무지게 잘하고 똑똑하냐? 정말 훌륭하게 잘 할 것 같다". 주말마다 뵙게 되는 필자의 어머니가 던진 말이다.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머니의 머릿속은 그저 한동훈이 '이뻐 죽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계신 듯한 느낌이다. 뭐, 좋다. 필자 역시 '무서울 뻔한 한동훈'이 현실로 이어진다면 그를 마다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리고 "누구도 맹종하지 않는다"는 말을 '레토릭'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시라.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던 검사는 이제 대통령이 되더니 아랫사람들을 충성하게 만들고 있지 않던가?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추가하자. 제발 이제 우리 정치가 이제는 '갈라치기'가 아닌 '합치기'로 갔으면 한다. 더 이상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는 것이 아닌,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이 지긋지긋한 아이러니를 깨뜨려 주길 바란다. 그 신호탄을 한동훈이 쏘아올린다면 적극 환영이다.

솔직히 이 글을 쓰면서 어째 글발에 힘이 들어가 있지 않음을 고백한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라는 비아냥이 저변에 깔려 있음도 시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주의자'가 아닌, 국민 모두를 사랑함에 목숨을 거는 '민족주의자'로 자리매김하는 한동훈! 그래서 "이뻐 죽겠다"는 필자의 모친과 같은 분들이 진정으로 사람 볼 줄 아는 혜안을 가졌음을 확인시켜 주는 한동훈! 나아가 가장 낙후가 심한 전북에서 '10시간 vs 10초'라는 열패감을 떨쳐버릴 수 있는 '유쾌한 반란'을 일으키는 한동훈을 바라는 건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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