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가 2024 업무보고 1순위로 은행권 아닌 주식시장 택한 이유는
달라진 윤 대통령 관심사… 차별화 목적도
2주 만에 한국거래소 다시 찾은 윤 대통령 “과감하게 조치해 달라”
금융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는 민생토론회 형식의 업무보고에서 올해 추진할 금융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자본시장(주식시장)을 택했다. 윤 정부 들어 그동안 금융당국은 자영업자·소상공인 이자 부담 경감, 저금리 갈아타기 촉진 등 은행권 위주의 상생 금융 정책을 강조해 왔다. 이전과는 다른 행보라 시장 관계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금융위원회는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를 주제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업무 보고)를 열고 윤 대통령에게 ‘2024년 금융위원회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올해 업무보고에서 가장 주목받은 건 자본시장 정책이다. 우선 장소가 한국거래소였다. 윤 정부는 올해 업무보고를 정부 부처가 정책을 설명하는 기존 방식이 아니라 국민 참석자가 묻고, 정부가 답하며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는 토론회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에 금융위가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할 금융정책을 대표하는 기관으로 한국거래소를 택한 것이다.
이날 토론회 첫 번째 주제 역시 자본시장이었다. 이날 금융위가 토론회 형식으로 윤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용은 ▲자본시장을 통한 국민 자산 형성 지원 ▲민생금융으로 고금리 부담 경감 ▲상생 금융으로 취약계층 재기 지원 등 크게 세 가지다. 이전까지 금융위의 정책 방향이 은행 중심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큰 변화다.
금융위가 자본시장을 업무보고 1순위로 택한 배경엔 윤 대통령의 관심사가 자본시장으로 옮겨간 영향이 크다. 2주 전 현직 대통령 중 처음으로 증시 개장식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내년 도입 예정이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추진을 약속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이전까진 ‘은행 돈 잔치’ 등 은행권에 관심을 둬왔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토론회에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계좌 한도가 200만원밖에 안 돼 재테크 투자 계좌로 활용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일반투자자의 지적에 “(세제실장이 얘기한 것보다) 좀 더 과감하게 조치를 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ISA 비과세 한도를 500만~1000만원으로 확대하고, 납입한도를 2억원으로 늘리겠다고 답한 뒤 바로 나온 말이었다. 금융위가 이날 발표한 것보다 더 강도 높은 조치를 주문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금융시장은 기업과 국민이 상생하는 기회의 장”이라면서 “우리가 (상대적으로) 세금을 많이 내야 한다면 우리 시장에 물이 마르게 돼 기업이 어려워지고 국민의 자산 형성 기회도 마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제 개혁을 과감히 해) 우리 시장에 자본이 많이 들어오고 (물) 수위가 높아지면 많은 기회가 창출되고, 정부는 더 많은 세수를 확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무보고 형식이 달라진 만큼 내용 차별화를 위해서라도 자본시장을 강조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주제별로 국민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토론회 형식을 업무보고에 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실의 눈높이가 달라진 만큼 금융위는 그동안 해왔던 은행권 상생 금융 방안이 아닌,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주식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토론회가 끝난 후 브리핑을 통해 “오늘 토론회는 개인 투자자부터 소상공인, 금융소비자 등 각계각층의 국민이 함께 모여 금융이 국민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답을 찾는 뜻깊은 자리였다”면서 “앞으로 금융이 국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날 2024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자본시장을 공정한 기회의 사다리로 만들겠다고 제시했다. 우선 2025년 도입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의 폐지를 추진하고, ISA 세제 개편을 진행하겠다는 게 주 내용이다. 또 국내 증시에 주로 투자하는 국내 투자형 ISA를 신설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도 가입을 허용할 방침이다.
아울러 금융위는 이사의 책임 강화, 주총 내실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상법 개정을 통해 소액주주의 권익 보호를 강화하기로 했다. 동시에 ‘기업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해 상장사의 기업가치 제고를 유도할 예정이다. 또 공매도 금지 기간에 철저한 공매도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자사주·전환사채(CB) 제도개선으로 대주주의 편법적인 사익 추구를 차단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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