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마 장면 찍으려 말 넘어뜨린 ‘태종 이방원’ 제작진 벌금 10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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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촬영을 위해 말의 다리를 일부러 묶어 넘어뜨린 한국방송(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 제작진에게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8단독 전범식 판사는 17일 오후 동물보호법 위반(동물학대 금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프로듀서 김아무개씨, 말('까미') 소유주 이아무개씨, 무술감독 홍아무개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고, 한국방송엔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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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촬영을 위해 말의 다리를 일부러 묶어 넘어뜨린 한국방송(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 제작진에게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8단독 전범식 판사는 17일 오후 동물보호법 위반(동물학대 금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프로듀서 김아무개씨, 말(‘까미’) 소유주 이아무개씨, 무술감독 홍아무개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고, 한국방송엔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 2021년 11월 ‘태종 이방원’ 촬영 과정에서 이성계 역을 맡은 배우 김영철씨의 낙마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말 ‘까미’ 앞다리에 로프를 묶어 일부러 넘어뜨렸다. 이후 동물 학대 논란이 일었고, 카라와 동물보호연합 등 동물권 단체들은 지난해 1월 제작진 등을 동물학대 혐의로 고발했다.
피고인들은 재판 과정에서 로프와 도르래를 이용해 말을 넘어뜨리는 것이 전기충격 등 다른 방법보다 안전하고 관행적인 촬영 방식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 판사는 “촬영 원본 영상을 보면 피해 말이 로프의 존재를 알지 못한 채 빠른 속도로 달리다가 고꾸라지면서 상당히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를 보면 피고인들이 말 상해 가능성을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 표현의 사실성이나 제작비용 등 사정만으로 넘어뜨리는 것 외의 방법을 활용할 수 없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다만 법원은 동물학대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검찰 구형보다 낮은 형을 선고했다. 전 판사는 “피고인들의 범행 내용과 피해 말이 받은 고통, 이로 인한 사회적 파장에 비춰보면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피고인들이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관행적인 촬영방법을 답습하면서 이번 범행이 이뤄진 점, 이후 한국방송공사가 관련 가이드라인을 시행한 점을 고려했다”고 했다. 앞서 지난해 7월 검찰은 김씨 등 3명에게 징역 6개월, 한국방송에 벌금 5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들을 고발한 동물권 단체는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비판하면서도 향후 방송·영화 등 제작 과정에서 동물학대가 사라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윤성모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선고 이후에 활짝 웃으면서 서로를 격려하는 제작진들의 모습을 보면 벌금 1000만원은 ‘까미’의 고통에 비해서는 미약한 액수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이번 선고를 계기로 드라마, 영화 제작 과정에서 동물 안전이 보장되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김씨 등 제작진은 벌금형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법원을 빠져나갔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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