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추긴 ‘이념 논쟁’···광주 정율성 음악축제·전시관 ‘올 스톱’
‘정율성 전시관’은 명칭 변경하기로
역사공원만 올해 준공 예정
광주광역시가 20년 가까이 지원해 오던 ‘정율성 음악축제’ 올해 예산 전액을 삭감했다. ‘정율성 전시관’을 구상하던 남구도 기존 계획을 철회하고 ‘양림 문학관’으로 명칭을 바꾸기로 했다. 정부가 부추긴 ‘이념 논쟁’의 결과다.
17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시는 매년 개최해 오던 정율성 음악축제 예산을 올해 따로 배정하지 않았다. 광주시는 한중 우호와 문화관광 활성화를 취지로 2005년부터 정율성 음악축제를 지원하고 있다. 2007년부터는 남구를 대신해 행사를 직접 주최하고 있다.
광주시가 지난 19년 동안 매년 2억~4억원 가량 총 68억8900만원을 투입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도 ‘온라인 음악축제’로 전환해 행사를 이어왔다.
항일 무장단체 출신이자 중국을 대표하는 3대 음악가인 정율성에 대한 중국의 관심과 상징성은 음악축제를 지속하게 한 동력이 됐다. 음악축제는 크게 ‘정율성 음악제’와 ‘성악콩쿠르’, ‘해외 교류 공연’으로 나뉜다. 특히 중국 현지에서 진행하는 교류 공연의 경우 광주시 자매결연 도시인 광저우와 정율성·안중근 기념관이 있는 하얼빈 등에서 주로 개최했는데, 행사에는 매년 평균 500명 이상이 찾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광주시 관계자는 “사업을 재검토 해보자는 내부 의견이 모여 예산을 따로 배정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사업 추진의 당위성이 확보되는 대로 추경 등을 통해 다시 예산을 지원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정율성 전시관’ 조성 사업도 끝내 무산됐다. 남구는 당초 양림동에 있는 정율성 생가 인근 부지를 매입해 정율성 전시관으로 꾸미려고 했으나, 최근 ‘양림 문학관’으로 명칭을 변경하기로 했다. 2억5000여만원이 투입된 이 사업은 조만간 착공할 예정이다.
정율성 관련 기념사업이 잇단 차질이 빚고 있는 것은 정부가 부추긴 ‘이념 논쟁’ 때문이다. 당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지난해 8월 22일 정율성 역사공원 등 기념사업을 지칭해 “북한의 애국열사능이라도 만들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정율성 역사공원 사업은 광주시가 동구 불로동 878㎡ 부지에 예산 48억원을 들여 정율성 이름을 딴 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올해 상반기에 준공될 예정이다.
박 전 장관의 발언은 정율성의 이력을 문제 삼은 보수단체 등의 행동을 이끄는 기폭제가 됐다. 광주시청 정문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정율성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으며, 민원 게시판에는 정율성과 기념사업을 비판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급기야 지난해 10월 1일에는 한 보수단체 회원은 양림동 정율성로에 있는 흉상을 부수기까지 했다. 남구는 흉상을 복원한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시기와 방법에 대해선 밝히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는 정부가 이념 논쟁을 부추겨 20년 가량 이어오던 지역 문화관광산업에 찬물 끼얹었다고 비판한다. 강경식 문화와 역사를 지키는 시민모임 회원은 “정율성은 항일 독립운동을 한 인물로 일생 중 부정적 단면만을 부각해서는 안 된다”며 “정율성 기념사업에 대한 정부의 방해 공작이 일정 성공을 거둬 지역 문화관광산업을 20년 전으로 돌려놓은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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