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급증한 자사주 소각, 주식 6조원 태웠다…"코스피 저평가 탈출"

김사무엘 기자 2024. 1. 17.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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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들이 주주환원 정책을 점차 강화하면서 지난해 자사주 소각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들의 주주환원 요구가 강해지고 정치권에서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가 부양은 올해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17일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자사주 소각 규모는 총 6조1469억원으로 전년(3조5026억원) 대비 75.5% 급증했다. 2021년(2조5408억원)과 비교하면 자사주 소각은 2년 사이 2배 이상 늘었다. 자사주 소각을 공시한 기업수 역시 지난해 119곳으로 전년(73곳) 대비 63% 늘었다.

자사주 소각은 말 그대로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를 없애(소각) 발행주식수를 줄이는 것이다. 자사주 매입은 유통주식수 감소 효과만 있지만 자사주 소각은 발행주식수 자체가 줄어들어 주당순이익(EPS)과 주당순자산(BPS) 상승 효과가 있다. 주당순이익이 늘어난 만큼 주가가 오르는 효과가 있어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꼽힌다.

그동안 국내 증시에서 자사주 매입은 비교적 활발했지만 소각은 드물었다. 상장사들이 자사주를 주주환원 목적으로 활용하기 보다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인정되지 않아 자사주 비중이 높아질수록 최대주주의 지배력은 커진다. 기업이 필요에 의해 자사주를 매입했다가 다시 처분하는 경우도 빈번해 자사주 매입만으로 주가 부양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웠다.

주주들의 주주환원 요구가 점차 거세지면서 이같은 분위기는 점차 바뀌고 있다. 특히 주가가 부진한 기업일수록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소각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전통적 고배당주로 꼽히는 금융주의 자사주 소각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자사주를 가장 많이 소각한 기업은 메리츠금융지주였다. 합병 전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를 포함해 지난해 총 5889억원 어치의 주식을 소각했다. KB금융은 두번째로 많은 5717억원의 자사주를 소각했고 신한지주가 4859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도 각각 1500억원, 1000억원 어치를 소각했다.

셀트리온은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합병을 앞두고 주가 부양을 위해 3600억원 어치의 주식을 소각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현대차는 3154억원 주식 소각으로 주주환원에 응했다. 기아 역시 2245억원을 소각했다. 이밖에 NAVER(3053억원) KT&G(3026억원) SK텔레콤(2000억원) 크래프톤(1679억원) 현대모비스(1465억원) SK스퀘어(1063억원) SK(1007억원) 등이 대규모 주식 소각을 실시했다.

올해도 자사주 소각은 이어진다. 전날 동원산업은 발행주식수의 22.5%에 해당하는 1046만770주를 소각한다고 공시하면서 주가가 25.76% 급등했다. 같은 날 유니테크노 역시 47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공시했다. 셀트리온도 합병 이후 약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실시할 계획이다.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들이 주주행동에 나서고 정치권에서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면서 상장사들의 자사주 소각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VIP자산운용은 삼양패키징에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을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창당한 개혁신당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공약을 발표했다.

자사주 소각이 늘어날수록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거란 기대감이 높아진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3월 리포트를 통해 자사주 소각만으로도 코스피 3000선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시 리포트에서 "2023년2월 기준 국내 상장기업이 보유한 미소각 자사주 규모는 74조원에 달한다"며 "향후 자사주 소각과 같은 적극적인 주주환원이 이뤄진다면 코스피는 재차 3000선 고지를 밟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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