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픽한 ‘푸른 숲’…화가는 왜 그림에서 서사를 없앴나 [요즘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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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숲 화가'라는 별칭을 가진 작가 정영환(54)이 그려낸 숲은 신묘하다.
16일 서울 논현동 서정아트 서울에서 만난 작가는 "숲과 나무를 1차원적으로 해석해 평면적으로 배치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작가는 "자연의 일부를 발췌해 그렸는데, (그 작업은) 끊임없이 감추고 덮어 관조하는 마음을 담아내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차가우면서도 안정적으로 존재해온 작가의 푸른 숲이 사계절을 향해 달려나가는 듯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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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푸른 숲 화가’라는 별칭을 가진 작가 정영환(54)이 그려낸 숲은 신묘하다. 제멋대로 뻗은 나뭇가지가 겹겹이 싸인 초록의 자연이 아니다. 메타세콰이어 나무들은 좌우 대칭을 맞춰 규칙적으로 꼿꼿하게 서 있고, 비현실적으로 푸르다. 정원사가 애정으로 잘 가꾼 정원에서 만날 수 있을 법한 정갈한 나무들이 파랗게 변주돼 하나의 덩어리처럼 존재한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포착한 그의 그림 앞에서, 부유하는 느낌으로 캔버스 너머의 세계를 상상하게 되는 이유다.
“제 작품에는 서사가 없어요.”
16일 서울 논현동 서정아트 서울에서 만난 작가는 “숲과 나무를 1차원적으로 해석해 평면적으로 배치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의 흐트러짐 없는 숲은 도리어 관람객들에게 저마다 자신의 기억과 경험을 떠올리게 만드는 강력한 요소가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숲에서 서사를 없애니 각자의 추억이 모여 오히려 서사가 풍성해졌다.
이날 서정아트 서울은 새해 첫 전시로 정영환 개인전 ‘Echo in the Silence(에코 인 더 사일런스)’을 열었다. 작가의 신작 16점이 소개됐다. 작품들은 ‘Mindscape(마인드스케이프)’ 연작으로 정면에서 바라본 여러 그루의 나무들이 숲을 이루는 장면이 담겼다. 작가는 ‘코발트블루(녹색을 띤 짙은 파란색)’를 세련되게 사용하는 특유의 장기를 이번에도 펼쳐 보인다.
정영환은 그림을 그릴 때 굉장히 가는 1호나 2호 붓을 사용한다. 그의 섬세한 터치로 여러 겹 덧댄 푸른 이파리가 살아 숨 쉬는 듯 이따금씩 입체적으로 보이는 이유다. 그러나 그의 그림이 사실적이지는 않다. 현실의 숲이 가진 공간감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깔끔하게 정제된 나무의 반듯한 형상도 이상 속에서만 존재할 것만 같다.
작가는 “아버지가 뇌졸증으로 쓰러지고 1년 반 정도 사경을 헤맸다”며 “당시 경기도 양평에 집을 구해 (아버지를) 모셨는데, 이곳을 오가며 만난 자연에서 제가 오히려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작가는 “자연의 일부를 발췌해 그렸는데, (그 작업은) 끊임없이 감추고 덮어 관조하는 마음을 담아내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그의 신작에서는 그림 속 화자(話者)인 숲이 드러낸 세계가 미묘하게 변주된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쨍한 색감을 즐겨썼던 그가 파스텔톤의 잔잔한 색상을 사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그동안 엄격하게 표현해온 수직 구도에서 미세하게 탈피하기도 했다.
예컨대 숲의 바탕색으로 예전처럼 하얀색이 아닌, 연보라색이나 짙은 녹색이 사용됐다. 바람에 흩날리는 듯 곡선의 나뭇가지도 새로 등장했다. 차가우면서도 안정적으로 존재해온 작가의 푸른 숲이 사계절을 향해 달려나가는 듯 보이는 이유다. 작가는 “사유하는 과정에서 느끼게 된 여운에서 기인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2019년 9월부터 작가는 오른쪽 귀가 들리지 않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최근까지도 이명이 심해 두통과 우울증에 시달렸다.
그는 지난해 현대차 제네시스와 협업해 ‘제네시스 엑스(X) 컨버터블’을 소개하는 영상 배경으로 작품을 넣기도 했다. 그는 올해도 해외 전시와 함께 글로벌 기업과의 컬래버레이션을 준비 중이다. 전시는 2월 17일까지.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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