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 직전 복도 뛰게 했다"... 실험비글 내보낸 한 연구원의 고백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달 28일 한 제약회사의 연구원이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에 실험비글을 기증하면서 전한 고백이다.
유영재 비글구조네트워크 상임이사는 "생명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며 실험견을 그대로 안락사시키지 않으려는 연구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단체는 국내에서 입양처를 찾지 못한 개들을 미국 실험 동물 전문구조단체 비글프리덤프로젝트(BFP)를 통해 미국으로 입양을 보내고 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실험에 동원한) 비글들을 안락사하기 몇 분 전 마지막으로 작은 케이지에서 꺼내 복도를 뛰어다니게 했습니다. 개들의 마지막 뜀박질을 보며, 그들에게는 아마 ‘최고의 순간’이었을 거라고 회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안락사하지 않고 보내줄 곳(동물단체)이 생겨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한 제약회사 연구원
지난달 28일 한 제약회사의 연구원이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에 실험비글을 기증하면서 전한 고백이다.
17일 비글구조네트워크에 따르면 단체는 제약회사를 포함 대학교, 대학병원으로부터 같은 날 총 30마리의 실험비글을 구조했다. 단체는 구조한 개들을 6개월가량의 사회화 과정을 거쳐 국내외 가정으로 입양시킬 예정이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50410030005203)
단체에 따르면 2019년 15마리에서 2020년 42마리, 2021년 28마리, 2022년 41마리, 2023년 56마리 등 구조되는 실험비글 수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2020년은 한 대기업이 다수의 비글을 기증해 증가폭이 컸다. 유영재 비글구조네트워크 상임이사는 "생명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며 실험견을 그대로 안락사시키지 않으려는 연구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먼저 실험비글 구조 초기에는 기증하는 기관이 대학에 머물렀지만 지금은 병원, 기업 등으로 다양화하고 있다. 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앓는 개들도 확연히 줄었다. 이는 전보다 실험동물에 대한 처우가 나아졌고 실험기간도 전보다 크게 짧아져서다. 유 상임이사는 "예전에는 실험 종료 후 다른 실험에 이용되는 경우가 많아 기증 시 연령이 평균 8세에 달했지만 지금은 4세로 절반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구조된 비글 중 절반 이상은 해외로 입양을 간다. '건강상 어딘가 이상이 있을 것 같다'는 등 아직까지 국내에 실험견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가 있는 게 현실이다. 물론 실험견 입양이 쉬운 게 아닌 것도 사실이다. 트라우마 극복뿐 아니라 배변 훈련도 필수다. 단체는 국내에서 입양처를 찾지 못한 개들을 미국 실험 동물 전문구조단체 비글프리덤프로젝트(BFP)를 통해 미국으로 입양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99% 이상의 실험비글들은 실험실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실험에 동원된 개는 1만8,888마리로 늘고 있는 추세며 이 가운데 매년 실험실 밖으로 나오는 수는 50여 마리 정도다.
유 상임이사는 "단체로 기증되는 실험비글이 늘어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개를 포함해 전반적인 실험동물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실험동물의 처우 개선, 대체시험 증가 등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불교 모욕 논란 부처빵 봉투에 "빵은 신이 아니다" 성경 구절 쓴 이유
- 26년 장수 '세상에 이런 일이' 폐지설에… SBS PD들 집단 반발
- [단독] '솔로지옥3' 유시은 "최민우 덕분에 연애세포 부활"
- "망해도 경험? 누군가에겐 생업"... 탕후루 가게 낸 67만 유튜버 비난 쇄도, 왜
- 숨진 채 발견된 치매 아버지와 간병 아들… 국가 지원은 없었다
- '솔로지옥3' 메기 조민지 "내 모습 반성... 연애 경험 적어" [직격인터뷰]
- 이재명 "칼로 죽이려 해도 안 죽는다... 尹 정권 심판해야"
- 백일섭 "나는 바지 아빠였다"...졸혼 9년 만 심경 고백 ('아빠하고 나하고')
- '한강 의대생' 손정민씨 친구... 경찰 이어 검찰도 무혐의 결론
- '31년차 소신 셀럽' 정우성 "연예인도 사회인...꾸민 얘기만 하고 살 순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