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 때문에" 목사 살해하러 흉기 들고 찾아간 40대, 징역 2년

(성남=뉴스1) 배수아 기자 = 망상에 사로잡혀 평소 알고 지내던 교회 목사를 살해하려고 시도한 40대가 법정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황인성)는 살인예비, 살인미수,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49·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치료감호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지난해 8월4일 '해당 교회 목사가 서재 십자가 앞에서 뱀을 죽여 엄마가 아프다', '목사가 같이 목욕을 하다가 내 성기를 만졌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경기 용인시 처인구의 한 교회 담임목사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주방에 있던 과도를 들고 해당 교회를 방문했다.

교회 문이 잠겨있자 건물 1층 현관 유리문을 과도로 내리찍던 중 이를 목격한 건물 관리인이 "왜그러냐"고 묻자 과도를 들고 관리인을 쫓아간 혐의를 받는다. 다행히 관리인이 도주하면서 상해를 입진 않았다.

하지만 A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에게도 과도를 손에 쥔 채 "사람 죽이러 왔다"며 과도를 들고 경찰관을 찌를 듯이 협박한 혐의도 받는다.

그는 해당 범행을 저지르기 한달 반 전에도 자신의 아파트 주거지에서 나무 액자를 바닥에 깨뜨리고 이곳을 지나가던 이웃 주민을 쫓아가 폭행한 혐의도 있다.

A씨는 2006년과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두 차례 조현병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전력이 있었다.

법정에서 A씨측 변호인은 "사건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를 넘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었다"며 '심신상실'을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자신의 의도에 따라 범행도구를 소지하고, 주변상황 변화에 따라 대처하거나 반응했다"면서 A씨의 심신상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법정에서 자신의 입장에 관해 횡설수설하다가 검찰의 무거운 구형 의견을 들은 후 '칼을 들고 다니지 않고 치료도 잘 받으며 징역을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명료하게 밝힌 점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과정에서 위험한 물건 내지 흉기를 사용했고 과도를 들고 거리를 배회하며 순차로 여러 범행을 저지르기도 했다"면서 "살인미수죄의 피해자를 제외한 다른 피해자와 경찰관들에게 용서받지 못한 점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있고, 조현병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서 '계획범행'으로 보이진 않는다"면서 "범행 피해자들에게 입힌 상해 정도가 심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sualuv@news1.kr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