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명 사상 오송 참사 첫 재판…'부실제방 의혹' 감리단장·현장소장

감리단장 공소사실 인정, 현장소장 전면 부인
유족 "현장소장 혐의 부인에 가슴 아파"

(청주=뉴스1) 박건영 기자 = 2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한 첫 재판이 17일 참사 186일 만에 시작됐다.

청주지법 형사5단독 정우혁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업무상 과실치사상, 증거위조·사용 교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미호천교 확장공사 감리단장 최모씨(66)와 현장소장 전모씨(55)의 첫 공판을 열었다.

이날 두 피고인은 사건이 병합되지 않아 시간차를 두고 따로 재판을 받았다.

최씨는 공소사실 대부분을 인정했으나, 전씨는 혐의를 모두 완강히 부인했다.

전씨 측은 "기존 제방을 무단 절개하고, 임시제방을 부실 축조했다는 사실관계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또 증거위조교사 혐의의 경우 증거를 위조한 정범(직원)이 유무죄를 다툴 여지가 있으니 교사 혐의도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최씨 등은 2021년 미호천교 확장공사 편의를 위해 기존 제방을 무단으로 헐고, 임시제방을 법정 기준보다 1.14m, 기존 제방보다는 3.3m 낮게 부실시공해 25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또 시공계획서나 도면도 없이 허술한 방식으로 임시제방을 축조했으나, 참사 직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시공계획서가 있었던 것처럼 꾸미는 등 증거를 조작한 혐의도 받는다.

정 부장판사는 "추가로 기소되는 사건을 기다리면 재판이 장기화 될 우려가 있다"며 "피고인들이 구속돼 있는 상황을 고려해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재판은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 낭독과 피고인 인정신문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재판부는 내달 14일 열리는 다음 공판기일부터는 증거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재판을 방청한 직후 유족들은 기자들과 만나 "잘못을 하나도 인정하지 않는 현장소장의 모습에 보는 내내 가슴이 아팠다"며 "선행요인 책임자들에 대한 재판을 빨리 마친 뒤 부실대응 책임자들도 신속히 규명되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7월15일 집중 호우로 미호강 제방이 유실되면서 오송 궁평2지하차도가 완전 침수됐다. 이 사고로 14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검찰은 국무조정실의 의뢰에 따라 수사본부를 꾸려 행복청과 충북도·청주시·충북경찰청·금강유역환경청·금호건설 등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여 추가 기소 대상자를 가려내고 있다.

pupuman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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