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정 안고 행진 나선 이태원 유족…"尹, 특별법 거부말라"
"가장 아픈 국민 목소리 들어달라…'이태원 특별법' 신속히 공포해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이태원 유가족들은 정부와 여당에 특별법을 신속히 공포해달라고 호소했다.
꽤 굵은 눈발이 날리는 17일 오후 2시 30분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는 희생자 159명의 영정을 들고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분향소를 출발해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까지 행진을 진행했다.
희생자들의 영정을 든 유가족들의 행진은 이태원 참사 100일 추모대회가 열렸던 지난해 2월 4일, 유가족들이 서울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분향소에서 서울시청 앞까지 행진한 이후로 이번이 두 번째다.
눈발이 날리고 길가에 살얼음이 어는 맹추위 속에 유가족들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하라'라는 문구가 적힌 보라색 몸자보를 입은 채 분향소에서 희생자들의 영정을 꺼내기 시작했다. 어떤 이들은 약 일 년 만에 품에 안은 가족의 영정을 쓰다듬다 끝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행진을 앞두고 이태원 유가족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주 안으로 정부로 이송될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고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운영위원장은 "이미 법은 국회를 통과했고 대통령이 정상적으로 공표하면 된다"며 "불법적으로 만들어진 법도 아니고 합법적으로 만들어진 법을 어떤 이유로 거부하겠다는 것인지 정말 궁금하다"고 한탄했다.
이어 "더 이상 정부에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저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대통령실을 향해서 행진하겠다"며 "(대통령은) 부디 잘못된 판단을 하지 마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리겠다"고 덧붙였다.
고(故) 이승현씨의 어머니인 염미숙씨는 "참사가 발생한 지 1년 2개월, 광장에 분향소를 세우고 거리에 나선 지 1년이 지났다. 그동안 유가족들은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에게 수십만 번 허리 숙여 인사했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왕복하는 거리만큼 걷고 또 걸었다"며 "전국을 순회하며 셀 수 없이 많은 시민들을 만나 특별법 제정 지지를 목이 갈라질 때까지 호소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마침내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고 곧 정부로 이송되지만, 여당과 정부는 '총선용 정쟁 악법이다'라는 정치적 수사를 앞세우며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위한 명분을 찾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故) 이상은씨의 아버지 이승환씨는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인 국민의힘에 다시 한 번 호소한다. 가장 아프고 억울한 국민들의 목소리에 먼저 귀를 기울여달라"면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신속하게 공표하고 법에 따라 설립되는 조사기구에 적극 협조해 진실을 찾아 떠나는 유가족들과 나란히 서 주시기를 진심으로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날은 기독교, 불교 등 종교계 인사들과 시민사회단체들도 유가족들의 행진 대열에 합류했다.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전남병 상임대표는 직접 마이크를 잡고 "아침에 나오면서 서럽시도 하고 분하기도 하고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 가족이 죽은 이유를 알고 싶다는 가족의 외침을 어떻게 정쟁이라고 표현할 수 있나"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참 악한 사람들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거대한 세력을 이길 수 있을까 두려움도 들었다"며 "(하지만) 지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고 끝까지 가족들과 연대해 진상이 규명되고 책임자가 처벌되고 온전한 애도가 실현될 수 있을 때까지 끝까지 기도하고 연대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영정 사진과 함께 하는 행진을 위해 이날 하루는 서울시청 앞 분향소 운영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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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양형욱 기자 yangs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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