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 준 美 무기, 어떻게 쓰이는지 살펴야”··· 미 상원, 가자지구 ‘인권조사’ 결의안 부결

미 상원, 샌더스 요구 ‘인권 조사’ 압도적 표차 부결
찬성 11, 반대 72…이스라엘 ‘초당적 지지’ 재확인
‘묻지마 식’ 지원 비판 목소리도···“민주당 내 균열”

버니 샌더스 미 상원의원(무소속). AP연합뉴스

미국 상원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이 저지른 인권 침해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압도적 표차로 부결시켰다.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 확산에 따른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미 의회의 ‘초당적 지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묻지마 식’ 이스라엘 군사 지원에 대한 의회 내 비판 목소리도 조금씩 힘을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보도에 따르면 미 상원은 16일(현지시간)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상정한 ‘인권조사 요구’ 결의안을 찬성 11표, 반대 72표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시켰다. 무소속인 샌더스 의원을 비롯해 9명의 민주당 의원, 공화당 소속 랜드 폴 의원만 이 결의안에 찬성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 성향 정치인으로 2016·2020년 미 대선에서 민주당 경선 후보로 나섰던 샌더스 의원은 미국의 군사 지원이 가자지구에서 인권 침해를 초래하고 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며 이번 전쟁에 대한 ‘인권 조사’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이는 1961년 개정된 ‘해외지원법’에 근거를 둔 것으로, 결의안이 가결되면 미 국무부는 이스라엘에 지원한 무기가 국제인권법을 준수해 사용되고 있는지 등을 담은 인권조사 보고서를 30일 이내에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국무부가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조사에서 인권침해적 요소가 발견될 경우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원조는 즉시 중지된다.

이는 미국 정부의 해외 군사원조가 인권침해 등에 이용되는지 의회가 감독할 수 있도록 한 법 조항에 따른 것이다. 미 의회에서 이 조항을 근거로 표결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샌더스 의원은 표결 전 연설에서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야만적인 테러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고 전쟁을 할 권리가 있지만, 팔레스타인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전쟁을 할 권리는 없다”면서 “그러나 비극적이게도 지금 우리는 무고한 민간인과 어린이를 상대로 한 전쟁을 목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표결은 미국이 지원한 무기가 가자지구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면밀히 살펴보는 첫 단계가 될 것”이라며 “오늘 우리가 투표하는 것은 단지 정보 요청일 뿐이며, 매우 온건하고 상식적인 제안”이라고 설득에 나섰다.

유대계인 샌더스 의원은 지난 3일에도 성명을 통해 미국의 군사 원조가 가자지구에서 참상을 키우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날 상원 표결 전부터 결의안이 부결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결의안은 문제를 해결하는 올바른 수단이 아니다”라면서 “솔직히 말해 실행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인 벤 카딘 상원 외교위원장도 “결의안 통과는 하마스와 이란에 선물을 주는 것”이라며 “이스라엘과 미국의 분열만 보여줄 뿐”이라고 반대했다.

결국 예상대로 결의안은 압도적 표차로 부결됐지만, 미 언론들은 미국의 ‘묻지마 식’ 지원에 대한 비판적 논의가 의회 내에서 시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NYT는 “지난해 10월 하마스 공격 당시 미 의회는 비용을 아끼지 말고 이스라엘을 지원할 것을 한 목소리로 요구했으나, 100일이 지난 지금 이런 합의가 약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 민주당 내부의 ‘균열’이 드러나고 있다고 짚었다.

최근 민주당 의원 13명은 의회의 승인 없이 해외 무기 판매가 가능하도록 한 긴급조항 폐지에 나서는 등 바이든 정부의 ‘의회 패싱’ 이스라엘 지원에 대한 반발 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