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억대 관광사업’ 뒤엎은 남원시, 손배금 수억원 물어줄 판…무슨 일이?
시-업체 분쟁 장기화로 ‘테마파크’ 부도 위기…남원시 ’수백억 빚’ 떠 안나
한명숙 시의원 “대책 마련 촉구” vs 최경식 시장 “항소해 적극 대응”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전북 남원시가 전임 시장 때 추진했던 '수백억대 관광사업'을 뒤엎었다가 2억원에 육박하는 손해배상금을 물게 됐다. 민간사업자가 남원시를 상대로 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하면서다. 협약에 문제가 있다는 남원시와 일방적 주장이라는 업체가 맞서면서 민선 8기 출범 이후 소송전으로까지 번졌다.
지역사회에선 패소 사실이 알려지자 최경식 시장이 당선 직후 돌연 이 사업에 대한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협약 이행이 중단돼 전임 시장의 업적을 부정한다는 곱지 않은 시각과 함께 남원시가 역점 사업에 스스로 제동을 걸어 멀쩡한 관광시설을 애물단지로 전락시켰다는 비난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이번 1심 손배소 판결이 전조로, 최악의 경우 남원시가 실시협약대로 수백억 원의 빚을 떠안게 돼 혈세낭비를 피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대체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법도 있지만, 지역사회에서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남원시, 협약 이행 '중단'…민선 8기 출범 이후 법정공방
전주지방법원 남원지원은 지난해 12월 놀이시설을 운영하는 민간사업자 '남원테마파크'가 남원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하고 '남원시는 원고에게 1억7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앞서 해당 업체는 남원시와의 협약에 따라 400여억원을 투입해 조성한 놀이시설에 대해 사용 허가를 내주지 않자 민사소송을 냈다.
남원 테마파크 파행 사태의 내막은 이렇다. 당초 남원시는 지난 2019년부터 도심에 수백억대 규모의 관광지 민간개발 사업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시와 남원테마파크는 2020년 6월 함파우관광단지에 관광용 모노레일과 짚와이어 등 놀이시설을 설치하는 협약을 맺었다. 업체가 시설을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남원시는 20년 동안 사용허가를 내주기로 했다.
남원시가 발주했지만, 모두 민간자본이 들어갔다. 업체는 2022년 6월에 시설 공사를 마쳤고 투입된 돈은 425억 원에 달한다. 협약에 따라 민간업체가 영업권을 가지는 대신, 돈을 쏟아 부은 시설을 남원시에 넘겨주도록 했다.
하지만 영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제동이 걸렸다. 민선 8기 들어 시장이 바뀌면서 남원시가 돌연 협약 이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최경식 신임 시장은 직접 나서 3년 전 민간업체와 체결한 계약에 대해 남원시에 불리한 독소조항이 들어 있다고 문제 삼았다. 기존 사업자가 부도가 나면 대체 사업자를 찾아야 하고, 그게 안 되면 기존 업체의 대출을 남원시가 모두 떠안아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협약 중 쟁점이 되는 제19조는 "포기 등의 사유가 발생할 경우 남원시가 12개월 이내 대체사업자를 선정해야 하고, 미이행 시 남원시가 405억원의 대출원리금을 대주단에 손해배상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이는 현실적으로 이행이 불가능해 결국 남원시의 부담이 될 것이 명백한 독소조항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업체가 빌린 원금에 이자까지 계산하면 최악의 경우 600억 원에 가까운 위험부담을 감수하는 조건인데, 여기에 불법성까지 있다는 주장이다. 공유재산법에 따르면 기부채납에 조건이 붙은 경우에는 공유재산을 기부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는 것이다.
남원시는 업체의 자본잠식 우려가 있고, 사업성도 다소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는 자체 감사 결과까지 덧붙였다. 남원테마파크에서 제시한 연간 매출예상액과 운영수익은 실제와 현저한 차이가 있어, 협약체결 과정에서 업체 측의 불순한 의도가 개입된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는 것이다.
최 시장 "협약에 독소조항 있어" vs 업체 "최악 상황 가지고 판단"
이에 대해 업체 측은 남원시의 우려가 지나치다고 반발했다. 남원테마파크 관계자는 "대출원리금 383억 원과 이자 182억 원 포함해서 590여억 원의 손해가 날 수 있다는 상황은 도저히 불가능한 숫자라고 보는데, 남원시가 최악의 상황만 가지고 판단한 것 같다"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남원시가 역점적으로 추진한 대규모 관광사업이 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파행이 불가피해졌다. 영업을 채 시작하기도 전에 제동이 걸리면서 시설물들의 소유권은 모두 사업자에게 있다. 원래 계약대로라면 남원시가 모두 받아가야 하지만 거부했기 때문이다.
과다한 적자가 쌓여 경영이 악화되자 남원테마파크는 2022년 7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뒤 남원시에 협약 해지를 통보했다. 사업비를 대출해준 금융기관(대주단)도 이와 별개로 남원시에 408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또 대체 사업자 지정에 관한 공문도 보낸 것으로 알려져 남원시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남원시가 자칫 수백억 원의 빚을 떠안게 돼 혈세낭비를 피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남원테마파크 파행 사태는 시의회 도마 위에 올랐다. 한명숙 시의원은 16일 열린 본회의에서 시정질문을 통해 "남원시가 함파우관광지의 집와이어와 모노레일 등의 놀이시설에 대해 제때 사용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가 1억원이 넘는 손해배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 의원은 "최경식 시장이 당선 직후 돌연 이 사업에 대한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초유의 혼란이 빚어졌고, (분쟁이 장기화하며 놀이시설이) 이제 애물단지로 전락해가고 있다"면서 "해결 방안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최 시장은 "이번 판결과 달리 행정심판에서는 협약 일부가 관련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면서 "항소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답변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복날’이라 개고기? 이제 ‘불법’입니다 - 시사저널
- ‘전쟁’ 외치는 김정은…총선 전 ‘新북풍’ 불까 - 시사저널
- ‘다방 연쇄살인 피해자’ 하루만 빨랐어도 살릴 수 있었다 [정락인의 사건 속으로] - 시사저널
- 술 마시고 칼 잡아도 처벌 안받는 의사…‘자격정지 1개월’이 끝 - 시사저널
- 우울증 환자 ‘年 100만 명’ 시대…미리 예방하려면 어떻게? - 시사저널
- ‘오늘도 폭식했네’…식단 조절, 쉽게 하려면? - 시사저널
- 재벌은 망해도 3대는 간다? 균열 커지는 ‘한국식’ 오너 경영 - 시사저널
- 집주인이 4조3000억원 ‘꿀꺽’…지난해 전세 보증사고액 ‘역대 최대’ - 시사저널
- 확 달라진 《미스트롯3》 여전히 강했다 - 시사저널
- 뉴진스 이을 5세대 아이돌은 언제쯤 대세가 될까 - 시사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