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랗게 오염된 평택 관리천…환경부 실태 파악 ‘깜깜’

환경부, 에틸렌디아민 등 유출 ‘추정’
물 속 오염도 얼마인지는 확인 못해
화학안전원 “공정시험기준 없어 지연”

지난 11일 경기도 평택시 청북읍 관리천이 화성시의 한 위험물질 보관창고에서 발생한 화재로 유입된 유해화학물질로 파랗게 오염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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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밤, 경기 화성시의 한 화학물질 저장업체에서 난 화재 때 유출된 유해화학물질로 인근의 관리천 7.7㎞ 구간이 파랗게 변했다. 하지만 일주일이 넘도록 하천의 유해화학물질 오염 실태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사고 발생 8일째인 지난 16일 “관리천 수질 오염사고의 안전하고 조속한 수습을 위해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조하여 총력 대응하고 있다”며 오염 하천에 대한 관계 기관의 수질분석 결과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분석 결과를 보면, 유해화학물질이 유입됐는데도 하천에는 별다른 수질 오염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한강유역환경청 화학안전관리단이 지난 12일 관리천과 국가하천인 진위천의 합류부(유해화학물질 유출지점 7.7㎞ 하류)에서 채취한 시료로 실시한 분석 결과에는 32개 분석 대상 가운데 30개 항목이 ‘불검출’이거나 ‘생태독성 없음’으로 나와 있다.

검출된 것은 구리와 발암물질인 폼알데히드 등 2개 항목에 불과했는데, 두 항목 모두 검출량이 청정지역 수질 오염물질 배출허용기준은 물론 인체건강보호기준을 크게 밑도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또 유출사고 지점에서 0.8㎞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관리천 합류부에서 같은 날 채취한 물 시료에서는 나프탈렌과 페놀 등 2개 항목이 더 검출됐으나 모두 기준치 이내였고, 생태독성 값만 배출 허용기준보다 2.4배 높았다.

하지만 한강유역환경청이 분석한 대상 물질에 이번 화재 사고로 유출돼 하천을 파랗게 물들인 유해화학물질은 포함돼 있지 않다. 32개 분석 항목 모두 화학물질 유출 사고와 무관하게 일반적인 특정 수질 유해물질 폐수배출시설 관리에 적용하는 항목들이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관리천이 파랗게 변한 것과 관련해 지난 9일 화재로 유해화학물질 창고가 전소되면서 안에 보관 중이던 에틸렌디아민이 흘러들었기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 물질이 물 속에서 금속 성분과 결합하면서 물을 파랗게 착색하는 효과를 냈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이번 사고로 관리천에 에틸렌디아민 외에 메틸에틸케톤, 에틸아세테이트도 유입됐다고 추정하고 있으나, 이들 유해화학물질이 실제 하천 물 속을 얼마나 오염시킨 상태인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제공하는 독성정보를 보면, 에틸렌디아민은 암모니아 유사한 냄새가 나는 투명한 액체로 동물실험에서 생식·발생 독성을 나타낸다. 메틸에틸케톤은 노출되면 중추 신경계 억제와 신경 독성을 유발한다.

환경부 산하 화학물질안전원 관계자는 “에틸렌디아민과 같은 물질은 공정시험 기준이 없어서 여러가지 자료를 참고로 분석 방법을 설정해서 하려다보니 분석해서 정량을 하는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