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습 보름 만에 당무 복귀한 이재명 “이번 선거는 정권심판선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7일 흉기 피습 사건 발생 15일 만에 당무에 복귀하면서 “이번 선거는 정권심판선거”라고 강조했다. “비정상의 나라로 후퇴”하고 있는 데 대해 윤석열 정부의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자신의 피습 사건을 두고는 “칼로 죽이려고 하지만 결코 죽지 않는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직접 최고위원회를 주재하고 인재영입식에 참여하면서 당무에 복귀했다. 이 대표는 복귀 일성 대부분을 윤석열 정부 비판에 할애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이 정권의 2년간의 행태나 성과가 결코 국민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며 “국민들께서 이 정권이 과연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 주어진 권력을 제대로 행사했는지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 대표는 “정상적 나라가 아니라 비정상의 나라로 후퇴하고 있다”며 “경제도 더 어려워졌고 안보도 더 나빠졌고 민생도 더 나빠졌고 좋아진 것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수사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두고는 “모든 국민에게 평등해야 할 법이 특정인에게 특혜가 되고 있다”며 “똑같은 잣대가 누군가에겐 휘어진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수십 년간 많은 사람이 피 흘려서 만든 민주주의도 위기를 겪고 있다”며 “상대를 제거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내가 모든 걸 다 가지겠다는 생각 때문에 정치가 전쟁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피습 사건을 두고는 “법으로도 죽여보고 펜으로도 죽여보고 그래도 안 되니 칼로 죽이려고 하지만 결코 죽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부·검찰, 언론, 습격범이 자신을 탄압하고 있지만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당 분열 사태와 공천 잡음을 두고는 “많은 논란이 있지만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통합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정한, 혁신적인 공천을 통해서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고위원회의 직후 열린 인재영입식에서는 “통합에 많은 노력을 다했지만 안타깝게도 이낙연 전 총리께서 당을 떠나셨고 몇 의원들께서 탈당하셨다”며 “단일한 대오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자 소명”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회 출근길에 “제게 주어진, 우리 국민께서 맡긴 책임을 최선을 다해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현 지도부를 중심으로 뭉쳐서 총선을 치르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이 대표 중심으로 뭉치기만 하면 총선에서 이긴다는 지도부 인식은 안일하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 대표가 지난 2일 부산 가덕도 방문 도중 습격을 받고 치료받는 동안 이낙연 전 대표와 ‘원칙과상식’ 소속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 등이 당을 떠났다. 그 과정에서 민주당의 호남 지지율이 1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는 여론조사가 나오기도 했다. 성비위 의혹이 불거진 친이재명(친명)계 정치인들의 총선 출마 선언도 민주당에 악재다. 선거제 개편 여부도 이 대표에겐 시험대다. 이 대표는 “대선 정치개혁 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다.
민주당을 탈당한 이원욱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대표가 복귀 일성을 또 증오와 거짓말로 시작한다”며 “원칙과상식 의원들에게 전화 한 번이라도 해보신 적 있나”라고 반문했다. 박원석 미래대연합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지금은 국민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당을 떠난 이들을 바라보며 반성과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출근길에서 취재진이 당 분열, 성비위 연루 친명계 정치인 공천 문제, 선거제도 개편 방향에 관해 물었으나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 ‘자객공천 논란이 있다’는 질문에는 “아직 공천한 것 없다. 경선한 것 가지고 그러냐”고 반문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이 대표에 대한 안전 관리를 강화하면서 기자들의 접근을 제한했다. 통상 이 대표의 발언이 끝나면 취재기자들과의 문답이 이뤄졌으나 민주당은 이날 안전상의 이유로 대표 기자 한 명에게만 질문할 기회를 줬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로부터 경호 인력을 지원받았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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