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① 중국 일대에서 떠도는 삼성 D램 공정 기술도
SBS 시민사회부 취재팀은 기술코드명 '볼츠만·파스칼'로 불리는 삼성전자 D램 핵심 공정 설계와 기술도 유출 의혹을 비롯해 기술 노하우를 가진 엔지니어 인력이 유출되고 있는 실태와 그 배후 세력의 실체를 추적했습니다. 8뉴스에 이어 [취재파일]을 통해 총 세 차례에 걸쳐 연재해 보도해 드리겠습니다.
'삼성 D램 공정 기술이 중국에 떠돌고 있습니다.'
경찰 수사는 어떻게 시작됐나
기술 유출의 핵심은 삼성전자 전직 수석 연구원
이 기밀 자료의 출처를 역추적한 경찰은 삼성전자 수석연구원 출신 A 씨의 소행인 것으로 잠정 판단하고 A 씨를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9월 무렵 A 씨의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검증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영장에는 A 씨가 유출한 것으로 판단되는 증거와 진술 내용이 담겼고, 법원도 이를 인정해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중순, A 씨 자택 내부에 있는 디지털 기기를 집중 수색했습니다. 그 결과 A 씨 고유 계정의 클라우드와 각종 드라이브, 이메일 등에서 삼성 20나노 D램 공정 설계 자료와 이미지가 다수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 유출 동기 규명 주력…'중국이 삼성 기술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
경찰은 압수물을 토대로, A 씨가 20나노 D램 공정 기술도(코드명 : 볼츠만) 등을 유출한 시점을 2016년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시기 A 씨는 삼성전자 상무 출신 최 모 씨가 싱가포르에 설립한 '진 세미컨덕터'라는 반도체 컨설팅 업체로 이직을 하게 됩니다. 해당 회사 홈페이지나 최 씨의 일부 언론 인터뷰를 찾아보면, 해당 업체는 명목상으로는 반도체 개발 및 수요가 있는 해외 국가를 상대로 반도체 생산성을 높이는 컨설팅 업무를 했다고 최 씨가 설명한 흔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 씨가 중국 내 삼성 복제공장 건설을 목표로 지난 2018년 대만 폭스콘과 8조 원 투자 유치를 추진하면서 A 씨가 최 씨와 함께 해당 삼성 D램 공정 설계 자료와 기술도 일부를 활용한 정황이 경찰 수사 과정에서 포착됐습니다. A 씨는 당시 최 씨와 함께 폭스콘의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사업 설명 자료를 준비하며 PPT 자료에 이 볼츠만 공정도를 언급하며 '중국이 이러한 기술을 가질 수 있게 노력하겠다'라는 취지로 세일즈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습니다. 퇴직자들이 모여서 새로운 생계를 위해 세일즈를 하는 건 얼마든지 허용 가능하지만, 그 내용에 삼성 고유 기술이 언급되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모든 PPT 자료는 제가 작성한 뒤 최 씨가 최종 검증했다'라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과적으로 폭스콘은 투자 도중 계획을 철회했고, 삼성 복제공장 건설은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투자 철회 이유에 대한 여러 풍문이 돌았지만 구체적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후 A 씨와 최 씨는 2018년 후반 무렵, 중국 내 투자처를 집중 물색하게 됩니다. 당시 최 씨는 중국 청두 지방 정부 인사를 접촉해 4,600억 원 투자를 약속 받았는데, 이때도 A 씨 → 최 씨를 거쳐 '중국이 삼성 반도체 기술을 보유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대중국 홍보 PPT를 띄운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최 씨는 이런 과정을 거쳐 2020년 9월 중국에 청두가오전이라는 반도체 제조업체를 설립했습니다. 당초 명목상 내걸었던 '반도체 컨설팅'의 업무를 넘어 '제조'까지 외연을 확장한 겁니다. 최 씨 측은 "불법 행위는 없었다"라는 입장이지만, 경찰 관계자는 최 씨의 이러한 행위에 대해 "사기업의 영업 기밀을 유출한 행위를 넘어 국익을 해치는 행위"라고 말했습니다.
핵심은 '볼츠만' 유출…옛 기술이어서 중요치 않다?
'한국 엔지니어 유출' 조직적 카르텔 의심
기술 유출의 핵심 피의자가 A 씨였다면 인력 유출의 핵심은 어떤 인물일까요. 경찰은 국내의 한 컨설팅업체 대표 B 씨를 지목하고 피의자로 입건했습니다. B 씨는 삼성전자 엔지니어를 거쳐 삼성 디스플레이 상무를 지낸 이력이 있습니다. 범행 구조 상,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 청두가오전 측이 한국 반도체 엔지니어를 끌어들이려면 한국 내 징검다리 내지는 브로커 역할을 하는 업체가 필요합니다. 청두가오전 인사팀은 내부 소속인 일명 '행동대장'이라 불리는 차장급 인사를 한국으로 보내 이 업체를 관리하는 한편 인력 풀을 요청하도록 했고, 업체 측은 행동대장에게 인력 풀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경찰은 의심하고 있습니다.
법원 "증거 상당수 확보…방어권 보장 필요"
(사진=연합뉴스)
배준우 기자 gat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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