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공회전 금지' 단속 나가봤더니..."지키는 기사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배달업계 반발..."생계가 달린 문제"
단속 인력도 부족...자동차 단속도 병행
“저희 빨리 이동해야 해서 시동 껐다 켰다 할 시간 없어요.” (오토바이 기사 A씨)
“미세먼지를 예방하고 오염물질을 줄이자는 차원에서 하는 거니까 이해 좀 해주세요.” (서울시 단속반원)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상가 밀집 지역 앞 도로. 햄버거 프랜차이즈, 대중식당 등이 많아 배달기사들이 끊임없이 밀려왔다. 3명으로 이뤄진 서울시 단속반원들은 이곳에서 오토바이 공회전 단속에 나섰다. 오토바이 배출가스는 승용차보다 오염물질 비중이 높고, 배달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오토바이 배출가스로 인한 대기오염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150cc 이상 이륜자동차는 1,600cc 승용차보다 탄화수소 113배, 일산화탄소 71배를 배출한다. 지난해 7월 서울시의회는 공회전 단속 대상에 이륜자동차를 포함시키는 ‘자동차 공회전 제한에 대한 조례’를 개정했고 서울시는 1일부터 본격 단속에 들어갔다. 초대형 아파트 단지, 배달음식점 등 오토바이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집중 단속을 벌였다. 제한 규정 위반 시 과태료 5만 원을 부과한다.
단속이 진행된 1시간 30분 동안 단속반과 배달기사들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배달기사들은 “공회전 자동차도 많은데 오토바이를 왜 잡아요?”, “매번 시동 껐다 켰다 하면 배터리 빨리 닳아요”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단속반은 열화상 탐지기를 오토바이 부근에 댄 뒤 온도를 재고 이를 녹화해 공회전 여부를 판단하는데 “허락도 없이 왜 찍느냐”며 따지는 기사도 있었다.
공회전 제한 시간은 바깥 기온에 따라 다르다. 영상 5~25도일 때는 제한시간 2분 , 영상 0~5도면 제한시간은 5분이다. 이날 대기 온도는 영상 1도로 제한 시간은 5분이었다. 단속반은 공회전 오토바이를 발견하면 배달기사에게 구두로 단속대상임을 알린 뒤 제한시간을 넘으면 과태료를 부과한다. 단속 시간 동안 주차된 오토바이 18대 중 14대가 공회전했지만, 대부분 음식점에서 배달 음식을 가져오는 시간이 2~3분에 그쳐 과태료 처분은 내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단속반에게 “5분만 안 지나면 되지 않냐”, “지금 영하 아니냐”는 등 항의가 이어졌다.
배달기사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5년 차 배달 기사 정모(30)씨는 “배달 음식을 줄 때 1분, 2분 걸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시동을 켜두고 올라가도 손님이 연락이 끊기거나 문을 열어주지 않아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잦다”며 “내 뜻과 달리 공회전 시간이 길어질 때도 있는데 단속하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우관재(44)씨는 “정해진 시간 안에 배달해야 하는 생계 문제라 어쩔 수가 없다”며 “지키는 기사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고를 받은 김모(32)씨는 “오토바이 공회전은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나 빌라촌에서 빈번해, 도로변에서 단속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단속 인력 또한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시 등록 이륜차는 42만3,237대다. 하지만 서울시청 소속 단속반은 3개, 총인원은 8명이다. 이들은 기존의 자동차 공회전을 비롯해 배출가스, 매연 저감장치 단속도 병행하고 있다. 단속반의 오토바이 공회전 단속은 특정 요일, 특정 시간대에, 일정한 장소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2019년 세종시에서도 조례를 개정해 이륜차를 공회전 단속 대상에 포함시켰지만, 4년간 과태료 처분은 한 건도 없다.
서울시도 단속을 시작한 후 공회전하는 오토바이를 대상으로 구두 경고는 이뤄졌지만, 16일 기준 적발 건수는 '0건'이다. 시 관계자는 “제도가 시행됐지만 시간이 초과되지 않아 적발되지 않을 뿐, 공회전을 일상적으로 하는 기사들이 많다”며 “날이 풀리면 제한시간이 짧아져 더 많이 적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호 서울환경연합 기후행동팀장은 "단속도 중요하지만 현재 지지부진한 영업용 전기이륜차 보급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권정현 기자 hhh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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