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겠다” 아내 찌른 남편…살인미수 무죄 뒤집고 2심서 유죄

별거하던 배우자를 죽이겠다며 흉기로 수차례 찌른 60대 남성이 1심에서 살인미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유죄로 뒤집혔다.

서울중앙지법./조선DB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서승렬)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60)씨의 항소심에서 최근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22년 11월 별거하던 아내와 다투다 과도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살인미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A씨에 대해 “미필적으로라도 살해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살인미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범행도구로 쓰인 과도가 사람을 살해하는 데 효과가 크지 않고, 남편이 노린 피해자 하복부와 허벅지는 칼에 찔렸을 때 생명에 직접적 위험을 초래할 부위는 아니라는 것이다. 1심 재판부는 또 “A씨는 과거에도 피해자와 갈등 과정에서 일시적인 분노의 표출로써 ‘죽여버린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이 발언이 살해 의사 표명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1심 재판부는 직권으로 특수상해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이러한 1심 판단에 오류가 있다 보고 살인미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A씨는 자신의 공격으로 피해자가 사망할 가능성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용인한 채 범행했다”며 살인 고의를 인정했다. 또 “과도가 전형적인 살인 도구는 아니더라도 사용 방법에 따라 사람을 살해하기에 충분하다”며 “A씨는 이를 미리 준비해 주머니에 숨긴 채 별거 중이던 피해자를 찾아가 지체 없이 찔렀다”고 했다. 1심에서 인정되지 않은 고의성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이어 “일반적으로 복부에는 생명에 직결되는 중요한 장기가 모여 있어 흉기로 강하게 찌를 경우 치명적인 위험이 초래된다는 점은 누구나 예견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피해자가 치명적 상처를 입진 않았지만, 이는 그가 격렬하게 저항하며 방어했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