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타임] 또 해고당한 무리뉴, 누적 위약금만 1370억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김한림 영상기자] 주제 무리뉴 감독이 또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 못했습니다.
AS 로마는 17일(이하 한국시간) 팀 사령탑이던 무리뉴와 계약 해지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새 감독은 과거 AS 로마에서 18년 동안 활약한 구단 전설 다니엘레 데 로시입니다.
무리뉴와 AS 로마의 계약은 이번 시즌까지였습니다. 하지만 성적 부진이 이어지자 AS 로마가 칼을 빼들며 시즌 도중 내쳤습니다. AS 로마는 지난 시즌 세리에A 6위에서 올 시즌은 9위로 더 떨어졌습니다.
첼시,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토트넘에 이어 AS 로마까지. 무리뉴는 이번에도 한 팀에서 3년을 넘기지 못하고 계약 도중 해고됐습니다.
한때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력으로 우승 청부사라 불리며 유럽축구 최고의 명장으로 꼽혔던 무리뉴. 하지만 이젠 맡는 팀마다 안 좋은 마무리로 입지가 땅에 떨어졌습니다.
이와 별개로 무리뉴의 지갑은 날이 갈수록 두둑해지고 있습니다. 계약 도중 일어난 경질로 인해 엄청난 위약금을 챙겼기 때문이죠. 지금까지 6번의 해고 과정에서 얻은 위약금을 다 합치면 무려 8,090만 파운드. 한국 돈으로 약 1,370억 원이 됩니다.
무리뉴의 다음 행선지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유력히 거론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힐랄은 무리뉴를 향해 감독 최고 연봉을 약속하며 러브콜을 보냈습니다.
한편 AS 로마 경질 소식에 무리뉴 감독은 눈물까지 보였다. 이탈리아 칼치오메르카토 등 현지 취재진들이 촬영한 영상에서 무리뉴 감독은 차량 안에서 눈물을 글썽거리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취재진에게 인사했다. 현장에 모인 일부 팬들도 무리뉴 감독에게 인사하며 눈물을 보였으며, 차량이 떠날 때 무리뉴 감독의 응원가를 불렀다. 무리뉴 감독은 앞서 경질 통보 직후 SNS에 유로파리그 컨퍼런스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사진과 함께 "Arrivederci Roma(안녕 로마)"라고 적어올렸다.
무리뉴 감독은 2023-24시즌에 AS 로마 감독 3년 차에 접어들었다. 끝내 3년 차 징크스를 극복 못했다. 무리뉴 감독에겐 3년 차 징크스가 있었는데 또 한 번 증명됐다. 경질 이유로는 성적 부진이 결정적으로 보인다. AS 로마는 현재 이탈리아 세리에A 9위에 있다. 시즌 반 바퀴를 돌았는데 유럽축구연맹(UEFA) 유럽대항전 진출권 6위와 승점 4점 차이다.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얻을 수 있는 4위와의 승점 차는 5점이다.
승점 차이는 적었지만 경기력이 들쑥날쑥했다. 개막 이후 3경기 동안 이기지 못했던 AS 로마는 4라운드 엠폴리전에서 7-0으로 이기며 반등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토리노전에서 승점 1점만 따낸 이후 제노아에 3골 차 대패를 기록했다. 한동안 연승에 안착했지만 상위권 도약을 위해 이겨야 했던 인터 밀란, 라치오 등에 연거푸 패배하며 승점을 잃었다.
제노아에 충격적인 1-4 대패를 당한 이후 무리뉴 감독이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했다. 그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AS로마는 과거를 위해 노력하려는 견고함을 잃었다. 내 커리어에서도 최악이다. 우리는 이 상황을 탈출해야 한다. 이제 더는 이적할 수 없고 누구도 떠나거나 합류할 수 없다. 슬퍼할 시간이 없다"라고 말했다.
무리뉴 감독이 팀 분위기 개선을 외쳤지만 특별하게 나아지지 않았다. 전반기 막판 5경기에서 1승밖에 거두지 못했다. 게다가 코파 이탈리아 8강전에서 라치오에 패배해 탈락했다.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결과와 컵 대회에서 라이벌에 패배하자 AS로마 고위층이 결단을 내린 거로 보인다.
2024년 6월에 무리뉴 감독은 AS 로마와 계약이 끝난다. 얼마 남지 않은 시점부터 AS 로마와 동행하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포르투갈 매체를 포함한 다수에 따르면 무리뉴 감독이 AS 로마와 계약이 끝나면 팀을 떠날 거란 설이 있었다. 실제 "내년 6월 30일에 계약이 끝나지만 현재로서는 재계약을 맺을 것 같지 않다. AS 로마 구단 내에 평온한 분위기를 해치는 건 불안정성이다. 무리뉴 감독은 AS 로마를 지휘하는 데 필요한 열정을 잃었고 자부심으로 로마에 남아 있다는 게 이탈리아 현지 여론이다"라고 밝혔다. 결국 올 시즌까지 완주한 뒤 팀을 떠날 것 같았지만 6개월을 남겨두고 경질되며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했다.
무리뉴 감독은 2002-03시즌 FC포르투를 이끌고 톱 클래스 지도자 잠재력을 보였다. 2년 차에 리그 우승, 컵 대회 우승, UEFA컵을 따내면서 트레블을 만들었다. 이후 첼시에 지휘봉을 잡고 프리미어리그에 독보적인 기록을 남겼다.
첼시, 레알 마드리드 등 빅클럽을 이끌면서 2년 차에 최고 성적을 냈다. 인터 밀란에선 2009-10시즌 트레블을 만들었고 레알 마드리드에선 극강의 팀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더블을 했다. 첼시에 다시 돌아왔던 시절에도 2년 차에 프리미어리그와 컵 대회 우승컵을 손에 쥐며 팀을 정상에 올려놨다.
한때는 스페셜 원으로 불리며 최고의 명장으로 칭송받았다. 하지만 그것도 옛날 얘기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토트넘 홋스퍼를 거치며 한 단계 내리막 길을 걸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엔 첫 부임부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를 제패했는데 두 번째 시즌에 우승컵 없이 끝냈다. 토트넘 홋스퍼에서도 리그컵 결승전을 앞둔 2년 차에 경질돼 팀을 떠났다. AS 로마에서도 유로파컨퍼런스리그 우승컵을 따낸 건 첫 번째 시즌이었다.
세계적인 명장에서 한 칸 내려왔지만, 무리뉴 감독에겐 토트넘 시절 아픔이 있었다. 지난해 11월 팟캐스트 '오비 원 팟캐스트'에 출연해 "토트넘은 50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우승한 적이 없는 팀이었다. 우승을 해보지 못했던 구단이 결승전 이틀 전에 경질했다. 어이가 없었다. 토트넘이 마지막 우승이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결국 결승전을 치르지 못했다. 상대 팀이 맨체스터 시티였기에 승리를 확신할 수 없었지만 우리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잡은 적이 있다. 분위기는 긍정적이었다. 계획을 세우더라도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 법인데, 난 첼시를 이끌고 웸블리 스타디움을 갈 때마다 우승을 차지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도 3번 웸블리에 가 두 번 우승했다. 웸블리에서 기록이 상당히 좋았다. 경기장 분위기도 잘 알고 있었다. 큰 경기를 치르기 전엔 편안한 느낌이 있어야 한다. 경기장이 너무 크다고 느끼면 경기를 치를 수 없다"라며 날을 세웠다.
토트넘뿐만 아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마찬가지였다. 무리뉴 감독은 "내가 지적했던 사람들이 아직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있다. 선수, 코칭 스태프 모두 포함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시절 같은 말을 했을 때도 그 사람들은 여전히 팀에 있었다. 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이런 사람들과 함께 한다면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라고 주장했다.
무리뉴 감독이 유럽5대리그 팀과 결별하면서 차기 행선지에 시선이 쏠린다. 그동안 업적이 있었기에 유럽 중상위권 팀 러브콜을 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톱 레벨은 아닐 것이다. 토트넘에서 경질된 이후 곧바로 AS로마 지휘봉을 잡은 걸 보면 아직은 무리뉴 감독을 향한 러브콜이 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거론되고 있지만 사우디아라비아로 건너가 유럽 커리어를 끝낼 수도 있다. 지난해 여름 사우디아라비아 팀이 무리뉴 감독에게 천문학적인 금액을 제안했지만 AS로마에 잔류한 이력이 있다. 무리뉴 감독도 언젠간 사우디아라비아 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할 거란 말을 하기도 했다.
영국 매체 '더 선'은 지난해 말 "올 시즌 종료 후 주제 무리뉴 감독은 AS 로마를 나갈 것으로 보인다. 아직 새로운 팀을 찾은 건 아니다. 하지만 여기저기 소문은 많이 났다. 첼시, 레알 마드리드 복귀설부터 사우디아라비아행 등 다양하다"고 밝혔다.
무리뉴도 소문을 부인하지 않았다. 최근 인터뷰를 통해 "난 언젠가 사우디아라비아리그에 합류할 것이다. 그곳에서 감독을 할 거다. 다만 그날이 당장 내일이나 모레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레알 마드리드 복귀설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무리뉴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레알 마드리드 사령탑으로 있었다. 그는 "내가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을 대신해 레알 마드리드로 간다고? 플로렌티노 페레스 레알 마드리드 회장은 매우 똑똑한 사람이다. 그는 이미 세계 최고의 감독을 데리고 있다. 왜 다른 감독을 앉히려 하겠나? 난 안첼로티 감독이 레알 마드리드에 머물길 바란다. 레알 마드리드에겐 완벽한 감독이다"고 안첼로티 감독을 높이 평가했다.
지난해 여름 무리뉴 감독은 사우디아라비아 알 힐랄로부터 주급 50만 파운드(약 8억 2,000만 원)짜리 초대형 계약을 제안받았다. 감독으로선 축구 역사상 최고 대우였다. 하지만 무리뉴 감독은 거절하고 AS 로마에 남았다. 이에 대해 무리뉴 감독은 "지난 휴가 때 난 축구 감독 역사상 가장 큰 액수의 제안을 받았다. 그러나 거절했다. 선수, 팬들, 구단주와 약속을 지키려 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났고 지금은 어떤가. 나를 둘러싼 반응이 전혀 달라졌다"고 서운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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