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녹취’ 증거 불인정 판결에 학부모단체·교원단체 상반된 반응…“아동 인권과 교권 대립구도 안 돼”
아동학대를 의심해 아이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몰래 녹음한 교사의 음성파일은 적법하게 수집된 것이 아니어서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대법원의 최근 판결을 두고 학부모 단체와 교원단체가 정반대 입장을 내놓자 아동 인권과 교권의 대립 구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 12일 “대법원의 잘못된 판결 하나가 말 그대로 지옥문을 열었다”며 “녹음기를 작동할 수 없는 영유아나 장애아동은 어떻게 보호해야 하나”라고 했다. 일부 학부모 커뮤니티에서는 “교사와 학생 서로를 위해 교실에 CCTV를 달아야 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반면 교원단체는 “몰래 녹음이 불법이라고 규정한 마땅한 판결”이라며 환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불법 녹음 및 청취 행위는 교사의 정상적 수업 활동을 저해하고 교육 활동을 위축시킨다”고 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아동학대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하지만 불법 도청이 횡행한 교실에서는 어떠한 교육도 가능하지 않다”며 “무단 녹음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행위는 중대 교권침해로 엄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동 인권과 교권의 대립 구도로는 교육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17일 “대법원의 판단이 학부모와 교사 중 누가 이겼거나 졌다는 대결 구도처럼 보이는 것이 우려된다”며 “학생·학부모·교사의 갈등은 사법적 판단 이전에 교육적 영역에서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논의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진우 포스텍 명예교수는 “녹취파일 증거 논란이 발생하는 이유는 교사와 학부모가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교사·학부모의 솔직한 논의가 필요한데 자꾸 사법적인 판결에 의존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김옥성 교육희망네트워크 대표는 “결국 교실의 아이들이 행복한 사회가 목적 아니겠나. 교실에 CCTV를 설치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학교 현장에서 구조적인 문제를 찾고 교육부 등 정부 기관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교실의 아이들은 존중받고 교사들은 수업에 방해를 받지 않도록 협동 교사를 배치하는 등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401111133001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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