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들린 집, 바로 사라”…영끌족이 격하게 공감하는 까닭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2024. 1. 1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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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보다 대출이자가 더 무서워’
청년 영끌족들, 고금리에 ‘곡소리’
영끌족 몰린 ‘노도강’ 하락거래 최대
이자 못버틴 집은 아예 경매 매물로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모습. (사진=연합뉴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귀신 나오는 집을 무조건 사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2030세대의 많은 공감을 받고 있다. 싼 값에 집을 마련한 후 귀신을 달래는 제사상 차려주는게 대출 이자에 허덕이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다.

저금리 당시 내집 마련 열풍에 휩쓸린 젊은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하는 사람들)들이 고금리 여파로 이자 부담이 치솟자, 가능한 집은 싸게 구하고 하자를 감내하는 편이 낫다는 웃픈 풍자로 해석된다. 한 누리꾼은 “전세사기가 횡행한 상황에서 매물의 하자를 솔직하게 사전고지하는 임대인은 믿고 계약할만하다”는 의견을 남길 정도였다.

17일 주택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경기 활황기에 매매시장을 주도했던 2030세대의 아파트 매수세가 최근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의 아파트 매매거래 총 3만2821건(한국부동산원 집계) 가운데 20대 이하 및 30대 매매거래는 총 9741건으로 전체의 29.7%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29.4%에 이어 연중 최저수준이다.

같은 기간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거래에서 2030세대가 차지한 비율도 전월 대비 3%포인트 하락한 33%로 연중 최저점을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지금보다 낮았던 2020년 하반기만 해도 2030세대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율은 41.7%까지 급증했다. 하지만 금리가 뛰기 시작한 재작년부터 매입 비율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자폭탄’ 우려가 매수심리를 위축 시킨 탓이다.

실제 통계청 자료를 보면, 대출이 있는 2030가구의 금융부채는 작년 평균 1억3964만원으로 2019년 9276만원 대비 50.5%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 연령대 증가율(19.6%)의 2.6배에 달한다.

시장 호황기 2030세대 영끌족이 몰렸던 노원구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매경DB]
영끌족의 수난은 거래가격 추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신고된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의 거래가격이 3분기보다 낮은 경우는 전체의 49.6%를 차지했다.

이는 동일 아파트, 동일 주택형에서 비교 기간 내 각각 1건 이상씩 거래가 발생한 2만3871건의 실거래가를 비교한 결과다.

지난해 초 대대적인 규제지역 해제와 특례보금자리론 공급 등으로 9개월 연속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졌지만,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대출 중단과 집값 고점 우려 확산, 고금리 장기화 등으로 10월 이후 상황은 바뀌었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16일 공개한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지난해 10월 0.22% 하락했고, 11월(-0.75%)에도 약세를 보였다. 특히 서울의 경우 지난해 11월 실거래가지수 하락 폭이 -1.81%로, 10월(-0.09%)보다 커졌다.

특히 지난해 3분기까지 아파트값이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서울의 경우 4분기 거래의 52.6%가 3분기보다 낮은 가격에 팔린 하락 거래였다. 경기(51.3%)와 인천(52.5%) 역시 3분기 대비 4분기 하락거래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면서 수도권 전체적으로는 하락거래가 51.8%를 차지했다.

서울 구별로는 도봉구(70.7%), 강북구(66.7%), 노원구(59.2%) 등 일명 30대 ‘영끌족’ 유입이 많은 ‘노·도·강’ 지역의 하락거래가 두드러져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중단의 타격을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레로 도봉구 방학동 청구아파트 전용 84㎡는 작년 9월 최고 5억9900만원에 팔렸으나, 작년 12월에는 이보다 9000만원 이상 하락한 5억3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노원구 상계동 보람2단지 전용 68.99㎡의 매매가격은 지난해 8월 말 6억1500만원에서 10월 5억9500만원, 12월 5억7500만원로 하락세를 보였다.

낮은 가격에 팔리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매물은 경매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빌라·오피스텔 및 상가 경매 진행 건수는 총 9015건으로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활황기에 무리하게 빚을 내 매입했다가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나온 물건이 급증했기 때문인데, ‘귀신보다 이자가 더 무섭다’는 한탄이 이해되는 대목이다.

이처럼 내 집 마련은 엄두도 낼 수 없는 마당에 끊이지 않는 전세사기는 청년들의 한숨을 더욱 깊어지게 만든다. 지난해 6월 전세사기 피해지원특별법 시행 이후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가 인정한 피해자는 총 1만944명이며, 이 중 2030세대가 73%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부동산 집값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작년 9월에 아파트값이 단기 고점을 기록한 뒤 올해 1분기까지는 약세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달 말이면 특례보금자리론 6억원 이하 우대형 대출도 중단되는 만큼 당분간은 거래 위축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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