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태종 이방원’ 말 학대 제작진, 1심서 벌금 1000만원 선고
지난 2022년 1월 방영된 KBS 1TV 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 중 다리에 묶인 줄을 당겨 말을 강제로 쓰러트린 혐의를 받는 KBS PD와 무술감독, 승마팀장 등 제작진 3명에게 각각 1000만원, KBS에 대해서는 500만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8단독 전범식 판사는 드라마 촬영 과정에서 낙마 장면 촬영을 위해 말 앞다리에 줄을 묶어 일부러 넘어지게 한 혐의를 받는 KBS PD 김모(59)씨 등 3명에게 17일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이들이 속한 KBS에 대해서는 500만원의 벌금형을 내렸다.
법원은 KBS 제작진이 동물 학대의 의도를 갖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전 판사는 “로프나 도르래를 사용해 피해 말이 정해진 지점에서 앞으로 고꾸라지도록 계획하고 실행했다”며 “로프의 존재를 말이 알지 못한 채 빨리 달리다가 앞으로 넘어져 상당히 큰 물리적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말이 사전에 훈련을 받았다고 볼 자료도 없어 낙마 촬영 과정에서의 상해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위로 보인다”며 “이들의 행위와 물리적 충격, 피해 말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종합하면 동물보호법이 규정하는 학대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제작진들은 재판 과정에서 “로프로 묶은 것이 전기충격보다 안전하고 관행적인 촬영 방법이라 피해를 줄이려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 판사는 “말과 유사한 모형을 제작하거나 컴퓨터그래픽(CG)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며 “표현의 사실성이 떨어지거나 제작 비용이 많이 든다는 사정으로는 회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 과정에서 무술감독 홍모(54)씨는 동물보호법 위반에 공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 역시 인정하지 않았다. 전 판사는 “PD와 무술감독, 승마팀장이 모두 동물보호법 위반에 공모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며 “피고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전 판사는 “피해 말의 고통, 드라마 방송 후 사회적 파장 등을 고려하면 죄가 가볍지 않다”며 “기본적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있고 관행적 촬영 방법을 답습한 것으로 보이며, KBS가 동물 출연 과정에서의 방송 제작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동물보호법 10조 2항은 ‘동물의 사육ㆍ훈련 등을 위해 필요한 방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도구를 사용하는 등 잔인한 방식으로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앞서 2022년 1월 1일 KBS 1TV에 방영된 드라마 ‘태종 이방원’ 7화에는 태조 이성계(김영철)가 말을 타고 가다 낙마(落馬)하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 낙마 장면 촬영에 동원됐던 말은 방송 두 달 전인 지난 2021년 11월 촬영 현장에서 넘어졌고, 닷새 뒤 사망했다.
방송 약 3주 만에 공식 사과문을 낸 KBS는 “책임을 통감한다”며 “해당 드라마를 결방하고 문제가 된 7화의 온라인 다시보기도 중단한다”고 밝혔다. 동물권 보호단체 ‘카라’ ‘동물자유연대’ 등은 “명백한 동물 학대 행위”라며 제작진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사건을 넘겨 받은 검찰은 작년 7월 KBS 제작진 3명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KBS도 양벌규정을 적용해 기소했다. 양벌규정은 위법을 저지른 행위자가 소속한 법인도 함께 처벌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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