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보다 60대가 더 많은 곳, 제조업이 늙어간다 [아카이브]
수출 부진에 재정도 악화
빚 못 갚아 연체액 증가
일자리 없는데 고령화까지
제조업체 올해 전망도 흐림
한국 제조업이 위기에 직면해 있다. 수출이 지지부진하다 보니 재정은 불안하고, 형편이 넉넉지 않으니 일자리도 변변찮다. 다양한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올해는 좀 나아질까 싶었지만, 제조업체들의 전망은 썩 좋지 않다.
먼저 수출을 보자. 관세청(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월별 수출은 개선됐다. 하지만 지난해 전체 수출은 6306억 달러(약 841조원)로 전년(6818억 달러)보다 7.5% 줄었다.
특히 지난해 수출 상위 10개 품목(전년과 거의 동일)은 모두 제조 관련 품목인데, 그중 7개 품목의 수출이 감소했다(-623억 달러). 제조업 수출이 큰 타격을 입었다는 얘기다.
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까지 올라 빚을 못 갚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지난해 1~3분기 기준 국내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들이 제조업체에 내준 대출의 연체액은 7401억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보다 1199억원(19.3%) 증가했다.
그럼에도 제조업체들의 은행 대출은 늘고 있다. 3분기 5대 은행의 제조업체 대출액은 264조1343억원이었는데, 이는 1년 전보다 2.5% 더 증가한 수치다.
기업들이 부진한 데 일자리가 생성될 리 만무하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3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 수는 2841만6000명으로 전년보다 32만7000명(1.2%) 증가했다. 전체 고용률(15세 이상 인구 기준)은 62.6%로 전년보다 0.5%포인트 상승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63년 이래 역대 최고치였다.
그럼에도 제조업 취업자 수는 446만1000명으로 전년보다 4만2000명(-0.9%) 줄었다. 취업자 수가 5만3000명 줄어든 2020년 이후 3년 만에 감소폭이 가장 컸다. 제조업은 따로 놀았다는 얘기다.
신규 고용이 일어나지 않으니 제조업 노동자들은 늙어가는 중이다. 지난해 60세 이상 제조업 취업자는 59만9000명이었다. 20대 이하(55만5000)보다 4만4000명 많았다. 제조업에서 60세 이상 취업자가 10∼20대보다 많아진 건 2014년 산업 분류 개편 이후 처음이다.
문제는 올해 제조업 시황마저 어둡다는 점이다. 지난 14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2023년 4분기 현황과 2024년 1분기 및 연간 전망)에 따르면, 올해 국내 제조업의 연간 매출 전망 BSI는 기준치(100)을 밑도는 99에 머물렀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할 때 200에 가까울수록 개선할 거라는 의견이, 0에 가까울수록 악화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는 의미다. 이번 BSI 조사는 지난해 12월 8일부터 22일까지 이뤄졌고, 총 1500개의 제조업체들이 응답했다.
업종별로 보면 무선통신기기(93), 가전(93), 자동차(94), 철강(91), 섬유(93) 등 주력 업종 대부분이 100을 하회했다. 디스플레이(107), 조선(101), 정유(102), 화학(105), 바이오·헬스(110) 업종은 비교적 낙관적으로 평가받았지만 대세를 움직이진 못했다.
올해 1분기 제조업 전망에서도 매출 BSI가 94에 불과했다. 내수와 수출 BSI는 각각 94와 95에 그쳤다. 설비투자(97)와 고용(98) 역시 지난 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내리막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됐다. 당분간 제조업에 빛이 보이지 않을 거라는 얘기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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