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폭등' 강정호, 뭐가 달라요? 44홈런 MVP도 부활하나…"갔다 오길 잘했어요"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잘 배우고 왔어요.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갔다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두산 베어스 거포 김재환(36)은 지난달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미국에서 타격 레슨을 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선배 강정호(37, 은퇴)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강정호는 무려 3차례나 음주운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결국 유니폼을 벗을 수밖에 없었지만, '악마의 재능'이란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타격 재능 하나는 확실했다.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 소속으로 KBO리그를 평정한 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4시즌을 뛰면서 통산 46홈런, 144타점을 생산했다. 자신의 선수 시절 노하우를 바탕으로 타격 개선이 필요한 선수들에게 조언하면서 강정호 개인적으로는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강정호가 입소문을 탈 수 있었던 건 NC 다이노스 손아섭(36)의 공이 컸다. 손아섭은 NC로 FA 이적하고 첫 시즌인 2022년 타율 0.277(548타수 152안타)에 머물려 한국 최고 교타자라는 자존심에 금이 갔다. 지난 시즌을 준비하면서 강정호에게 타격 레슨을 받았는데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다. 손아섭은 타율 0.339(551타수 187안타)로 리그 1위에 오르며 프로 데뷔 17년 만에 생애 첫 타격왕 타이틀을 달았다. 그러자 타격왕을 배출한 강정호에게 한번 배워보겠다는 선수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손아섭은 당연히 2년 연속 수강권을 끊었고, 이번에는 NC 동료인 박세혁도 함께한다. 김재환도 새롭게 합류했고, 롯데 자이언츠 한동희와 정훈은 은퇴한 이대호에게 체류비를 지원받아 강정호에게 레슨을 받고 있다.
강정호는 뭐가 다르길래 그에게 수업 한번 들어보려는 선수들이 늘고 있는 걸까. 한 관계자는 "타격 영상을 분석하고, 차이를 짚는 건 당연한 건데 강정호는 눈썰미가 다르다고 들었다. 정말 미세한 차이를 짚어 낸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게다가 손아섭이라는 확실한 성공 사례를 만들었으니 선수들도 혹할 수밖에 없는데, 손아섭 사례를 그저 운으로 생각하고 넘길 정도는 아니라는 게 야구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김재환까지 부활한다면 강정호에게 수업을 들으려는 선수들이 본격적으로 줄을 설 것으로 보인다. 김재환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KBO 최초로 3년 연속 3할 타율-30홈런-100타점-100득점을 기록한 거포였다. 잠실을 홈구장으로 쓰는 선수의 기록이라 더 놀라웠다. 2018년에는 타율 0.334(527타수 176안타), 44홈런, 133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정규시즌 MVP까지 차지했다. 정점을 찍은 뒤로는 하락세긴 했지만, 20홈런-80타점 이상은 기대할 수 있는 타자였다. 그런데 지난해 132경기, 타율 0.220(405타수 89안타), 10홈런, 46타점으로 최악의 시즌을 보내며 자존심을 제대로 구겼다.
김재환은 시즌을 마치자마자 조금도 쉬지 않고 다시 방망이를 들었다. 11월 한 달 가까이 마무리캠프에서 이승엽 두산 감독과 1대 1 특타를 진행한 게 시작이었다. 이 감독이 먼저 김재환에게 "나랑 같이 한번 해보자"고 제안했고, 김재환은 국민타자의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매일 2시간씩 500구 정도를 쳤는데, 김재환은 "3주 동안 1만8000구 정도는 쳤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마무리캠프가 끝나자마자 미국으로 출국해 강정호에게 타격 지도를 받았다. 2개월 동안 본인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쏟아부은 셈이다.
김재환은 지난 시즌을 되돌아보며 "잠실에서 타석에 들어서면 '어디로 쳐야 하지' 그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공간이 안 보이는 느낌이었다. 외야로 가면 펜스 앞에서 잡힐 것 같고 외야수들이 뒤에 있으니까. 짧게 치면 (수비 시프트에) 다 걸리고, 안 좋은 생각들이 많았던 것 같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강정호는 김재환이 그동안 답답하게 생각했던 포인트를 짚어줬다. 효과가 있을지는 시즌을 치러봐야 말할 수 있겠지만, 분명 배운 건 있다고 했다. 김재환은 강정호와 수업에서 소득을 묻자 "지난해까지 6년을 이야기하자면 앞에 3년과 최근 안 좋은 3년이 달랐다. 내가 이렇게 변했구나 예전에는 이랬는데, 이런 걸 느낄 수는 있었다"고 밝혔다.
이승엽 감독은 "(김)재환이가 가을에 열심히 땀을 흘렸고, 지난해 12월에는 강정호에게 가서 레슨을 받은 만큼 그 정도로 간절할 상태라고 본다. 팀에서 김재환이 자신의 위치를 분명히 잘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철저한 준비로 1~2년 부진했던 원인을 찾아서 예전처럼 단단해져서 시즌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양의지의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며 김재환이 노력한 만큼 결실을 보길 바랐다.
올해부터 도입되는 수비 시프트 제한 규정도 김재환에게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시프트를 잘 이용하는 상대 팀들은 극단적으로 당겨치는 좌타자인 김재환이 타석에 서면 3-유간은 완전히 비우고 3루수와 유격수까지 1-2루간을 지키도록 했다. 부진한 김재환을 더 껄끄럽게 만들었던 게 바로 수비 시프트였다. 이제는 2루 베이스를 기준으로 양쪽에 내야수 2명씩 배치하도록 규정했으니 과거보다는 '잘 맞아도 타구가 잡힐 수 있다'는 부담을 덜 수 있다.
김재환은 수비 시프트 제한과 관련해 "좋은 일이다. 사람들은 밀어 치면 되지 않냐고 이야기하지만, 나도 나름대로 그런 시도를 한 1년이었다. 야구를 해본 분들은 공감할 것이다. 반대 방향으로 만들어 치려 하다 보면 안타 1개가 나와도 내 밸런스가 이상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더 안 좋았던 것 같다. 더 짧게도 쳐보고, 좌측으로 치려 하고 그러면서 내 장점들이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다. 엄청난 마이너스가 됐던 것 같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잘 맞았을 때 (야수가) 한 발도 안 움직이고 정면에서 잡은 타구들이 많았다. 그런 걸 보면 좌절감이 정말 크다"고 덧붙이며 올해는 그런 좌절감은 덜할 것으로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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