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차 7개월 몰래 몰다가…” 400만 마음 흔든 ‘유쾌한 애도’

정인선 기자 2024. 1. 17.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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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떠난 가족·친구에게 보내는 애도 영상
“눈물 대신 웃음, 당신 엄마 좋아하실 것”
틱톡 크리에이터 사라 로렌(오른쪽)과 그의 여동생으로 추정되는 이가 지난해 11월 틱톡에 올린 ‘돌아가신 어머니께 바치는 고백’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누리꾼들의 큰 공감을 샀다. 틱톡 갈무리

세상을 떠난 가족·친구를 기리는 마음을 눈물 대신 웃음으로 승화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공감을 얻고 있다.

17일 미국의 틱톡 크리에이터 사라 로렌(@sarawoller)의 계정을 보면 지난해 11월 자신의 틱톡 계정에 ‘돌아가신 어머니께 바치는 고백’이라는 제목의 1분34초짜리 영상을 올렸다. 로렌과 그의 여동생으로 추정되는 이는 이 영상에서 “1년 전쯤 엄마가 돌아가신 뒤 벌어진 일들에 대해 엄마께 실토하려 한다”고 운을 뗀다.

자매는 “어머니 몫의 세금을 신고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고백하며, 스스로 생각해도 황당하다는 듯 웃음을 터뜨린다. 자매는 연신 웃음을 멈추지 못하며 “자동차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사실도 몰랐다. 엄마 차를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채 7개월이나 몰다가 결국 엄마의 운전면허는 물론 내 면허까지 정지돼 지금 차를 몰 수 없다” 등 고백을 이어갔다.

먼저 떠난 엄마에게 보내는 ‘평범한 고백’

어머니의 살뜰한 보살핌 아래에서 지낼 땐 몰랐던 여러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이제야 인지하고 짊어져 나가기 시작한 이들의 모습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17일 오전 11시 현재 이 영상엔 400만여개의 ‘좋아요’와 4만3천여개의 댓글이 달린 상태다.

틱톡 이용자들은 “자매의 유쾌한 모습 덕분에 부모를 잃은 슬픔을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이용자는 “알고리즘이 어떻게 나를 이 영상으로 이끌었는지 모르겠지만, 방금 막 어머니의 장례를 마치고 돌아온 내게 꼭 필요했던 영상”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부모 입장에서 쓴 댓글도 눈에 띈다. 한 이용자는 “너희들 때문에 엄마들은 이제 (세상을 떠난 뒤에도) 편히 쉴 수 없게 됐다”며 익살스럽게 자매를 꾸짖었고, 또다른 이용자는 “지난해 4기 암 진단을 받았는데, 자녀들이 현실을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미리 준비시켜야겠다”고 썼다. “이렇게 눈물을 흘리는 대신 웃음을 터뜨리는 것이야말로 엄마인 내가 바라는 바다. 당신들의 어머니께서도 분명 이걸 더 좋아하실 것”이라는 댓글은 1만9000여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틱톡 크리에이터 로렌 애슐리(왼쪽)는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난 친구가 궁금해할 만한 소식들을 유쾌하게 전하는 영상을 올려 화제를 모았다. 틱톡 갈무리

친구에게 근황 전하며 생전 기억 추억도

미국의 또다른 틱톡 크리에이터 로렌 애슐리(@lauren_westall)가 지난해 11월 틱톡에 올린 영상도 230만여개의 ‘좋아요’를 받으며 화제를 모았다. ‘소피가 알았다면 뒤집어졌을 일들’이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애슐리는 친구와 함께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몇달 전 세상을 떠난 친구 소피가 궁금해할 만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읊으며 웃음을 터뜨린다.

애슐리와 친구는 “간호학을 전공하기 시작했다”, “그때 그 남자친구와 다시 만나기로 했다” 등 자신의 근황부터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와 미국프로풋볼(NFL) 선수 트래비스 켈시가 공개 연애를 시작했다” 등 10대 후반, 20대 초반 청소년이라면 귀를 쫑긋할 만한 연예계 소식까지 낱낱이 전한다.

갑자기 세상을 떠난 남자친구의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무거운 마음을 브이로그(Vlog·일상 기록 영상)에 담은 이도 있다. 팔로워 1200만여명을 보유한 틱톡 크리에이터 페이지 갤러거(@pgally)는 지난해 9월 자신의 계정에 “정신줄이 나갔고(unhinged) 언제 이 영상을 지울지 모른다”는 문구와 함께 ‘남친 장례식장 가는 길, 겟 레디 위드 미’(get ready with me for my boyfriend’s funeral)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겟 레디 위드 미’는 브이로그 창작자들이 화장, 옷 코디 등 외출 준비를 하며 소소한 일상을 들려주는 형태의 영상을 일컫는 표현이다.

틱톡 크리에이터 페이지 갤러거는 지난해 9월 갑자기 세상을 떠난 남자친구의 장례식에 가기 위해 외출 준비를 하는 모습을 ‘겟 레디 위드 미’ 형태 브이로그로 올렸다. 틱톡 갈무리

갤러거는 “여러분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나도 안다. ‘대체 왜 이런 걸 찍고 있지?’ 나도 모른다. 그냥 찍고 싶었다”며 영상을 시작한다. 이어 “2주 전에 남자친구가 세상을 떠났고, 지옥에 있는 듯한 시간을 보냈다”면서, “상실을 겪은 뒤에도 일상을 이어가는 이들이 분명 있겠지만, 나는 그런 종류의 의지에 절대 공감할 수 없을 것 같다. 미칠 것만 같다”고 슬픔을 표현했다. 동시에 손으로는 평소 올리던 브이로그 영상에서처럼 담담하게 화장을 이어 갔다.

슬픔 속에서도 어떻게든 일상이 무너지지 않도록 붙들려는 갤러거의 모습에 틱톡 이용자들은 위로와 공감을 보냈다. “최근 엄마가 돌아가셨는데, 슬픔의 단계가 절대 정해진 순서대로 찾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당신이 느끼는 혼란과 슬픔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 등 댓글이 잇따라 달렸다.

심리상담사 제시카 맥네어는 미국 유에스에이(USA)투데이에 “사람들이 다른 이들에게 효과적이었던 (슬픔 극복) 방법을 틱톡에서 접해 직접 시도해 볼 수 있다면 그건 환상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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