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 붙은 美…한파에 휴교령, 사상자도 속출
겨울에 온화했던 남부지역 휴교 돌입
폭설에 미 의회도 직격탄…일정 연기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국립기상청은 뉴욕 센트럴파크에 하루에 1.7인치(4.3㎝)의 눈이 내렸다고 밝혔다. 2022년 2월 13일(1.6인치) 이후 2년 만의 큰 폭설이다.
이번 주 한파로 미 전역은 사상 최고의 추위 기록을 세우고 있다. 미 국립기상청 예보관들은 이날 오전 북극의 찬 공기가 남부까지 도달해 텍사스에서 미시시피까지 최저 기온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 기상청은 위험할 정도로 낮은 영하 기온이 예상된다며, 강추위에 노출된 피부는 몇 분 안에 동상을 일으킬 수 있어 가능한 야외활동을 피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미 남부 지역에는 드문 혹독한 추위로 학교는 휴교에 돌입했다. 겨울에도 온화한 날씨로 유명한 텍사스와 테네시 등 남부 전역의 학교는 이날 휴교에 들어가 약 100만명의 학생들이 영향을 받았다.
미 텍사스 휴스턴 남쪽에 있는 앵글턴 학교는 이날 꽁꽁 언 추운 날씨와 안전하지 않은 이동 등의 이유로 휴교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이날 아침 기온은 영하 20도 수준으로 예년과 비교해 30도 정도 낮은 수치다.
앞서 학교 관계자들이 등교 여부를 놓고 고심하는 사이 학부모들은 SNS에서 아이들이 혹독한 날씨에 적합한 옷이 부족하거나 지역 도로가 안전하지 않다는 글을 올리며 신속하게 휴교 결정을 내릴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교통편을 기다리며 밖에서 기다려야 하는 아이들을 비롯해 학교에 등하교를 시켜주는 부모들의 전반적인 안전을 고려할 때 휴교 결정은 현명하다는 반응이다.
폭설에 미국 의회도 직격탄을 맞았다. 미 하원은 연방정부의 임시예산 1차 시한 만료를 사흘 앞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임시예산안 등 계류 안건을 심의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전격 연기했다. 미 하원은 오는 17일 오후 1시 30분으로 본회의를 연기,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 헌터에 대한 의회모독 결의안에 대한 절차 투표를 비롯해 계류안건을 처리할 계획이다.
미 상원은 이날 예정된 임시 예산 처리를 위한 절차 투표를 일단 진행할 예정이지만, 폭설과 한파의 영향으로 출석률은 저조할 것으로 우려된다.
폭설과 한파에 전국적으로 수천편의 항공편이 결항하고, 주요 도로가 통제되면서 교통이 사실상 마비됐다. 국내선 항공편이 주로 이용하는 워싱턴 DC 로널드 레이건 국제공항도 전날부터 한파와 폭설로 운영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아울러 추위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안전에도 비상이 걸렸다. AP통신에 따르면 미 오리건주 북서부에 있는 포틀랜드 지역에서는 저체온증으로 의심되는 2명을 포함해 최소 4명이 사망했다. 한 남성은 자신의 집에 나무가 쓰러져 사망했고, 한 여성은 나무가 레저용 차량(RV) 위로 쓰러진 후 화염 난로에서 번진 화재로 사망했다. 위스콘신주 밀워키 지역에서는 노숙자 3명이 사망한 사건을 조사하고 있으며, 저체온증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당국은 밝혔다.
한편, 미 전역이 혹독한 추위에 떨고 있지만, 전 세계 대부분은 비정상적으로 따뜻한 날씨를 경험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최근 며칠간 지구의 기온 지도를 보면 북극과 아시아, 아프리카 일부, 중동, 남미 등 세계 많은 지역이 진한 빨간색으로 표시돼 20세기 후반 평균보다 화씨 7도(섭씨 13.8도) 이상 더 따뜻한 한편, 미국은 눈에 띄는 청색으로 나타내며 평균을 벗어난 추운 날씨를 보이고 있다.
평소보다 따뜻한 날씨는 현재 여름인 남반구와 겨울인 북반구 모두에서 발생했다. 실제 1월 밤 기온은 북쪽의 오만은 26.4도, 남쪽의 아르헨티나는 27.3도로 역대 가장 따뜻한 1월 밤 기온을 기록했다.
이는 기후 변화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북극 증폭’ 이론의 창시자인 제니퍼 프란시스 우드웰 기후연구센터 기후과학자는 “급속한 북극 온난화는 인간이 초래한 기후 변화의 가장 분명한 증상 중 하나”라며 “지구가 전반적으로 따뜻해지더라도 겨울철 극한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말했다.
이소현 (atoz@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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