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우주 로켓 풍년…스페이스엑스 독주에 제동 걸릴까
지난해 전 세계에서 우주로 로켓을 쏘아 올린 횟수는 총 223회(하버드-스미소니언천체물리학센터 조너선 맥도웰 집계 기준)로 역대 가장 많았다. 2019년 102회와 비교하면 4년 새 2배가 넘는 놀라운 증가세다.
그런데 이 가운데 40% 이상을 도맡아 수행한 회사가 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의 우주기업 스페이스엑스다. 이 회사는 지난해 주력 로켓인 팰컨9을 91회, 팰컨9을 3개 묶은 팰컨헤비를 5회 쏘아 올렸다. 한 해 동안 2회꼴로 로켓을 발사한 셈이다. 성공률도 100%다.
우주산업 컨설팅업체 애스트랠리티컬(Astralytical) 분석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에서 쏘아 올린 위성의 70%(2850개 중 1986개)가 스페이스엑스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질량 기준으로는 87%(1500톤 중 1300톤)나 된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산 소유스 로켓 사용을 중단한 이후 스페이스엑스의 발사체 시장점유율은 더욱 높아졌다. 자국 발사 수요에 치중하고 있는 중국, 러시아, 인도를 제외하면 세계 우주 발사체 시장은 사실상 스페이스엑스가 독점하고 있는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 경쟁 기업들의 로켓이 노후화한데다 신형 로켓 개발 일정까지 차질을 빚은 것도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올해는 경쟁업체들이 로켓 개발 작업을 끝내고 스페이스엑스에 잇따라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보인다. 성능 개선과 비용 절감을 실현한 신형 로켓으로 경쟁력을 보완해 스페이스엑스의 독주에 제동을 걸 기세다.
스페이스엑스보다 앞서 메탄로켓 발사 성공
추격 대열의 선두에 선 로켓은 지난 8일 첫 발사를 마친 유엘에이(ULA,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의 벌컨 센토다. 첫 발사를 완벽하게 해냄으로써 벌컨 센토는 팰컨9의 경쟁 상대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였다. 토리 브루노 최고경영자는 이번 발사에서 유일하게 문제를 일으킨 것은 발사통제실의 커피머신이었다는 말로 만족감을 표시했다.
엔진 공급 차질 등으로 애초 계획보다 5년 늦어졌지만 첫 발사에서 미국의 민간 달 착륙선을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유엘에이는 델타5 로켓 제작사인 보잉과 아틀라스4 로켓 제작사인 록히드마틴이 2006년 발사체 부문을 떼어 합작 설립한 회사다.
벌컨 센토는 현재의 주력 로켓인 아틀라스5와 델타4 헤비 대체용으로, 지구 저궤도에 최대 27.2톤의 화물을 올려놓을 수 있다. 탑재 중량이 22.8톤인 스페이스엑스의 팰컨9을 웃도는 힘이다. 공급이 수요에 못 미치는 시장 상황을 반영하듯, 첫 발사도 하기 전에 이미 아마존의 저궤도 우주인터넷망 카이퍼 위성 38회 발사를 포함해 모두 5년간 70회의 발사 물량을 확보했다.
벌컨에 장착한 블루오리진의 BE-4 엔진은 액체메탄을 연료로 쓴다. 액체메탄은 스페이스엑스의 팰컨9을 비롯한 대부분의 로켓이 쓰는 케로신(등유)과 달리 그을음이 생기지 않는다. 가격도 저렴하고 추력도 10% 더 강해 차세대 로켓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스페이스엑스가 개발 중인 차세대 로켓 스타십도 액체메탄을 연료로 쓴다. 하지만 아직 궤도비행도 성공하지 못한 상태다. 벌컨 발사 성공으로 메탄 로켓에선 유엘에이가 한발 앞서게 됐다.
브루노 대표에 따르면 벌컨의 발사 비용은 델타4 헤비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유엘에이는 앞으로 1단 추진체의 엔진을 재사용해 발사 비용을 더 낮춘다는 계획이다. 발사 후 엔진부분을 분리시켜 낙하산과 헬리콥터를 이용해 공중 회수한다는 구상이다.
유엘에이는 이르면 4월 두번째 발사를 시도한다. 시에라스페이스의 새 화물 우주선 드림체이서를 국제우주정거장으로 운송하는 임무다. 이어 올해 미 우주군의 위성을 4차례 더 발사하고 2025년 중반에는 매달 2차례씩 벌컨 로켓을 발사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아리안 6호, 3D 프린팅으로 비용 절감
유럽의 아리안그룹이 아리안 5호 후속으로 2010년대 초반부터 개발하고 있는 아리안 6호도 올해 데뷔 무대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11월 지상 연소 시험을 마치고 오는 6~7월에 첫 발사를 한다는 목표 일정을 잡았다.
유럽에선 기존 주력 로켓인 아리안 5호가 2023년 중반 퇴역해 현재 대형 로켓이 공백인 상태다. 아리안 6호의 개발 일정이 지연된 탓이다. 이에 따라 유럽우주국은 지난해 7월 유클리드우주망원경을 스페이스엑스의 팰컨9에 실어 발사해야 했다. 올해 위성항법용 갈릴레오 위성도 팰컨9으로 쏘아 올린다.
아리안 6호는 비용 절감을 위해 일부 부품을 3D 프린팅 기술로 제작했다. 연간 최대 발사 횟수도 아리안 5호의 6회에서 12회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최근 발행한 기술동향 보고서에서 “아리안 6호의 발사 단가는 아리안 5호보다 40% 낮추는 것을 목표로 개발됐으나 1단 추진체를 재사용하는 스페이스엑스에 비하면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팰컨9보다 두배 힘 센 베이조스의 뉴글렌
미국에선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블루오리진의 뉴글렌이 대기하고 있다.
뉴글렌 역시 애초 2020년 첫 발사 예정이었으나 엔진 개발 차질로 일정이 늦어졌다.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1단 추진체에는 블루오리진이 독자 개발한 BE-4 엔진 7기가 탑재된다.
뉴글렌은 지구 저궤도에 최대 45톤의 화물을 올려놓을 수 있다. 팰컨9 로켓(22.8톤)의 두배에 이른다. 업계에선 올해 하반기에 첫 비행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유력한 첫 발사 후보는 화성의 자기권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나사의 소형 위성 ‘에스커페이드’(ESCAPADE)다. 나사는 지난 2월 블루오리진의 뉴글렌을 위성 발사체로 선정했다. 발사 시기는 이르면 8월, 늦으면 11월이다.
블루오리진에 매년 10억달러씩을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던 베이조스는 지난해에도 약속을 지켰다. 벤처투자사 스페이스 캐피털의 우주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블루오리진이 그동안 받은 투자액은 126억달러(약 17조원)에 이른다.
블루오리진은 벌컨 로켓을 개발한 유엘에이의 인수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만약 유엘에이 인수가 성사된다면 서로를 맞수로 의식하고 있는 베이조스와 머스크 간의 우주산업 경쟁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 신형 로켓 H3 첫 발사에서 궤도 진입에 실패한 일본은 올해 두번째 발사에서 성공을 다짐하고 있다. H3는 현재 주력 로켓인 H2A의 후속 제품이다.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작사)는 2월15일에 두번째 발사를 시도할 계획이다. 이번 발사에는 시험용 화물과 2대의 소형 위성이 탑재된다. 올해 9월 H3 로켓에 실어 발사하려던 화성의 위성 포보스 탐사선(MMX)은 2026년으로 미뤄졌다.
달아나는 스페이스엑스…올해 150회 발사 목표
경쟁업체들이 신형 로켓의 막바지 개발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사이 스페이스엑스는 올해 발사 목표를 지난해보다 50%나 늘려잡았다.
머스크는 최근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 “올해는 150회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팰컨9의 1단계 추진체 재사용 횟수도 현재 최고 기록이 19회의 두배인 40회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스페이스엑스는 올해 들어 15일까지 벌써 5차례 발사를 마쳤고, 이달 말까지 4차례 더 계획하고 있다.
스페이스엑스는 현재 개발 중인 역대 최강 로켓 스타십의 세번째 궤도 시험비행을 2월 중에 실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세계 우주 강국들이 좀 더 성능이 좋고 비용이 저렴한 신형 로켓을 개발하는 데는 위성 시장이 크게 커지면서, 이를 발사할 로켓 수요가 덩달아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국들의 지정학적 경쟁이 우주로 번지면서 국가 안보 차원의 위성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데다 소형 군집 위성 시스템 개발에도 경쟁이 붙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컨설트에 따르면 앞으로 10년간 위성 발사 수요는 약 2만5천기로 지난 10년보다 4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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