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해야 성적 잘 나온다…대회 편식하는 프로골퍼들 [임정우의 스리 퍼트]

임정우 기자(happy23@mk.co.kr) 2024. 1. 1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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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마다 선호 골프장 달라
우즈 토리 파인스서 8번 우승
임성재 플로리다 스윙서 선전
성적 좋았던 대회 위주로 출전
톱랭커들도 대부분 가려 나가
PGA 투어를 주무대로 삼고 있는 선수들은 자신에게 맞는 골프장에서 열리는 대회를 위주로 한 시즌 출전 계획을 세운다. 사진은 2024년 PGA 투어 첫 대회 더 센트리에서 경기하고 있는 선수들. AFP 연합뉴스
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식이 다른 것처럼 프로 골퍼들도 선호하는 골프장이 다르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등에서 활약 중인 프로 골퍼들이 대회를 골라 출전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선수들이 한 시즌 일정을 계획할 때 이동 거리, 날씨, 지역, 음식 등 다양한 것을 고려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대회가 열리는 골프장과의 궁합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만큼 철저하게 계산한 뒤 출전할 대회를 결정한다.

전세계에서 골프를 가장 잘 치는 선수들이 모이는 무대가 PGA 투어인 만큼 골프장과의 궁합은 중요하지 않게 느껴진다. 그러나 선수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골프장마다 홀의 레이아웃과 잔디, 그린 스피드 등이 천차만별인 만큼 자신과 안 맞는 곳에서는 절대 잘 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선수들이 가장 첫 번째로 고려하는 건 티잉 그라운드에서의 편안함이다. 어드레스를 섰을 때 불편한 느낌이 드는 골프장은 최우선적으로 피한다. 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한 선수는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가기 전부터 어디로 치면 될지 보이는 골프장에서 평균적으로 성적이 잘 나온다. 반대로 공략 지점이 헷갈리면 언더파가 아닌 오버파를 적어낼 확률이 크다”며 “18개 홀 중 12개 홀 이상이 편하게 느껴지면 나와 맞는 골프장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도 성적이 잘 나올 것이라고 예상되는 대회 위주로 1년 계획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이 그동안 거둔 성적을 보면 골프장과의 궁합이 좋은지 한 번에 알 수 있다. 골프팬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건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에게 약속의 땅 또는 우승 텃밭이라고 불리는 토리 파인스 골프클럽이다. 그는 이 골프장에서만 8번의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한국 남자골프의 간판’ 임성재도 특별히 선호하는 골프장이 있다. PGA 투어 첫 우승의 감격을 맛본 PGA 내셔널 챔피언스 코스다. 특히 베어트랩으로 불리는 15번홀부터 17번홀까지 난도가 높은 것으로 유명하지만 임성재는 유독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놀드파머 인비테이셔널이 열리는 베이힐 클럽&로지에서도 톱3에 2번 이름을 올리고 출전했던 5번 모두 공동 21위 이상의 성적을 기록하며 최고의 궁합을 자랑했다.

임성재는 “매년 2월 말부터 3월 중순까지 플로리다주에서 열리는 대회에서의 성적이 좋았다. 골프장의 레이아웃과 그린 스피드 등 거의 모든 게 나와 잘 맞아서 그런 것 같다”며 “좋은 기억이 쌓이면서 이전보다 편하게 플레이하게 되는 것도 장점 중의 하나다. 편한 느낌이 드는 골프장에서는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경기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PGA 투어 통산 82승 중 8승을 토리 파인스 골프클럽에서 차지했다. 신화 연합뉴스
선호하지 않는 골프장이지만 우승을 차지한 선수들도 몇몇 있다. 지난 15일 막을 내린 PGA 투어 소니 오픈 우승자 그레이슨 머리(미국)도 그중 한 명이다. 공이 똑바로 날아가다가 끝에서 오른쪽으로 살짝 휘는 페이드를 구사하는 머리는 소니 오픈이 열렸던 와이알레이 컨트리클럽 몇 개 홀에서 티샷에 어려움을 겪었다. 페어웨이 왼쪽에 자리한 큰 나무를 피해 페이드의 반대 구질인 드로를 치는 게 유리한 몇 개 홀이 있었기 때문이다.

연장이 치러진 18번홀이 드로를 쳐야하는 대표적인 홀이었지만 머리는 집념의 플레이로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1차 연장에서 티샷이 페어웨이 왼쪽으로 벗어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버디를 잡아내며 정상에 올랐다.

AT&T 페블비치 프로암은 골퍼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쳐보고 싶어하는 페블비치 골프클럽에서 열리지만 선수들이 출전을 꺼려하는 대회 중 하나다. TV 중계로 보이는 것과 다르게 그린의 상태가 좋지 않아서다.

이 대회 출전했던 경험이 있는 한 선수는 “전세계 최고의 골프장 중 하나지만 비가 오는 날에는 그린이 상상 이상으로 부드러워진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50cm 거리에서 퍼트를 놓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며 “바람이 강하게 불어 스윙이 망가질 수도 있는 만큼 PGA 투어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출전을 고민하는 대회 중 하나”라고 말했다.

포아 애뉴아 잔디로 조성된 그린이 있는 리비에라 컨트리클럽과 토리 파인스 골프클럽 등은 프로 골퍼들도 4퍼트와 같은 실수를 하게 만들어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선수들이 많다. 포아 애뉴아 잔디는 울퉁불퉁한 결이 있어 공이 생각한 대로 매끄럽게 굴러가지 않는다. 울퉁불퉁한 결 때문에 공이 굴러가던 중 방향이 바뀌는 게 다반사다.

리비에라 컨트리클럽에서 열렸던 대회에서 단 한 번도 톱10에 들지 못했던 한 선수는 “정확하게 경사를 읽어도 결을 타고 홀에 들어가지 않을 때가 많아 포아 애뉴아 그린이 어려운 것 같다”며 “동료들도 그동안 성적이 좋지 않아 불참을 고려하지만 총상금 규모가 커 대부분 출전한다. 올해는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 리비에라 컨트리클럽과의 악연을 끊겠다”고 이야기했다.

※ 국내 유일의 골프선수 출신 스포츠 기자인 임정우 기자는 ‘임정우의 스리 퍼트’를 통해 선수들이 필드 안팎에서 겪는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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