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지션의 몰락' 자베르 2회전 참패, 16세 안드레예바 3회전 진출 [24 AO]

경기가 마음대로 안 풀리자 라켓을 내동댕이치며 분노하는 자베르

[멜버른=박성진 기자] 처참한 경기력이었다. '마술사(매지션)'라는 별명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그녀를 상징하는 마법같은 스트로크가 사라지니 평범한 선수와 다름 없었다. 2023년 윔블던 준우승자, 온스 자베르(튀니지, 6위)가 24 호주오픈 2회전에서 탈락했다. 그리고 자베르를 잡은 선수는 16세 러시아 소녀, 미라 안드레예바였다.

자베르는 17일, 호주 멜버른 멜버른파크에서 열린 호주오픈 여자단식 2회전 첫 번째 경기에서 안드레예바에 0-6 2-6으로 참패했다. 경기 시간은 1시간이 채 되지도 않은 56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전체 포인트에서 안드레예바가 53포인트를 득점할 동안, 자베르의 득점은 3분의 1 수준인 26점에 그쳤다. 문자 그대로 완패였다.

자베르는 1세트에 너무 쉽게 무너졌다. 10개의 언포스드에러를 범하며 평상시 그녀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1세트에서 자베르는 단 한 번도 듀스에 도달하지도 못하면서 안드레예바에 20분 만에 패했다. 순식간에 1세트가 끝났다 할 정도로 자베르의 컨디션이 엉망이었다.

자베르의 경기력은 2세트에도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자베르 특유의 네트 플레이가 너무나 부정확했다. 드롭샷으로 안드레예바의 흐름을 끊어보려 했지만 공은 네트를 넘기지 못했다. 자베르는 2세트 7번의 네트 플레이를 시도했으나 포인트로 연결된 경우는 2번 밖에 없었다.

반면 안드레예바는 실수만 줄여도 됐다. 자멸하는 자베르를 상대로 최대한 코트 안으로 강하게만 집어 넣으면 됐다. 2세트에는 2게임을 내주기는 했으나, 본인의 서브 게임은 모두 다 잡아냈다. 브레이크 포인트 위기조차 2세트 4번째 게임에서 딱 1번 있었을 뿐이다.

안드레예바는 생애 최초로 TOP 10 선수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생애 최초로 출전한 호주오픈인데 2회전에서 6번 시드자를 잡아내는 이변을 일으켰다. 작년 프랑스오픈에서 그랜드슬램 데뷔전을 치른 안드레예바인데 가장 나쁜 성적이 US오픈에서의 2회전이었다. 프랑스오픈은 3회전(32강), 윔블던은 4회전(16강)까지 오른 바 있다.

안드레예바는 "우상이었던 자베르를 꺾을 수 있어 너무 기쁘다. 자베르가 끝나고 나에게 행운을 빈다며 응원해줬다. 나도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하는 첫 경기라 긴장했지만, 자베르도 오늘 긴장하는 것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선수(자베르)랑 로드 레이버에서 경기하는데 그냥 즐기자라고 생각한 것이 결국 잘 됐다"며 인터뷰실에서 웃었다.

반면 자베르는 2년 연속 호주오픈 2회전에서 탈락했다. 작년에는 마르케타 본드로우쇼바(체코)에게 패했었다. 자베르의 호주오픈 최고 성적은 2020년 8강이다. 3회전(2021년), 2회전(2023~24년), 1회전(2015, 18, 19년) 등 호주오픈과 유난히 인연이 없는 자베르의 모습이 올해도 재현됐다.

<경기 후 기뻐하는 안드레예바>

글= 박성진 기자(alfonso@mediaw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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