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도전의 꿈, 그리고 2루수와 유격수 사이…홍원기 감독과 김혜성이 대화 나눈 그날

김하진 기자 2024. 1. 1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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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김혜성. 정지윤 선임기자



키움 김혜성(25)은 지난 16일 구단의 허락을 받아 미국 진출을 할 기회를 잡았다.

이번 겨울 자신의 꿈을 위한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온 결과다.

김혜성이 자신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건 지난해 12월1일이었다.

수비하는 키움 김혜성. 정지윤 선임기자



프로야구선수협회가 주최하는 시상식이 끝난 뒤 “내년에 실력을 키워서 떳떳하게 도전하고 싶다”며 구단에 면담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에는 유격수로 다시 돌아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유격수 수비를 하는게 더욱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혜성은 유격수에 대한 애착이 컸다. 김하성이 메이저리그로 떠난 뒤 그의 뒤를 후계자로 꼽혔고 2021년에는 이 포지션에서 골든글러브를 받기도 했다.

그러다 팀 사정상 2루수로 출전하면서 자리가 굳혀졌다. 유격수에 대한 꿈을 놓지 못했던 김혜성은 지난해 7월말 홍원기 키움 감독에게 자신의 뜻으로 유격수로 출전하기도 했다. 당시 수비에서 제대로 증명하지 못해 다시 2루수로 돌아갔지만 유격수에 대한 애착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김혜성은 시즌을 마치고 홍원기 감독과의 면담에서 이같은 뜻을 피력하려 했다.

하지만 결심을 밝힌 지 열흘 뒤인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는 “(감독님과)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구단 면담까지의 시간 동안 몸 만들기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간단히 밝혔다.

유격수 전향 이야기도 “일단 야구선수로서 2루수만이 아닌 모든 포지션에서 준비를 잘 하겠다. 내년에 어디에서 쓰일지 모르겠지만 모든 포지션에서 완벽한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령탑과의 면담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가 오갔을까.

홍 감독은 김혜성이 프로에 데뷔할 때부터 지켜봐왔다. 동산고를 졸업한 뒤 201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넥센(현 키움)에 2차 1라운드 7순위로 지명된 김혜성은 데뷔 첫 해인 2017년에는 16경기를 뛰는데 그쳤지만 다음해부터는 주전으로 자리잡았다.

고등학교 시절 이영민 타격상을 받으며 타격에 대한 재능도 증명했지만 프로 데뷔에는 타격이 뜻대로 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었다. 홍 감독은 그를 다독이며 수비에 더 열중하라고 하기도 했다. 그리고 김혜성은 이제는 팀 내야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인물로 성장했다.

홍원기 감독은 이런 김혜성에게 자신이 잘 하는걸 해보자는 뜻을 전달했다. 이번 겨울 선수단 한 명 한 명 직접 만나 면담을 하고 있는 홍 감독은 김혜성과의 면담 자리에서 “2루수로서 이제 클라스가 올라왔는데 더 견고하게 그 자리를 지켜줬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를 했다.

면담 자리에서는 주로 김혜성의 향후 꿈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홍 감독은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것은 전적으로 응원하겠다라는 생각을 전했다”라면서 “포지션을 고민하는 것은 선수가 워낙 책임감도 강해서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팀의 사정 등을 생각해봤을 때에는 김혜성이 2루수에서 자리를 잡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팀 내에서 김혜성 대신 2루수 자리를 지켜줄 사람이 없는 것도 변수다.

키움의 다음 시즌 전망은 썩 좋지 않다. 이정후, 안우진 등 투타 주축이 빠졌고 보강은 하나도 없었다. 사실상 리빌딩 과정을 걸어가야하지만 프로는 성적을 내야하는 곳이다. 홍 감독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가 그린 그림 중에서 김혜성은 일단은 2루수로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일단 김혜성은 다음 시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혜성은 지난해 타율 3위(0.335) 안타 2위(186안타), 득점 2위(104득점) 등 타격 지표에서 리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시즌만큼의 활약이라면 미국 무대에서 가치도 인정받을 수 있다.

이런 김혜성에게 홍 감독은 리더로서의 책임감도 부여했다. 김혜성은 2024시즌 팀의 주장을 맡았다.홍 감독은 “김혜성이 젊은 선수들을 이끄는 리더십과 통솔력을 갖췄을 뿐 아니라 다양한 국제대회에서 주장직을 경험한 점을 고려해 중책을 맡겼다”고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와 대형 계약을 맺으며 미국 무대 진출에 성공한 이정후도 앞서 비슷한 길을 걸었다. 2022시즌을 마치고 구단으로부터 미국 진출을 허락받은 뒤 2023시즌에는 팀의 주장을 맡았다. 김혜성도 같은 길을 걷게 된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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